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시간을 절약해주는 물건들이 있다. 식기세척기는 설거지 지옥에서 해방시켜주고, 로봇청소기는 내가 쉴 때에도 청소를 해준다. 특히 빨래건조기는 세탁 후 빨래를 털어서 널고 말리는 과정까지 기계가 알아서 해주니 언젠가 꼭 갖고 싶은 물품으로 찜해놓기도 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그 물건들이 있다고 삶이 좀 더 행복해지는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50권 중에 포함된 책인 『슬로우라이프』를 지은 저자 츠지신이지가 펴낸 다른 책인 『슬로우 이즈 뷰티플』에서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현대인들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다양한 신기술이 발명되었지만, 그 신기술이 절약해 준 많은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슬로우 이즈 뷰티플』 122쪽


미래의 불투명한 행복을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힌 채 앞으로만 내달리는 것을 때로는 당연하다는 듯이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현기증 나도록 아찔하게 말이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조금은 더 천천히 가도 괜찮다. 우리가 속도를 늦추면 지구가 오염되는 속도도 늦춰질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바쁜 것도 습관입니다』를 읽다 보니 지구를 살리는 문제 말고도 나 자신의 시간과 연관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물건'과 '시간'이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이다. 모든 물건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물건은 시간과 바꾼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볼 만하다.



우루과이의 호세 무이카 전 대통령이 이런 명언을 남겼습니다.
"사람은 물건을 살 때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 돈을 모으기 위해서 인생을 할애한 시간으로 사고 있는 겁니다."
무이카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그의 철학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간소한 삶, 검소한 삶, 물건을 부둥켜안지 않는 인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삶은 정말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게 있어서 복잡한 삶이란 차나 그 외의 물건을 새로 사서 바꾸는 삶입니다. 삶에는 넥타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바쁜 것도 습관입니다』 47~48쪽


물건으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라면 다른 물건을 갈망할 것이 아니라 멈추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어도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단 생각에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면, 그 마음은 빈곤해진다고 강조한다. 소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집착을 버리라는 뜻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으면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몸과 마음을 혹사할 때, 마음에 쉼표를 찍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있어야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충분히 만족할 때는 어떤 때인가요?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잠깐 머릿속에 떠올려보세요. 불평이나 불만 없이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낄 때는 어떤 때인가요? 그런 감정이 생활의 모든 면에 고루 미친 상태. 그것이 지족知足입니다.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충분합니다. 그 사실을 잊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떠올리면 됩니다. 나는 이미 무엇이든 갖고 있으며, 욕심나는 것은 이미 모두 갖고 있다는 사실을, 더는 아무것도 가지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이것이 지족, 즉 만족을 아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쉬게 하는 연습』 187쪽



오늘은 물건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늘 부족하다는 생각만으로 현실에 불만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마음의 착각인지도 모른다. 일단 멈춰 서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의외로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많으니 차근차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족, 즉 만족을 아는 것은 전속력으로 달리던 우리의 속도를 줄이며 주변 풍경을 바라볼 여유를 줄 테니,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는 시간도 즐겨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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