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불은 빨리 가란 뜻이야?

time to slow down

by sandew

영화, '싱크홀'에서 대리 운전을 하던 차승원(정만수 역)은 말했다.


노란불일때 서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죠.

전, 가는 쪽입니다.


빵터져야 할 순간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놀이학교에 다니던 막내가 어느 날 신호등에 대한 노래를 배워왔다.

초록불엔 Go~~

빨간불엔 Stop!

그러면서 묻는다.

엄마, 노란불은 모야?

노란불은 slow down이지~

응?!!! 노란불은 빨리 가란 뜻 아니야?


그랬다.

나에게 노란불은 늘 빨리 가라는 신호였다.

줄줄이 신호가 늘어선 뉴욕의 Avenue를 지를 때면, 더더욱 선명하게 나를 부르는 불빛들.

초록불이 찹찹찹, 혹은 빨간불이 찹찹찹,

동시다발이 아닌 순차적으로 변하는 순간을 맞게 된다.

그러니 가장 쫄깃한 순간은 그 간격, 노란불의 찹찹찹이다.

갑자기 맘이 바빠지면서 한 블럭이라도 더 가서 멈추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구 내 지르다 보면

때로는 기대보다 못 미쳐, 때로는 기대 너머의 어느 지점에서 걸려 숨을 고르게 된다.

slow down.jpg "slow down", 2022.01.(미완), 48*24, oil on canvas

사실,

초록불에서 빨간불로 바뀌기 전 노란불이 켜지는 건 멈춤에 대비한 slow down을 시작하라는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신호 상식이다.

그럼에도 기껏해야 내 시야의 중반 너머나 중반 이후로 전후에서 멈추게 되는 줄 빤히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가겠다고 내지르고야 마는 욕심, 오기, 미련...

그 방식대로 살아왔나 보다.




40대 중반... 지금이 열심히 내지른 그 시야의 중반 언저리 어디쯤일까.

살면서 몇 번 인가 잠시 숨을 고를 때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난 멈추지 않았다.

그러기엔 내 삶이 꽤 그럴듯해 보였으니까

조금만 더 가면 한 발짝 먼저 갈 수 있을 거 같았으니까.


규정 속도를 어긴 것도 아니고 빨간불에 간 것도 아니며

난 그저 남들이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을 때 조금 더 열심히 간 것뿐이었지만,,,


그래서 억울한 지금의 나에게 조용히 말해본다.

남들이 멈출 때 멈추는 건 뒤쳐지는 게 아니라 순리를 따르는 거야.

아마도 지금이 그때인가 봐.

잠시 쉬어가는 시간.


매거진의 이전글Everyday, a new 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