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사 중인 것은 아닌 미술관 퐁피두 센터

by 호접몽

파리에 가면 '아직 공사 중인가?' 생각되는 미술관이 있다. 바라보고 있으면 뼈대를 투시해서 보는 느낌이 든다. 외관 자체로도 기존의 건물과는 다르다. 오늘은 파리에서 가볼 만한 미술관, 퐁피두센터를 떠올려본다. 


DSC03371.JPG



퐁피두 센터
1969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퐁피두가 파리 중심부 재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지은 건물이다. 설계는 국제 설계 공모전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건축가, 피아노와 영국의 로저스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이 맡았다. 색색의 파이프와 유리로 이루어진 기묘한 외관에 지상 7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립 근대 미술관을 비롯해 도서관(BPI), 현대 음악 연구소(IRCAM), 영화관, 창조과학센터가 들어서 있다. 미술관에는 마티스, 피카소, 미로, 레제, 자코메티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저스트고 프랑스 89쪽)


DSC03373.JPG
DSC03376.JPG
DSC03379.JPG
DSC03378.JPG



밖에는 줄이 길지 않아서 안심하고 바깥 구경에 시간을 더 보냈지만, 바깥 줄이 전부가 아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입장하는 문 앞에서 가볍게 짐 검사를 하고, 안에 들어가서 줄을 다시 선다. 바깥 줄에 사람 없다고 안심하지 말고 일단 들어가야 한다. 나중에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안쪽에서 줄을 서서 30분 이상은 기다렸다. 사람이 별로 없는 때였는데도 30분 이상 소요되었던 것이다.



내부에 짐 맡기는 공간에도 줄이 늘어서 있다. 미술관 관람을 할 때에는 맨몸으로 다니더라도 나중에는 지친다. 여기까지 왔는데 작품 하나라도 더 보고 가고 싶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마련이니 숙소에서 최대한 가볍게 하고 나올 필요가 있다. 든든하게 배도 채우고 커피도 한 잔 마신 후에 관람 시작!


DSC03434.JPG
DSC03408.JPG



이런 것들도 이 공간에 들어오니 작품이 되었다. 특히 가전제품 구입하면 딸려오는 저것들이 작품이 되어 퐁피두 센터에 전시되다니! 사실 나 저거 보고 난 후 집에 와서 가전제품 구입하고 나온 그거 함부로 못 버리겠더라. 방 안에 전시해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면 표절이니 의미 없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다시 쓰레기로 보임.



때마침 '마그리트 특별전 - 이미지의 배반'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관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DSC03443.JPG
DSC03442.JPG

파리 전경이 보이니 작품 감상에 앞서서 파리 집들을 배경으로 사진 찍고 놀다가 들어갔다.

DSC03444.JPG
DSC03453.JPG
DSC03482.JPG 철학자의 등불
DSC03483.JPG 이미지의 배반 -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DSC03490.JPG 붉은 모델


<붉은 모델>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인간의 벗은 두 발 혹은 발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한 짝의 변형된 신발이다. 신발이기도 하고 발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듯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이기도 한’ 양가성을 두고 정신분석학자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체험한 마그리트의 유년과 연관 짓는다. 즉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인정과 부인을 오가는 어린 마그리트의 집착이 그림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붉은 모델>은 1937년 원작보다 더 잘 그려진 <붉은 모델 Ⅱ>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사실 마그리트는 이후에도 수차례 이것을 변형한 후속 작을 내놓을 만큼 신발과 발의 합성 이미지는 그가 애착을 보인 모티프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붉은 모델 [Le modèle rouge] - 르네 마그리트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DSC03510.JPG <데칼코마니> 1966년 작품


데칼코마니라는 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작품에는 중산모(꼭대기가 둥글고 높은 예장용의 서양모자)를 쓴 남자의 이미지가 중앙을 중심으로 대칭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데칼코마니 기법을 통해 만든 모습과는 다르게, 이 작품의 대칭적 이미지는 그 형태만 같을 뿐 서로 담고 있는 내용에는 차이를 보인다. 화폭의 오른편에 그려진 바다와 하늘의 모습은, 왼편의 남자가 자신의 몸으로 가리고 있는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그려놓은 듯 보인다. 하지만 정작 남자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보다도, 커튼 가운데 기묘하게 남아있는 바다 풍경은 더 밝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백지위임장(Le Blanc-seing)>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 역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물에 대한 개념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캔버스 속 남자와 커튼, 바다와 하늘 중 어느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며, 어떤 것이 다른 것들보다 앞에 놓여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결국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그림이 가지고 있는 ‘모사’라는 속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며, 이는 일상적인 경험에서는 얻기 힘든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낸다.

[네이버 지식백과] 데칼코마니 [Decalcomanie] - 르네 마그리트 (ADAGP Banque d'Image, 지엔씨미디어)


작품 사진만 보면 사람이 안 보이지만, 마그리트 특별전 관람하러 온 사람들 엄청 많았다. 다음에 간다면 기획전이면 기획전, 상설전이면 상설전. 목표를 하나만 정해두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11시 조금 넘은 시간부터 4시까지 강행군을 하고 나니 완전히 지쳐서 숙소에 돌아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다음에 또 간다면 전시 하나만 보고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가면 욕심이 생기는 곳이다.


DSC03526.JPG


그다음으로는 화가 이름이나 작품을 얼핏 본 듯한, 즉 아는 작품 찾는 재미가 있는 관람이 이어졌다.


DSC03548.JPG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말, 사자, 살바도르 달리, 1930



그곳에는 단체로 와서 자리 잡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로 누군가가 계속 설명을 해주면 다들 조용히 앉아서 이야기에 경청하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이들이 얌전히 앉아서 그림에 몰두하는 장면이었다. 뛰어다니거나 떠드는 아이 하나 없이 모두 조용하게 몰입하고 있다. 이 중에서 나중에 화가도 탄생하지 않을까.


DSC03554.JPG
DSC03557.JPG



이렇게 의자에 앉아서 설명을 듣기도 하고, 바닥에 앉아서 듣기도 한다. 군데군데 설명을 듣고 있는 무리들을 볼 수 있었다. 역시 미술관에서는 직접 사람에게 설명 듣는 것이 좋다. 이후에 도슨트 설명을 챙겨듣는 습관을 들였다. 미술관을 좀 더 풍성하게 이용하는 방법이다.


DSC03560.JPG
DSC03574.JPG



의자를 작품으로 내놓은 곳도 있었다. 사실 작품만 아니면 거기 앉고 싶었다. 엄청 다리 아파서 후들거리고 있었음.

DSC03603.JPG
DSC03601.JPG

몬드리안 작품도 있다. '나 이거 안다'라는 심정으로 찍어온 듯하다.

DSC03605.JPG


그 유명한 '마르셀 뒤샹의 샘'. 수많은 변기가 있지만 저렇게 유리까지 뒤집어쓰고 전시되어 있는 변기는 저거 하나이려나. 뭐든 처음 하는 게 중요한 가보다.


DSC03621.JPG
DSC03620.JPG
DSC03619.JPG


이브 클랭의 블루. 블루 모노크롬. '색깔 참 좋다'라는 생각과 함께 저렇게 색칠만 하고도 작품이 된다는 게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DSC03656.JPG
DSC03655.JPG


사고의 틀을 깨는 작품들이 거의 출구에 전시되어 있고, 그렇게 에너지를 쏙 빼놓고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DSC03696.JPG
DSC03674.JPG
DSC03695.JPG
DSC03691.JPG

비둘기가 엄청 많았는데, 안 봤지만 꼭 본 것 같은 그 영화, 알프레드 히치콕의 '새'가 떠오른다.


DSC03704.JPG

퐁피두 미술관에서 나와 정말 맛없는 크레페를 먹게 된 것은 순전히 다리가 아파서였다. 음료수 냉장고까지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의미인가 보다.


DSC03709.JPG
DSC03708.JPG

맛없는 크레페를 먹고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갔다. 크레페가 맛없었지만 퐁피두의 작품들이 내 마음에 가득하니 그거면 됐다. 지금도 그 기억으로 퐁피두 미술관을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음먹는다고 다 가볼 수는 없는 시절이 되니 사진첩도 뒤적이고 이 모든 게 추억이 되어 생생하게 살아난다. 2월의 마지막 날, 퐁피두의 그림들을 떠올려보며 그 당시의 감상을 되살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장자의 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