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죄드폼에서 현대미술 감상

by 호접몽


파리 여행을 떠올려보며 이제야 깨닫는 것은 내가 그동안 미술작품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여행 전에 각종 작품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꼼꼼하게 지식을 채워나가며 한 가지 놓친 사실이 있었다. 그렇게 '너무' 알고 가면 막상 작품 앞에서 감흥이 떨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그저 '나 이거 알아' 혹은 '나 그 책에서 이 작품 봤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것 말고 작품에 푹 빠져들 시간도 체력도 부족하다는 것 말이다. 그 사실을 이제야 조금 알 듯도 하다.



그래서 지난 여행에서 현대미술을 감상했을 때의 감흥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나 보다. 일단 전혀 모르는 작품을 툭 맞닥뜨리는 것이니 내 마음대로 감상을 해나가면 되는 거다. 아는 만큼 보이기는 해도, 본 다음에 알아가도 되는 것이다. 관심이 생긴 이후에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때 죄드폼에 가기로 하고 길을 나선 것은 어둑어둑해질 즈음이었다. 도착해서 줄을 한참 서고 죄드폼에 입장한 것은 어두워진 이후였다. 죄드폼 앞에서 기다리면서 콩코르드 광장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대관람차의 모습도 보이고, 오른쪽 사진은 광장 중앙에 1833년 이집트가 선물한 룩소르 신전의 오벨리스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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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드폼 국립미술관
원래 이곳은 나폴레옹 3세 때, 테니스의 유래가 된 ‘죄드폼(Jeu de Paume)’이라는 경기의 경기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이었다. 이후 1909년에 전시회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1930년에는 소장품 확보 정책을 추진하여 샤갈,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게 되었다. 1947년에 죄드폼 박물관(Musée du Jeu de Paume)이 신축되어 인상파 화가들의 많은 작품을 전시하였으나 오르세 미술관으로 이전되면서 죄드폼 박물관은 문을 닫게 되었고, 원래의 건물만 남게 되었다.
1989년 건축가 안토완 스텡코(Antoine Stinco)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영상실, 서점, 카페 등이 들어섰고, 건물 안에서 튈르리정원, 콩코드광장 등의 전경도 내려다 볼 수 있다.
9개의 전시실이 있으며 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최근에는 영화를 상영하거나 미술 관련 강좌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죄드폼국립미술관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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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쓰자니 비가 적게 내리고, 안 쓰자니 비가 안 내리는 것도 아닌, 그런 날씨였다. 파리의 겨울날은 잿빛이다. 그곳에 오래 살다 보면 우울증 걸릴 것 같은 날씨라고 할까. 그때 생각했다. 봄가을 아니면 그냥 안 가는 편이 낫겠다고. 거기까지 가서 집안에만 있기도 그렇고, 그 날씨에 돌아다니자니 지치고 힘들고.



사실 그건 제주도 마찬가지다. 지긋지긋한 여름과 겨울을 버텨내야 봄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 돌아다니기 좋을 때에는 마음껏 돌아다니고, 다른 계절에는 집 안에만 있는 편이 충분히 행복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우리 같은 관광객은 주변에 한 바퀴씩 돌고 오기도 했다. 그때 찍은 '장 뒤뷔페'의 작품. 책을 읽다가 '아르부뤼' 작가라는 것을 보고 갔기에 한껏 들떠서 아는 체를 했고, 엄마는 "프랑스에 장 씨가 많네"라는 아재 개그로 답변을.;;;


DSC03277.JPG 장 뒤뷔페 Jean Dubuffet (1901-1985)의 Le Bel Costume, 1973


장 뒤뷔페: 프랑스의 화가이자 조각가. 아마추어 화가나 어린아이, 정신병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작품에 매료되어 이러한 미술을 ‘아르 브뤼 Art Brut'라고 칭하고, 가공되지 않은 원시적이고 본원적인 미술에 역점을 두었다. 그의 예술은 앵포르멜 미술운동의 이념적 토대가 되었으며 비주류미술인 ‘아웃사이더 아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 지식백과] 장 뒤뷔페 [Jean Dubuffet] (두산백과)



내부에서는 촬영 금지여서 한 장도 찍을 수 없었다.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등 고전 작품들만 계속 감상하다가 현대미술을 보러 간 것인데, 신기하게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비디오, 사진, 작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강한 에너지를 풍기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것도 전시하는구나!', '이렇게 해도 작품이 되는구나!'라고 느끼며 신나게 관람했다.



느긋하게 관람했어도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 보통 아침 11시에 열어서 밤 7시까지 하는데, 화요일은 밤 9시까지 하니, 그때 감상하는 것도 괜찮겠다.



오는 길에 찍은 밤 사진. 사실 나는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밤에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야경을 담은 사진은 극히 드물다. 특히 비 오는 밤이라니. 정말 돌아다니기 싫은 때다. 그래도 이런 날도 있어야 추억도 있는 법. 사진을 보니 그날 그 순간이 얼핏 떠오르는 듯하다. 과거의 시간은 다시 반복될 수 없으니 더욱 그립고 아련한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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