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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형 은행원 Dec 15. 2018

4-1. 주식과 채권이 만들어지는 과정 Part 1

주식과 채권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

핫도그 가게를 최고가에 판매하는 방법


나임과 밥 아저씨는 리그 오브 레젼드를 함께하며 친해진 사이였다. 밥 아저씨는 언제나 운명의 한타 시점에 개발을 날려 나임을 열 받게 했다. 그럴 때면 밥 아저씨는 패배의 분노로 길길이 날뛰는 나임에게 핫도그를 튀겨주곤 했다. 원래 못생긴 사람들끼리는 쉽게 친해지는 법이다. 밥 아저씨의 핫도그에는 모든 시름과 패배의 분노를 잊게 해 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었다.


최초 밥 아저씨의 핫도그 가게는 리어카 한대와 방수천으로 이루어진 포장마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 밥 아저씨의 핫도그 가게는 더 이상 가게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밥 아저씨의 핫도그 가게는 하나의 다국적 기업이다. 밥 아저씨는 전 세계에 핫도그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핫도그계의 거물이었다. 하지만 이제 밥 아저씨는 너무 늙었고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반평생을 핫도그를 튀긴 그가 이제 핫도그를 튀기는 기름 냄새와 소시지 냄새에 질려버린 것이다. 은퇴를 하면 그는 매일매일을 봄날 같은 사랑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빌 것이다. 밥 아저씨는 한 번의 이혼경력과 50세의 나이, 볼록 나온 올챙이배 정도는 포르셰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 쫌생이는 바닥부터 성층권으로 올라간 사람답게 셈이 지나치게 밝았다. 밥 아저씨는 가급적 자신의 핫도그 가게를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싶었는데 이게 맘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최초 밥 아저씨는 자신의 핫도그 가게를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지인이나 종업원들에게 판매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이렇게 제한적인 풀에서 매수자를 찾는 것은 매매가 이루어지기도 어렵거니와 제값을 받기도 쉽지 않다. 밥 아저씨는 고민하다가 이베이와 아마존에 기업을 매각한다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서도 기업을 매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일반적으로 핫도그 가게 - 즉 기업이라는 상품은 컴퓨터나 자동차보다 복잡한 데다 가격도 훨씬 더 비쌌기 때문이다. 아마도 천억 원 정도의 단위를 넘어가는 매물은 그것이 손목시계 건, 그림이건, 크루즈이건 인터넷을 통해 판매될 수 있는 임계점을 한참 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아마존이 아무리 모든 것을 팔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한들 밥 아저씨의 핫도그 가게가 아마존에서 판매될 가능성은 없다. 이베이, 쿠팡, 알리바바, 중고나라도 마찬가지다. 밥 아저씨의 핫도그 가게가 제값에 거래될 수 있는 창구는 오직 금융시장뿐이다. 하지만 밥 아저씨가 월스트리트의 중심에 가서 돗자리를 펴고 핫도그 가게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기꾼 취급을 받을 수 있을뿐더러 재수가 없으면 경찰에게 끌려갈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밥 아저씨가 자신의 핫도그 회사를 판매하고 싶다면 반드시 금융기관들에 의뢰를 해야 한다.


밥 아저씨는 먼저 일전에 기업을 매각해본 경험이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고 이들은 밥 아저씨에게 지극히 현명한 조언을 해주었다. 기업을 매각하는 것 또한 핸드폰을 사는 것과 같아서 여러 가게를 방문하고 상담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 매각은 복잡할지 몰라도 본질적으로는 최저가에 핸드폰을 구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핸드폰 가게와 다른 점은 밥 아저씨가 자신의 기업을 팔기 위해 금융기관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화면 충분하다. 밥 아저씨는 금융기관들에 전화를 해서 "얼마까지 해줄 수 있어요?"라고 물었고 금융기관들은"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금융기관들은 자신이 밥 아저씨의 핫도그 가게를 얼마에 팔아치울 수 있을지 맹렬하게 계산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가를 불렀다.


기업 매각 주관은 복합 금융 예술이다. 아울러 그 규모가 기본적으로 몇 백억 원에서 몇 조원까지 달하는 기업매각 주관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산업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은 작은 나라다. 기업 매각 주관은 일 년에 몇 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런 건수가 발생할 때마다 금융기관들은 수익성은 물론이거니와 경잭사에게 만은 절대 질 수 없다는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한다. 즉 그들 사이에서 "얼마에 팔아줄게"라는 최고 가격 입찰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국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사람이 딜을 따내고 주관 수수료를 가져간다. 금융기관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밥 아저씨에게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발버둥 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딜 자체를 따낼 수 없다. 너무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기업 매각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실패는 금융기관에 금전적인 손실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평판상의 대미지를 입을 수 있다. 그러므로 금융기관들은 가격을 써내기 전에 최대한 높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매각을 완료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 그리고 이 노력은 궁극적으로 두 가지 질문으로 수렴한다. 핫도그 가게의 실질적인 가치와 그것을 매각하는 최적의 형태다.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딜을 가져갈 수 없다.


핫도그 가게의 가치 측정


밥 아저씨의 핫도그 가게를 판매하는 것은 5만 톤짜리 돼지를 판매하는 것과 비슷하다. 금융기관들이 핫도그 가게 딜을 따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의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는 일이다. 돼지로 치면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지 못하면 매각예정가를 산출할 수 없다. 하지만 세상에 5만 톤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저울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돼지의 무게는 몇 가지 가정을 사용하여 측정해야 한다. 과거 판매된 돼지들의 무게, 부피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과거의 데이터가 이번 돼지한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가정이 있다면 금융기관은 줄자와 계산기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정확한 돼지의 무게를 산출할 수 있다. 물론 100%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정확할 것이다.


핫도그 가게의 가치 측정도 마찬가지다. 금융기관은 밥 아저씨의 과거 이익과 자산의 구성을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서 대략적인 기업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 핫도그 가계의 재무제표 숫자들을 엑셀에 쏟아 넣으면 핫도그 가게의 가치가 뿅 하고 나온다. 이것을 기업 가치 평가라고 한다. 기업 가치 평가가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판매할 수 있는 최고의 가격을 알기 위해서는 그것의 가치를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가치 추정에 대한 확신이 없을때 금융기관은 매각 가능 가격을 보수적으로 써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딜을 따낼 수 없다. 그러므로 금융기관들은 가장 먼저 밥 아저씨의 핫도그 가게의 정확한 가치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감정평가 법인 같은 용병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은 기업가치평가뿐 아니라 재무제표 상에 허위로 기재된 숫자까지 검증을 해준다. 아울러 가장 중요하게는 나중에 기업 매각 잠재수요자들에게 제공할 판매 팜플렛에 들어갈 수 있는 휘황찬란한 그래프들도 만들어 주곤 한다. 이들의 전문성과 더 중요하게는 서비스 정신이 왕성한 만큼 기업의 가치 측정 및 부수업무는 단계는 별로 어렵지 않다. 좀 더어려운 것은 판매해야 가격을 극대화할지 결정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육점 아저씨들이 돼지를 해체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핫도그 가게의 판매 형태 결정


앞서 우리가 돼지의 무게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면 지금부터는 돼지를 해체해서 판매하는 일이 남는다. 이것은 정육점에서 돼지의 사체를 시장의 수요에 맞춰 각종 부윗살로 해체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돼지를 최적의 비율로 해체하는 것은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이다. 돼지를 삼겹살이나 기타 다른 부윗살로 해체하는 것 만으로는 돼지고기 값을 극대화할 수 없다. 경험이 많은 정육점 사장님들은 삼겹살과 안심살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예민하게 감지하고 주어진 수요 하에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비율로 돼지를 해체한다. 예를 들어 삼겹살이 인기가 많은 시기에는 삼겹살에 좀 더 살을 붙여서 삼겹살의 양을 늘리고 안심의 비중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반면 삼겹살의 인기가 떨어지고 안심이 인기가 높아지면 안심의 비중을 좀 더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삼겹살의 두께, 껍질과 털의 처리방식, 칼집을 넣는 방식 등 다른 요소에 대한 세심한 배려 필요하다. 이것은 고차원의 항정식이고 이 방정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육점 사장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이 기업을 매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가치는 정해진 값이다. 아마 대부분의 금융기관은 핫도그 가게에 대해 비슷한 수준에서 가치를 산정을 완료했을 것이다. 특히나 핫도그 가게처럼 단순한 비즈니스는 더욱 그 가치 산정이 정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가급적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모든 금융기관들이 기업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통일된 방법은 기업의 소유권을 주식과 채권이라는 형태로 나눈 다음 가급적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가 통상 접할 수 있는 기업의 대부분(아마 모든 기업의)의 기업의 소유권은 주식과 채권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최초의 그 거래단위는 10만 원을 넘어가지 않는다. 우선 판매단위를 이렇게 잘게 설정하는 이유는 이것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수요자의 범위를 넓혀 주기 때문이다. 더 많은 수요는 더 높은 가격으로 이어진다. 만약 삼겹살을 100kg 단위로만 판매하는 정육점이 있다면 그 가게는 오래지 않아 문을 닫을 것이다. 이에 대부분의 정육점은 돼지고기를 1g 단위로 판매한다. 기업의 소유권에도 마찬가지의 논리가 적용된다.


기업을 주식과 채권으로 분리하되 이를 시장에 수요에 적합한 비중으로 계획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통상 기업의 소유권은 주식과 채권이라는 형태로 나누어진다. 종종 전환사채나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증권들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긴 한다. 이런 독특한 종목들을 금융기관의 업무처리가 미숙해 억지로 값을 맞추기 위해 만들었거나 기업의 재무상태가 시원치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이들을 이탈리아어로 메자닌(Mezzanin)이라고 하는데 - 한국어로는 땜빵이라고 한다. 좋은 기업에서는 땜빵들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런 종목들은 논외로 하기도 하자.


금융기관들은 기업의 소유권을 채권과 주식(그리고 가끔씩 땜빵도 포함해서)으로 나누어서 판매한다. 그 이유는 금융시장이 두 개의 소비자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안전한 자산과 수익성 높은 자산을 선호하는 정도에 따라서 소심한 마을 사람들과 용감한 마을 사람들 이 두 수요자 두 그룹으로 나뉜다. 두 수요층 모두가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수익을 내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는 다르다. 예를 들어 은행은 소심한 마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며 레버리지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전반적인 투자자산에서 일부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은 수익성이 낮더라도 안정성이 높은 금융자산을 선호한다. 반면 일반적인 주식형 펀드는 용감한 마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수익성이 낮을 경우 투자자금이 수익성이 높은 다른 펀드로 언제든 이탈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목적은 가급적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고 위험성이 존재하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금융자산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금융기관들은 기업을 주식이라는 단일한 상품으로만 가공해 판매해서는 제 값을 받을 수없다. 소심한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주식이 너무 위험이 높다고 생각할 것이고, 용감한 마을 사람들은 너무 수익성이 낮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의 두 종류로 기업의 소유권을 판매했을 경우 두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뿐더러 설사 그 중간에 위치한 수요자이라고 할지라도 주식과 채권을 일정한 비율에 따라 매입함으로써 자신의 입맛에 맞는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다. 투자에 대한 위험선호도에 따른 수요자의 분포는 넓게 분포하고 있고 이마저도 시시각각 변하지만 이렇게 채권과 주식이라는 두 개의 형태로 기업의 소유권을 구성함으로써 훨씬 많은 수요자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시장 수요에 적합한 비중으로의 주식과 채권의 분할은 그 모든 잠재 수요자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고 금융기관이 기업을 가급적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된다. 그러므로 금융기관들은 시장의 수요를 민감하게 예측하고 그들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 노력하며 최고의 가격에 기업을 매각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한다.


한 가지 감안해야 할 사항은 지구에는 소심한 마을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지구의 채권시장의 규모는 주식시장의 규모를 압도한다. 앞서서 우리는 지구인들이 위험회피적이라는 가정을 설명했다. 이 가정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지구인들의 여윳돈은 보수적으로 투자되고, 투자금은 보수적인 금융기관에 들어가 보수적으로 운용된다. 잠재 수요자의 대부분이 위험회피적인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가급적이면 채권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전체적인 기업의 값을 높게 받는데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리스크의 총량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채권의 비중이 너무 높아지면 남아있는 주식의 위험도가 너무 높아지고 전체적인 가격은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여기에서 금융기관들은 한 가지 선택에 직면한다. 두 잠재수요층의 니즈를 가장 잘 충족시켜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채권/주식 비중은 얼마인가? 어떻게 두 잠재수요층의 니즈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금융기관들은 정육점 사장님이 삼겹살의 비율을 산정하는 것과 동일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투자은행은 빠르게 시장에서 퇴출된다.


금융기관들은 이 모든 요소들을 감안해서 자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값을 적어서 밥 아저씨에게 알릴 것이다. 그리고 밥 아저씨는 그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금융기관 2~3개를 잠재 주관사로 선정할 것이다. 그리고 몇 번 가격을 더 올리기 위해 잠재 주관사 사이에서 핑퐁 게임 비슷한 것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값을 부른 금융기관과 주관사 선정 계약을 하게 된다. 이것이 지구의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이 만들어지는 대략의 과정이다. 다음 글에서는 주식과 채권이 각각 어떤 속성을 갖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주식과 채권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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