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방글라데시에 도착한지 40시간이 지났습니다. 고작 이틀도 지나지 않았는데 제목이 무슨 소리냐고요? 하루에 한 팩의 치약을 즉, 이틀 동안 두 팩의 치약을 모두 써버린 어떤 한국인에 관한 얘기입니다. 이 한국인의 특징은 '신장 약 177cm', '좋아하는 과자는 홈런볼', '신발끈은 혼자 묶을 줄 앎' 정도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제 얘기입니다.
지난 이틀간 호텔방에 있는 샤워실에 비누와 함께 올려진 세면용품이 있길래 당연히 샴푸인 줄 알고 머리를 감았거든요? 근데 오늘은 머리를 몇 번 쓱쓱 문지르지도 않았는데 화끈거리더군요.
'와... 여기 샴푸는 꽤 시원하네? 좀 따가운 것 같기도 하고...'
허나 아무리 문질러도 거품이 생각보다 많이 안 생겨서 몸에도 칠해봤죠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됐습니다. 몸에 칠하자마자 두피와 피부에서 '시원함' 보다는 '따가움'이 심해져서 재빨리 물을 틀고 전신을 헹궜습니다. 온몸이 박하사탕 공장의 드럼통에 담겼다 나온 것 마냥 화끈거리길래 이거 뭔가 잘못됐다 싶어 재빨리 제가 쓴 '샴푸'에 쓰인 글자를 읽어봤습니다.
아. 뿔. 싸
모델 두 분이 하얀 건치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고 계신 것 아니겠습니까?
이미 다 짜버린 치약
활짝 웃어요
UPTO 12 HOURS FRESH BREATH
TRIPLE FRESH FORMULA
MENTHOL FRESH
예, 그렇습니다. 치약을 샴푸로 착각해서 전신을 씻은 것이지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정신 차릴 놈이구나!"는 문장이 저에게 해당되는 말이라는 걸 오늘 깨닫게 됐습니다. 덕분에 12시간 동안 제 모공은 신선한 숨을 쉬고 있겠지만 말이죠. 여러분은 외국에서 샤워용품을 쓸 때 꼭 글자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여하튼 제 방을 매일 아침 청소해 주신 직원분은 매번 새 치약을 제 방에 가져다 놓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