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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용 Sancho Oct 20. 2017

사내 커뮤니케이션. 회사와 직원간의 신뢰.

지난 11여년간 3개 회사를 경험해봤고 각기 굉장히 다른 경험이었다. 오늘은 그 경험들 중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지난 경력을 잠시 요약하자면, 약 8년 간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국내 대기업(S라고 칭하겠다)에서 일했고, 그 후 임원진 대다수가 외국인인 중견 스타트업(C)에서 2년 반 정도 일하다가, 지금은 네덜란드에 있는 글로벌 회사(B)에서 일하고 있다. B에서는 이제 겨우 두 달 일했지만 대략 분위기 및 업무 방식은 파악한 상태이다. 



회사-직원 커뮤니케이션


우선 S 업체는 국내 대기업이니 말 안해도 알 수 있겠지만 굉장히 Top-down 식의 문화였다. 허나 회사에 관한 주요 소식은 미디어를 통해 더 먼저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회사가 먼저 다가오는 경우는 적었던 것 같다. 사내 미디어와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런 사내 커뮤니케이션로도 ‘열려있다’는 느낌을 받긴 힘들었다. 좋은 면만 보여주고 가려운 부분/곤란한 부분은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공식 사내 블로거 1기로 활동을 하면서 사내 공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곤 했었는데, 한 번 ‘검열’로 인해 글 포스팅을 거절당한 이후 활동을 중지했었다. (회사의 글로벌 문화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살짝 하던 글이었다) 그래서 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것 같다. 한 가지 긍정적이었던 기억은 영업/마케팅팀에서 일하던 당시 실장(사장)이었던 분이 분기에 한 번씩 회사 실적과 시장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전략에 대해 공유하던 자리였다. 덕분에 업무의 방향에 대해 조금은 뚜렷해지고 동기부여도 되곤 했으나 이 자리도 다분히 단방향의 전달이었다.


C 업체는 CEO가 굉장히 열정적이고 달변가였다. 입사 첫 날 개발팀 수백명을 모아놓고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덕분에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잘 하곤 했었다. 허나 회사가 커지면서 대표이사 한 명의 언변보다는 소통을 위한 양방향 ‘시스템’이 있었어야 했는데, 이 부분에서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조직이나 전략에 변화를 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나, 변화를 Drive 하는 중에 경영진의 의중이 실무진에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조직개편, 평가나 승진 등 직원들이 민감해 하는 인사적인 부분에서 양방향 소통이 없었고 이에 신뢰감이 적어졌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회사가 너무 빠른 시간 내에 성장하다보니 미처 시스템이 갖춰지기도 전에 문제들이 생겼고, 경영진들도 큰 조직을 이끌기에 경험이 조금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문제점에 대해 경영진이 제대로 인식한다면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B 업체는 주기적으로 CEO가 전 직원들 앞에서 (수백명은 오프라인으로, 나머지는 전 세계 중계로) 현재 상황 공유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공유한다. 이 부분은 일반적이라 말할 수 있지만 마지막 Q&A 시간이 인상적이었다. 주요 경영진이 앞에 나와 있고, 직원들이 전달한 질문들을 각 담당자들이 답변을 했다. 사전에 정리된 질문은 아니고 현장에서 바로 받은 질문들로 대답하기 굉장히 곤란한 질문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을 보면서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사내 커뮤니케이션 툴을 통해 주요 경영진들이 회사의 상황을 알리고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것(댓글을 통해)을 볼 수 있었다. 


B 업체에서 일한 지는 이제 두 달 밖에 안됐기에 어두운 부분까지는 아직 파악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굉장히 다른 세 개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느낀 것이 있다면,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직원의 회사에 대한 ‘신뢰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Transparency(투명함)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직원들은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상당히 소통을 잘 했던 대통령이라 생각한다.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툴


이번에는 정책보다는 ‘툴(Tool)’에 대해 잠시 얘기해보고자 한다. 회사-직원 관계가 아닌, 회사의 정책 하에 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사용되는 툴에 대한 얘기다.


S 업체에서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툴을 들자면 이메일, 메신저, 전화 였다. 퇴사 전 몇 년간은 사내에서 개발한 채팅 앱도 사용하곤 했지만, 업무상 주로 쓰던 방식은 위 세 가지였다. 이메일은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툴이긴 하나, 다분히 공식적인 느낌으로, 주로 업무 전달/소통 시 사용되었고, 일반적인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은 사내(계열사)에서 개발한 메신저로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퇴사 후 C 업체에서 다른 툴을 경험한 이후는,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커뮤니케이션 툴 이름이 Single이라는 점이었다. 소통을 위한 툴인데 왜 Single이었을까)


C 업체 입사 후 초반에는 이메일 그리고 카카오톡을 주로 썼다. 이메일은 Gmail 기반이었기에 스마트폰에서 쉽게 동기화하여 사용할 수 있었고, 사내 문서도 주로 Google Doc을 사용해서 쉽게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카카오톡을 업무에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불편했다. 간단한 대화는 무리가 없겠지만 채팅 창 여러 개를 왔다갔다 하고, 필요한 파일을 주고 받으면서 업무를 하기에는 사용성 측면에서도, 그리고 보안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았다. 이에 입사 1년 후부터는 그 유명한 Slack이란 커뮤니케이션 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 툴 덕분에 생산성이 굉장히 향상되었다고 생각한다. 조직별/프로젝트별로 채널을 따로 만들어놓은 후 한 App으로 모든 소통을 했고, 파일/이미지를 주고 받는 게 훨씬 편해졌고, 알림(notification)도 채널별 중요도에 따라 레벨을 설정하여 받을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주로 개발/제품팀에서 사용했기에 그 외의 Stakeholder들(CS, 마케팅, 영업조직 등)과는 결국 기존 채널을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B 업체에서는 기업용 Facebook을 사용한다. 공식 명칭은 Workplace이다. 공개를 해도 되나 고민했으나 찾아보니까 공식적으로 B 업체가 Facebook의 고객사임을 공개해놓았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Slack을 사용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소통 채널은 Workplace이다. 사실 첫 느낌은 ‘대혼란’이었다. Facebook에서도 그룹이 있지만 Workplace에서도 팀별/프로젝트별/여러가지 별로 그룹이 존재하고, 입사 후 반 강제적으로 여러 개의 그룹에 가입하게 되면서 쏟아지는 알림 메시지(notification)으로 굉장히 산만한 한 주를 보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Slack과 같이) 그룹에 따라 Favorite 지정과 함께 알림 레벨도 설정하였고, 지금은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산만하진 않다.


사실 기능상으로는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Workplace를 소통을 위한 채널로 지정하고 집중하고 있으며, 개발팀 포함 모든 조직이 한 플랫폼에서 소통을 하다보니, 예전보다 어떤 ‘궁금증’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혹은 해결책을 위한 실마리)을 찾는 시간이 빨라진 것 같다. 대충 어떤 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체 검색을 하면 그 문제와 관련된 팀이나 모임 그룹이 나오고, 그곳에 질문을 올리면 빠른 시간 안에 댓글이 달린다. 그리고 중요한 공지사항도 메일보다는 Workplace를 통해 관련된 사람들에게 빠르게 공유되고, 피드백도 바로바로 받을 수 있다. 모두에게 익숙한 Facebook 인터페이스에, 이메일보다 훨씬 캐쥬얼한 소통방식(like, 댓글, follow 등)으로 인해서인지, 직원들간의 소통이 굉장히 활발하다. 기존에 경험했던 채널보다 훨씬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다고 느낀다. 




회사에 대한 신뢰, 직원들의 참여도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나 자신도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위에서 회사-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예를 들면서 ‘신뢰’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고, B 업체에서의 경험을 생각하면서 ‘참여도’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Training 받을 시 토의 키워드가 Ownership(오너쉽), engagement(참여) 였던 기억이 난다. 여러 dot들을 연결해보자면 결국 회사가 직원들을 신뢰하면 직원이 회사를 신뢰할 것이고, 회사가 직원을 신뢰하면 직원들의 참여도도 커질 것이다 라는 점이다. 국가가 달라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S / C 업체와 B 업체의 차이는 ‘회사(경영진)가 직원을 신뢰하는가?’에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관계에 있어서도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듯이, 회사가 직원과 소통할 때도 투명한 정보를 기반으로 다가가야 한다. 회사가 직원 앞에서 투명해 질 수 있는가는 회사가 얼마나 직원을 신뢰하는 가에 달려있다. 그리고 회사가 직원을 신뢰하면 직원들은 시키지 않아도/Micro manage하지 않아도 회사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결국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들인데,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하고 서로 소통하면 조금은 더 ‘잘 먹고 잘 살게’ 되지 않을까 한다.


* 위에 B 업체에 대해 좋은 점만 썼지만 이 글은 ‘소통’에 관한 부분만 다뤘지, 다른 부분들은 다루지 않았음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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