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개구리다.
말리면 하고 싶고, 하라고 하면 하기 싫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참 희한하다.
어린 나이에 취업을 해서 고향을 떠나왔다.
입사하는 날, 45인승 버스를 타고 회사에 합격한 친구들과 함께 회사 근처 역에 내렸다.
다들 멋있고 예쁜 캐리어를 끌고 왔는데,
나는 아르바이트하던 마트에서 산 흙갈색의 캐리어를 꼭 잡고 왔다.
그렇게 입사를 했다.
처음에는 회사가 너무 바빠서 일이 많아 힘들었지만,
또래인 동기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아빠는 나에게 전화를 자주 하셨는데,
늘 "힘드나? 힘들면 내려와라. 아빠랑 있자."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 힘든 건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회사를 오래 다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나는 "아니다. 안 힘들다."라고 답했다.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한 번은 예체능 학원을 너무 다니고 싶어서 “나도
학원 보내줘!"라며 부모님께 엄청나게 떼를 썼다.
내가 했던 말도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다른 애들은 다 다니는데 나만 안 다닌다.' 같은 뉘앙스였던 것 같다.
그 말은 부모님께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서 아빠는 나에게 "미안하다."라고 하셨다. 그 말의 앞이 다 생략되었어도 나는 아빠의 마음을, 그리고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빠가 그 말을 하니 이상하게도 괜찮아졌다.
그 후로 나는 예체능 학원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몇 년 전, 퇴사를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던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 퇴사할까?"
사실은, 어이없게도 엄마의 퇴사를 하라는지 말랐는지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물어봐주고, 따뜻한 말을 기대했던 것 같다.
엄마는, "와, 그 좋은 회사 좀 더 다니지."라고 했다.
그러자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엄마는 젊으셨을 때 허리를 다쳐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둔 것이 늘 마음 한편에 짐으로 자리 잡으셔서 그러셨다는 것을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걸 모르던 그때 당시에는 그저 내 편의 응원을 바랐던 것 같다.
참 희한하다. 나는 정말 청개구리인가 보다.
다시 한번 내 소개를 할게.
안녕? 나는 청개구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