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없는 자의 사서 걱정
얼마 전 직장 복귀를 앞두고 고민하는 직장맘의 이야기를 읽었다.
https://brunch.co.kr/@byeolbamee/2#comment
나 역시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7년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10년째 전업맘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세월을 겪어오니 인생은 결국 선택이다. 역시 그만두길 잘했어. 육아는 늘 예측불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 내가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이 상황의 죄책감을 견딜 수 있었을까 싶다가도 이름 없는 들꽃만도 못한 '누구 엄마', '누구 아내' 라는 호칭에 익숙해져 누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라고 물어오면 화들짝 놀라며 "제 이름이요?" 너무나도 어색한 나의 이름 석자를 댈 때는 낡은 창고에서 찾아낸 옛 기억처럼 희미해진 나의 존재감에 내 것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후회가 든다.
어쨌거나 인생에 정답은 없는 법. 이미 갈등을 하고 있다는 건 결심이 섰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원하는 걸 선택하고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하길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같은 마음으로 공감하는 여러 댓글을 읽어 나가다가 그러게 왜 피임을 안 하냐 혹은 직장맘을 대놓고 비하하는 글들이 적지 않음을 보고 놀랐다. 작가님도 다분히 발끈해 보이셨으나 그 모든 댓글에 일일이 답변을 달아놓은 걸 보고 보통 멘탈은 아니시니 충분히 직장맘을 잘 해내실 것 같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지만 씁쓸함은 남았다.
싸이버 싸대기
싸이 미니홈에 보스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보스턴은 한강이 가로지르는 서울처럼 동서로 가로지르는 Charles 강을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는데 강을 건너 만나는 하바드 스퀘어(Harvard Sq.)는 학생 도시인 보스턴에서도 유독 젊음의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평생 강남에서 자라 시내에 나가볼 일이 없었던 강남 촌년이 명동에 갔을 때의 첫인상. 거리에 가득한 노점상들과 상인들, 양복쟁이부터 학생들까지 숨차게 오가는 사람들 틈에서 느꼈던 좀 덜 정돈된 그러나 살아 숨 쉬는 도심의 활기랄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찰스 강 남쪽의 쇼핑가가 즐비한 Copley Square에 비해 카페마다 가득한 학생들과 거리에서 노래하는 히피들이 멋스럽게 대조되는 하바드 스퀘어는 그때 받았던 거친 생동감이 느껴지는 지역이었다.
아마도 그런 생각을 적었나 보다. 내 미니홈피의 게시물은 대부분 전체 공개였지만 난 워낙 소셜 하지 못한 사람이라서 어차피 내 글의 독자들은 몇 안 되는 일촌들이 전부였다. 어느 날 익명의 댓글이 달렸는데 “꼭 강남에서 별것도 아닌 것들이 강남 강북을 따진다며 웃기고 있네" 머 이런 내용이었다.
난 강남, 강북을 비교한 것도 아니고 아마 그렇게 썼더라도 지역적인 구분이었을 뿐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우월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그 글을 보니 마치 길가다 싸대기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깜짝 놀라서 바로 글을 일촌 공개로 바꾸고 황급히 미니홈을 나와 버렸는데 그 일이 얼마나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글을 하나 올렸다가도 '괜히 썼나', '혹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건 아닐까', '당분간 글을 쓰지 말아야겠다' 등 악플의 입문 수준도 안 되는 이런 악플에도 이렇게 가슴이 뛰는데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악플을 견뎌내고 있는 10대의 연예인들이 안쓰러움을 넘어서 위대하게 생각되었다.
세상 밖으로 한 발짝
그래서 난 나의 안전한 세상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인들끼리의 소통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점점 네트워킹의 바운더리가 확장될 때마다 나를 드러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날것의 나를 보여주고
같은 생각을 나누고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었던 마음.
그것이 브런치를 택한 이유였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댓글, 공감 하나 없는 날들이 계속되면서,
'내 글이 이렇게 일기장에 끄적이는 것만도 못한 형편없는 글이었구나'
매일 자존감이 떨어지고 움츠러드는 가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에 찾아주실지 모르는 댓글러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어떠한 여론 몰이를 할 영향력도 없고 특정인을 비하하거나 비판할 의도도 전혀 없습니다. 맞대고 싸울 기력이 있으면 왜 이곳에 글을 쓰겠습니까. 때로는 감정이 격해 다소 과한 표현을 쓸 때도 있겠지만 제 글이 불편하시면 그냥 조용히 나가셔서 무시해 주세요.
(물론 진심 어린 조언과 충고는 언제나 감사합니다)
저는 익명의 폭력 앞에 한없이 쪼그라드는 소심한 아줌마일 뿐이랍니다.
격려하고 위로하는 아름다운 브런치 함께 만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