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찍은 음식 사진을 찾아보니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생각해 보니 여행 중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함께 있는 사람들끼리 사진도 찍고 놀다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바로 먹기 시작해서 그렇다. 그 와중에 카메라에 여러 각도로 담아내는 것을 생각지 못한 것이다. 한참을 먹다 보면 '사진 찍어둘걸~'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기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요즘처럼 사진과 글로 남길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특히 더 그렇다. 왜 맛있는 음식을 사진으로 담아두지 못한 것일까.
사람 먹는 거 말고 동물 먹는 거 신기해서 사진으로 담은 적은 있다. 이렇게 파리에서는 토끼들이 바게트 빵을 먹고 있다. 그게 뭐 그리 신기했는지 사진에 담아둔 것이다. 하긴 애완용으로 토끼를 기를 때 당근 잘못 먹이면 큰일 난다고 들었다. 오히려 수분이 없는 건초를 먹여야 한다고. 하지만 '토끼' 하면 '당근'이 먼저 떠오르니 빵 먹는 토끼가 나름 고정관념을 깨 주었나 보다.
그러면 사람 먹는 건 무엇을 찍어놓았는지 한 번 볼까. 파리의 카페 레 되 마고에 가서 찍은 커피 사진이다. 파리의 생제르맹에 위치한 카페인데 생텍쥐페리, 사르트르 등 문인들이 많이 드나들었던 카페라고 한다. 카페 전경이나 내부 사진은 전혀 남기지 않은 채 커피 한 잔만 달랑 사진으로 남겼다. 커피를 시키면 초콜릿을 서비스로 제공해 준다.
왼쪽 사진은 가장 최근에 갔을 때에 매일같이 사 먹던 아몬드 크루아상과 그냥 크루아상이다. 여행 마지막 날 아쉬운 마음에 사진이라도 찍어둔 것이다. 오른쪽 크레페 사진은 사실 너무 맛없어서 찍은 것이다. 먹다 말고 사진 찍을 때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음식이 별로여서 먹는 것을 멈추고 딴짓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절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먹기 전에 사진 찍는 것은 덜 배고프거나 맛있어 보이지 않을 때에 가능하다. 난 그렇다. 그러니 먹기 전에 사진도 다양한 각도로 찍고 맛 평가도 섬세하게 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부럽다. 난 그냥 '배부르다', '맛있다' 정도이지 막 한 입 베어 물면 눈앞에 바다가 펼쳐지거나 어린 시절로 소환하는 그런 경험은 못한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한 입 먹고는 삼키지도 않고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 당최 믿기지가 않는다. 몇 입 먹어봐도 잘 모르는 것이 맛 이건만.
다음으로 대만 여행에서 찍은 음식 사진을 공개해야겠다. 특히 대만 여행 사진을 보며 이런 걸 왜 찍었는지 생각하게 되는 사진이 눈에 많이 띄었다. 길 가다가 들르지도 않고, 거기에서 먹지도 않았는데 왜 이 가게를 찍었는지 알 수 없는 사진도 있다. 그냥 길 중간에 있어서 신기했나?
쓸데없이 이런 사진이나 찍고 있었다. 여기에서 나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도대체 무엇인데? 왜 찍었는지 잘 모르겠는 사진이 엄청 많다. 일몰 사진도 몇 장만 찍으면 될 걸 여러 장을 찍어두어 보려니 눈 아프다. 사진 찍는 걸 그리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랬을까. 그냥 여행의 마지막이어서 아쉬워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대만 여행 사진에서 건진 단 하나의 음식 사진은 '어환탕'이다. 단수이에서 나름 유명하다고 해서 갔는데 도대체 이게 뭔지, 돈 주고 사 먹어야 하는 건지,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사진에 남았다. 덜 배고파서 다행히 먹기 전에 사진을 찍었고, 맛이 그냥 그래서 가게 전경도 찍었다. 아, 그냥 맛없다는 것이 아니라, 흠… 비교하자면, 어묵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거 한 입 먹으면 온갖 생선들이 춤을 추며 바다의 맛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나처럼 어묵이 그냥 그런 사람이라면 뭐 그저 그런 맛이라는 느낌 말이다.
다음으로는 인도 음식 사진을 올려본다. 여행 사진에서 찾을 수 있는 음식 사진 중 제일 많다. 색감도 가장 화려하다. 이 사진은 남인도에서 찍어둔 사진이다. 나름 일회용 식판인 바나나 잎으로 밑에 깔고 각종 반찬을 얹어 준다.
이 음식은 남인도 코발람에서 현지인들이 가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시킨 것이다. 그때 동행한 사람이 먼저 음식 사진을 찍길래 나도 한 장 찍어두었다. 이 음식은 쌀로 만든 것인데, 발효시킨 쌀을 쪄서 만든다고 한다.
남인도에서 그렇게 매일같이 이들리를 먹어놓고, 사진 한 장 안 남겨서 결국 검색을 했다. 술떡 비슷한데 더 부드러운 느낌이라고 할까. 같이 먹는 저 두 가지의 맛과 어우러져서 나의 아침식사를 책임지던 메뉴였는데, 그 장면은 내 머릿속에만 간직하는 걸로 해야겠다.
남인도 대표 음식으로 '도사'가 있다. 이것도 쌀로 만든 것인데 얇고 바삭하다. 저 안에 아무것도 안 들어간 것도 있고 무언가 넣은 것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편이 산뜻하니 좋다. 같이 주어지는 거 찍어 먹으면 충분하니 말이다.
오늘은 여행 중 맛본 음식들에 관해 떠올려본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음식들은 기억 속에 묻어두고, 오늘은 사진에 남은 이 음식들을 추억해본다. 역시 여행을 하며 왜 찍는지 이해하기 힘든 것이라도 많이 찍어두어야 하나보다. 결론은 '나 이런 사진 왜 찍었지?'라고 생각되는 사진 중에서도 나중에 필요한 것이 있게 마련이니 말이다. 그리고 여행 중에 웬만하면 음식이 맛있는 건 다른 사람이 해주는 밥이어서 그런가 보다. 마음도 한껏 들떠있고 말이다. 먹을 걸 떠올리니 벌써 배가 슬슬 고파진다. 얼른 글 마치고 간식거리나 찾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