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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용 Sancho Nov 08. 2017

업무용 통화와 퇴근 후 메시지

네덜란드에 있는 회사에서 세 달여간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시간 관련해서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점 몇 가지가 있다. 이번에는 이 내용들을 잠시 다뤄보고자 한다.



1. 업무용으로 전화를 써 본 적이 없다.


일단 나는 IT 기업 개발(Tech)팀에서 Product owner라는 직무로 일하고 있다. 주로 개발자/디자이너/데이터 과학자들과 함께 일하며, 다른 팀과 컨택할 경우도 자주 있으나 그들도 대부분 개발조직 내부에 있다. 파트너 (호텔리어나 숙소 주인) 쪽 Product을 다루기에 그들의 요구사항을 듣기 위해 가끔 호텔리어들을 만나기는 하나, 그들과 직접/자주 컨택할 일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 일할 때도 같은 상황이긴 했다. 파트너가 아닌 실제 고객을 대하는 Product라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허나 같은 상황임에도 두 회사간 1:1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좀 달랐다. 네덜란드에서 세 달 동안 업무를 위한 전화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리고 동료들이 누군가에게 업무상 전화를 하는 걸 본 적도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 몇 가지 생각해봤다.

나라에 따라 문화가 다르다. 한국에선 급한 일의 경우 자주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했으나, 여기선 메신저(사내 메신저)로 @태그를 걸어 Notification을 보내고 기다린다. 사전 동의없이 상대방의 시간을 직접적으로 뺏는 행위를 지양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태그를 보내면 답변을 곧 하리란 믿음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답변도 생각보다 빠르다.

영어가 공용어이나 모든 사람들이 영어로 원활히 통화하는 건 아니다. Written English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뭐든지 증거를 남기는 게 좋다. 전화 통화는 휘발적이다.


이게 좋은 문화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편한 점도 있으나 답답한 점이 더 크다. 물론,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화영어가 좀 더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으나, 급한 경우는 전화로 얘기하는 게 빠를 때도 많은데 말이다. 



2. 업무시간 후에 메세지를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딱 한 명 (이 사람 역시 성격 급한 PO다) 제외하고는 저녁 7시 이후에 업무성격의 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도 그런 메시지를 보낼 수가 없었다. 어디 명문화된 Rule은 아니나 분위기가 그렇다. 


이 역시 장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애기를 재우고 밤에 종종 일하곤 하는데, 이때 팀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도 참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보내곤 한다. Work-life balance를 꿈꾸며 네덜란드에 왔는데, 이런 걸로 답답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 참 모순적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같이 고민하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개발자분들이 보면 싫어할 상이다)


짧게 정리하자면, 업무가 사생활을 침해할 수는 없다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 유사한 의미로, 휴가 사용 관련해서도 관대한 편이고, 휴가 중에는 업무 관련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하지 않는다. 





간만에 짧은 글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에 적응해가고 있으나, 반면에 모자란 점도  많이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좀 더 잘하고 싶고(비즈니스 성과), 개발팀을 잘 리드하고 싶다는 마음(리더쉽)이 큰 상황이나, 언어적인/상황적인 요인 때문에 생각만큼 잘 되진 않는다. 이에 마음이 급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으나, 위에서 언급한 긍정적인 부분들 덕분에 너무 쪼이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 같다. 


유럽에서 Product manager(owner)로 일하는데 있어서 느낀 부분이 있다면, 위에서 언급한 문화적인 부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중요한 일부터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것이다.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되 팀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결정이어야 하기에(a.k.a 데이터+논리에 기반한 결정) 효율적인 업무는 정말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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