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집 앞에서 만난 뉘집에서 온지 모를 너와 나와 그들
2011. 03
16*20
Oil on Canvas
아마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가을을 그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여름 한 철 푸르른 생명의 빛을 한껏 자랑하던 잎들이 속절없이 그 젊음의 빛을 잃어가는 계절.
누군가는 빛바랜 갈색으로, 누군가는 생을 다한 노인의 낯빛같은 흐릿한 노란빛으로
누군가는 마치 마지막을 알고 남은 생명을 불태우듯 타는 듯한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계절.
그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오묘한 가을빛보다 나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건,
각양각색으로 저물어간 그들이 땅에 떨어져 켜켜이 쌓여 드러나는 형용할 수 없는 가을빛이다.
사그락 바스락 내딛는 발아래 힘없이 스러지는 그 치열했던 지난 삶의 조각이 안타까워 일부러 빈 공간을 찾아 머뭇거리는 가을의 산책길.
그 미약한 시절의 조각을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서툴고 어설픈 붓질을 시작했다.
바스락 귓결에 스칠듯한 작은 소리에 스러져갈 우리네 삶의 순간들이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