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바스티유 장날

by 호접몽


제주 서귀포에는 오일장이 선다. 4일, 9일 이렇게 말이다. 한때는 4일과 9일이 되면 '오늘 장날이지!'하고 떠올렸다. 거기에서 자주 가는 야채 가게, 건어물 가게도 떠오르고, 옛날 과자나 호떡, 찐 옥수수 앞에서는 그냥 지나가지 못하고 하나씩 간식거리로 사 왔다. 떨이 시간에 가면 못 이기는 채 싹쓸이 해오기도 하고, 과일 가게에서는 계획에 없던 과일을 사 오기도 했다.



그날에만 사람들도 가득하고 활기로운 만남의 장이 된다. 물론 다른 날에 그곳은 텅 비어있는 좌판만이 썰렁하게 남아있고 말이다. 생각해 보니 서귀포 오일장 사진은 찍어놓은 것이 없다. 생활 공간이어서 새롭게 느껴지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서 그런가 보다. 그러고 보니 사진에 과감해지는 것은 여행지에서이고, 누가 봐도 '관광객'이라는 느낌이 있으면 서로 부담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의 활기찬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역, 도서관, 시장이다. 그중 오늘은 시장을 떠올려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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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바스티유에 가면 장이 선다. 아무 때나 그런 것은 아니고 목요일과 일요일에 분위기가 달라져 있다. 지난 여행에서는 두 번의 일요일이 있었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 바스티유 장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바스티유 장 Marche Bastille
파리에는 동네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장이 선다. 그중에서도 바스티유 장은 파리에서 가장 역동적인 장의 대명사로 꼽힌다. 목요일과 일요일 아침 7시부터 오후 2시 반까지 서는 이 장에는 없는 거 빼고 다 있다. 생선장사, 과일장사, 방물장사, 빵장사는 물론 아프리카의 수공예 조각품장사, 전 세계 신문을 다 모아놓고 파는 신문장사, 향신료장사, 치즈장사, 꽃장사로 700미터 남짓한 길에 옆으로 길게 늘어선 장사들은 아침부터 사람들의 마음에 흥을 불어넣는다.
《당신에게, 파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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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유 장은 목요일, 일요일 두 번 선다. 보통 일요일 장이 더욱 활기롭다고 한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인 일요일 오전에 바스티유 장에 방문했다. 보통 아침 7시부터 점심때까지 하니 오전에 간다고 생각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장바구니를 들고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찾는 사람들, 싱싱한 야채와 생선, 고기가 눈에 띈다. 물론 먹을 것 말고도 옷가지, 액세서리, 각종 잡화들도 가득하다. 오전만 반짝 문을 열고 마감하니 오전이 더욱 활기로운가 보다.

사실 이때 찍은 사진은 '후다닥'이었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착착착 찍고, 한참을 구경하다가 다시 한번 꺼내들고 착착착 찍고 끝! 사실 사진 찍는 것보다 구경하는 재미가 백배는 더하다. 혹시나 소매치기 주의하느라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한다.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게 구경은 해도, 소매치기가 무언가를 가져가는 것을 모르면 그건 조금, 아니 많이 아까운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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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서 나도 기웃기웃해보고, 올리브를 이렇게 다양하게 파는 것이 신기해서 일부러 카메라 꺼내 들고 찰칵! 사진을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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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도 엄청 커서 다 살펴볼 수 없었다.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던 곳이다. 별로 살 것 없다고 생각해도, 일단 그곳에 가면 지갑을 꺼내들고 두 손 두둑하게 이것저것 사들고 오게 될 것이다.



문득 거기에서 사 온 팔찌를 지금껏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여행지에서 사 온 물건은 그곳의 기억까지 함께 지니고 있어서 더 의미가 있다. 바스티유 장에서 먹어 치우는 것 말고 추억으로 남길 것 하나 챙겨온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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