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현지 문화에 무지했던 어떤 한국인이 저지른 중대한 실수에 관한 얘기입니다. Head office에 출근하며 적응훈련을 하고 있던 2023년 1월 18일 수요일 점심시간이었죠. 여기선 매일 점심으로 커리를 준비해 주십니다. 생선 커리, 양갈비 커리, 감자 커리, 치커리, 브로커리 등등 말이죠. 이날은 삶은 계란 커리가 나왔습니다. "얼마 만에 보는 닭고기냐?" 하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줄을 서서 제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죠. 아,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여기는 자율배식제입니다. 드디어 제 순서가 왔고 저는 입맛을 다시며 삶은 계란 두 개를 제 접시에 담았고 후다닥 자리에 앉았습니다.
근데 무언가 어색한 기운이 제 주변을 감돌더군요. 이 어색함의 정체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주변 사람들의 접시를 봤습니다. 앗 차차...! 다른 이들의 접시에는 삶은 계란이 오직 한 개만 담겨있더군요.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제 접시에 있던 삶은 계란 두 개 중 하나를 얼른 밥 속에 숨겼습니다. 두 개의 삶은 계란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게 하나씩 조심스레 먹고 나서 오후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오후 수업을 담당했던 선생님은 방글라데시에서 오랫동안 거주하신 한국분이셨는데 우연의 장난인지 식사 예절과 문화를 알려주셨습니다. 그 수업에서 저를 감쌌던 어색한 공기 흐름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구내식당에선 사람의 숫자대로 음식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즉, 점심을 먹는 사람이 추가되거나 기존 인원 중 누군가가 자신에게 할당된 양을 초과해 먹으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끼니를 맨밥과 채소반찬으로만 때운다는 것이죠. 게다가 선생님께서는 "계란이나 고기는 한 사람에게 한 덩이 또는 한 개씩만 허락되니까 그렇게 알고 드시면 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방글라데시에 같이 온 친구 T가 "형 아까 두 개 먹지 않았어요?" 덧붙이며 저를 확인사살 했습니다. 아...흐흐흑...
제가 삶은 계란 하나를 더 먹음으로써 계란을 먹지 못하게 된 직원분은 맨밥과 채소뿐인 자신의 점심 식사에 얼마나 실망하셨을까요.
"어라..? 내 계란이 어디 갔지?"
분명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우셨겠죠... 유감스럽게도 그 계란은 이미 제 뱃속에 들어가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