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기념품

by 호접몽


여행을 할 때 기념품을 돌리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이지만, 솔직히 그 여행지의 기념품은 그 사람에게나 소중하지, 상관없는 사람이 보기에는 이게 뭔가 싶지 않은가. 뭐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지인들은 그랬다. 차라리 밥이나 사라고 군더더기 없는 솔직한 돌직구 직언에 언제부터인가는 그냥 기념품은 나를 위해서만 생각하기로 했다.



쓸데없는 기념품을 떠올려보면 '차'를 구입한 것이다. 'Car'가 아니라 'Tea' 말이다. 인도에서 차가 유명한 다르질링에 가서 홍차를 사 오기도 하고, 베트남 갔을 때 커피를 사 오기도 했으며, 중국에서 차 가게에 가서 차를 사 오기도 했다. 물론 한국에 돌아오니 믹스커피만 마시다가 유통기한은 거뜬히 넘기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쓸데없는 짓 한 거다.



그러다 보니 점점 기념품 구입은 그곳에 유명한 것보다는 나의 일상에 필요한 소소한 도구 같은 걸로 변화했다. 볼펜이든, 지갑이든, 액세서리든, 내 일상에 충분히 녹아들 만한 것으로 장만하게 된 것이다.



매일 아침, 커피 한 잔 마실 때 사용하는 컵은 파리 잡화점에서 사 온 하얀 잔이다. 비록 그 잔을 채우는 것은 믹스커피일지라도 나는 그 잔에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 그동안 다이땡 잔도 써보고 돈 좀 들인 잔도 써봤지만, 역시 나의 소비는 '의미'에 있었다. 이 한 잔은 나에게 에너지를 채워주는 의미가 있다.



그 찻잔을 올려놓는 티 테이블은 인도에서 사 온 것이다. 친한 언니와 같이 인도 여행하던 중 구경만 하러 들어갔다가 충동구매를 하고 만 것이다. 인도인들의 상술은 대단하다. 학생이어서 할인해주고 두 개 산다고 깎아주고, 그러다 보니 판매하는 사람도 구입하는 사람도 다 기분이 좋았다. 둘이 엄청 할인해서 좋다고 샀는데, 나중에 집에 가지고 올 때에는 "우리 이거 왜 샀냐?"라며 충동구매에 약간의 후회를 하긴 했다. 하지만 독특한 문양의 이 테이블은 나의 배달 수고를 더해 여기에 단 하나뿐인 의미로 함께 하고 있다.



『돈을 디자인하라』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팀장님, 백화점 세일기간이라서 한 번 둘러봤더니 맘에 드는 트렌치코트가 90만 원이나 되더라고요. 남은 예산은 50만 원밖에 없고. 예전 같으면 카드로 긁어버렸을 텐데."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어쩌긴요. 뭐 아쉬운 대로 아울렛 가서 40만 원대의 비슷한 디자인 옷으로 만족해야지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100% 만족하는 소비가 아니면 차라리 안 하고 만다는 것이 제 소신이거든요. 거꾸로 어떻게든 맘에 드는 물건을 손에 넣을 방법을 생각해보세요."
"어떻게요?"
돈을 모으기 위해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것은 실패하기도 쉽고, 삶의 질을 저해할 수도 있다. 쓸 때 쓰면서 모을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

『돈을 디자인하라』 55쪽







소비에 필요한 것은 역시 가심비. 나의 마음에 훅 들어오는, 첫눈에 마음을 사로잡는 물건이어야 일상에 녹아들 수 있다. 솔직히 저 돈이 있고 지금이 코로나와 상관없는 때라면 비행기 티켓을 구입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마다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 소비는 필요하다. 마음에 딱 드는 물건이 아니면 가끔 후회하게 된다.



어쩌면 코로나로 꼼짝 못 하는 지금이야말로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시기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억눌렸던 소비를 시작할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고, 여행도 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도 구매하면서 억눌린 감정을 풀 시기가 올 것이다. 그때 100% 만족하는 소비를 하기 위해서 오늘은 여행지에서 구매할 물품 목록을 작성해보아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길거리 동물과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