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찾아주기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문득 도무지 어디에 두었는지 떠오르지 않는 물건을 찾을 일이 생겼다. 내가 정리해두었으니 버리지 않았다면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텐데 예상했던 자리 몇 곳에서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찾게 되어 환호성을 질렀지만, 숨어있던 잡동사니들이 함께 몰려나와 곤욕을 치렀다. 역시 그때그때 정리해두고 제자리에 두지 않으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 되어버린다.



물건의 제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은 힘들다. 무의식 중에도 찾을 수 있도록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하루아침의 시간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천천히 조금씩 변화해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자칭 정리에 귀차니스트라면 내 속도를 내가 이해해주어야 한다. 내가 나를 너무 다그치다 보면 혼란은 당연한 수순이다. 좀 더 느긋하고 너그럽게, 조금씩 해내도록 조용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정리와 청소의 베테랑들과 비교하며 하루아침에 변화시키려고 나를 괴롭히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떠오르는 시가 있다.




세월의 강물

장 루슬로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섣불리 도우려고 나서지 말라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성급한 도움이 그를 화나게 하거나

그를 다치게 할 수 있다

하늘의 여러 별자리 가운데서

제자리를 벗어난 별을 보거든 별에게

충고하지 말고 참아라

별에겐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제자리'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한다. 뇌와 정리를 연결시켜 참신했던 책 『정리하는 뇌』를 떠올린다. '우리는 차 키는 잃어버려도 차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다'면서,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큰 원칙 중 하나는 '지정된 장소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물론 잘 안다. 그 장소가 아닌 곳에 두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수순을 밟는 것 말이다.



그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이 바로 '행동유도장치'였다. 행동유도장치는 정리하기 힘든 물건들을 각자 있어야 할 위치에 보관할 수 있게 해 준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 신문 등을 보관하는 수납함 같은 것이다. 인지심리학 이론에서는 이런 물품에 쓸 수 있는 만큼 돈을 쓰라고 하는데, 많은 돈을 들여 물건을 보관할 상자를 구입하고 나면 편지 등을 이리저리 어질러놓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간단한 행동유도장치라면 꼭 새로 무언가를 구입하지 않아도 비슷한 기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책, CD, DVD 같은 것이 잘 정리되어 있고, 책장이나 음반 서랍장에서 지금 막 꺼낸 것을 어디에 다시 꽂아두어야 하는지 기억하고 싶다면 방금 꺼낸 것 바로 왼쪽에 있는 것을 2cm 정도만 앞으로 빼두자. 물건을 다시 되돌려놓도록 해주는 간단하고 훌륭한 행동유도장치가 될 수 있다.
『정리하는 뇌』138쪽



책장에 책을 순서대로 정리해놓은 후 이런 간단한 행동유도장치를 하지 않는다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서 꽂는 것이 버거워진다. 그런 때에는 아무 데나 놓아두었다가 기억에서 희미해지고, 다시 같은 책을 구입할 확률이 높아진다. 부담 없이 아주 간단한 행동으로 제자리에 잘 놓아둘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으니 기억해두면 유용할 것이다.



'정리 리바운드'라는 것이 있다. 다시 정리 이전의 혼란스러운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물건들에 제자리를 찾아주고 사용 후에 되돌려놓아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행동유도장치'다.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행동유도장치를 활용하면 적은 노력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간단하고도 훌륭한 행동유도장치를 떠올리는 것으로도 꽤나 정리에 몰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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