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도'는 물론이고 '도덕경'도 모릅니다. 동양철학을 공부한 적도, 노장철학에 대해 깊이 들여다본 적도 없거든요. 무위자연도 모릅니다. 다만 학창 시절 한문시간에 떠들다가 선생님께 걸려서 '무위자연'을 지독히도 반복해서 썼던 기억은 강렬히 남아있죠.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따르는 것'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를 돌아다니면서 이곳의 교통체계가 도덕경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가 아니고 한 페이지를 펼친 것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사방에서 경적소리가 들리지만 모두 차분하다
방글라데시에선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찾는 게 힘듭니다. 그럼에도 자동차와 사람들이 서로 잘 다닙니다. 궁금하더군요.
"한국은 신호등도 있고 횡단보도도 있는데 교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잖아. 여기는 신호등도 없고 횡단보도도 없는데 왜 다들 잘 다닐까?"
이 고민을 시작으로 얼마 되지 않아 스스로 답을 찾았습니다. '무위자연'에서 말이죠. 앞차가 움직이면 맞은편 차가 멈추고, 도로에 차가 다니면 사람이 안 지나가고, 사람이 걸어가면 차가 멈추는 시스템. 마치 태극권 같이 '물 흐르는 것(사실 태극권을 배운 적도 없어서 사실 잘 모릅니다)'과 유사한 움직임을 교통체계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규칙이 운전자와 운전자,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어서 교통사고가 없던 게 아닐까 생각했죠. 이곳의 시스템을 보고 있으니 한국의 교통체계는 너무 유위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더군요. "상호간 약속만 있어도 충분한데 굳이 거추장스럽게 법과 규제, 신호등이 필요한가"하고 말입니다.
무위자연과 연관 지으며 열심히 방글라데시에서 차와 차, 차와 사람이 서로 안 다치고 다니는 이유를 얘기했는데, 구글에 '방글라데시 교통사고'를 검색하자마자 사고 뉴스가 주르륵 뜨네요. 그렇습니다. 사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죠. 인간들끼리의 약속과 양보만으로 잘 굴러갔다면 지금 세계가 이 꼴이 나진 않았습니다. 유위와 무위, 그 사이 적절한 어딘가를 찾아 균형을 잡아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