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찍은 교통 표지판 사진을 보니

by 호접몽


전 사진을 정리하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추억에 깊이 빠져들어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귀차니스트 여행법 포스팅을 시작할 때 되도록이면 예전 사진을 들춰보지 않고 기억만 조금씩 꺼내 야금야금 떠올리며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92일이 지나고 나니, 나 자신과 약속한 100일의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순간이 오고 만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어쩌면 내 하드 속에서 이 사진들이 계속 잠만 자고 있을 것 같아서 부랴부랴 들춰보았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시간이 휙 흘러버린다. 그때의 나는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도무지 왜 찍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진들도 많이 보였다. 이런 것 말이다. 우체통이나 쓰레기통 같은 것을 왜 찍었을까.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교통 표지판도 있다. 먼저 나온 표지판은 경적을 울리지 말라는 것이다. 인도에는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수시로 경적을 울린다. 차 뒤에도 보면 경적을 울려달라는 글도 붙여놓는다. 우리가 '초보운전' 같은 것을 붙이는 것처럼 말이다. 신기한 것은 경적을 울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울려달라'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로가 너무 시끄럽고 도대체 어느 시점에서 길을 건너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제자리에 서있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경적도 안 울리고 조용히 지나가는 차를 보며 깜짝 놀라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다 같이 경적을 울리는 상황에서는 조용히 가는 사람이 무언가 질서를 안 지키는 느낌이 드는 것, 그런 것이 우리네 삶인가 보다.



다음 표지판은 궁금해서 찍어두었는데 잊어버렸나 보다. 저건 뭐지? 건너가라는 소리인가? 알아서 무단 횡단하라는 건가?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시면 저에게도 알려주십사 부탁드린다.



이 사진은 인도 남부의 어느 사원 입구일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추정된다. 사원의 입구에는 이렇게 화환을 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록에 남기지 않아서 확신 있게 말을 못 하고 그냥 추정해본다. 아이쿠, 소심하다. 암튼 거기에서 저런 것까지 봤다. 코끼리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순간의 기억이 전혀 없으니, 그냥 사진으로 추측해보자면 나는 코끼리가 엄청 신기해서 찍었을 것이다. 아마 그랬을 거다.



길 가다가 만난 톨게이트.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물론 톨게이트가 다 그런 것이 아니라 저곳이 그랬다는 사실은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알아주실 거라 생각한다. 이런 사진들만 모아놓고 보니 인도가 그런 곳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그렇다. 어제 『가짜 세상 가짜 뉴스』라는 책을 읽고 나서 더 그런가 보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이 사진도 함께 올려본다. 도로에 버스도 있고 택시도 있고 우마차도 있는 뭄바이의 어느 도로에서 찍은 사진이다. 인도는 다양한 모습이 어우러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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