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딱 한 번뿐인 그 계절이 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절정에 이르러서 꽃잎이 흩뿌리며 떨어지는 이 시기는 누구나 마음속 감수성이 살아나는 시기이다. 이때가 되면 감성이 메마른 나도 밖으로 나가 꽃구경을 한 번이라도 더 하고 싶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하여 부랴부랴 꽃구경을 하고 보니, 전원적인 풍경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듯이 그려내는 시가 생각난다. 정지용의 「향수」 같은 시 말이다.
특히 정지용의 「향수」는 노래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니, 시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노래 가사가 되어 멜로디가 떠오른다. 그러니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고 잊지도 못하는 것이다. 눈앞에 그려지듯 풍경을 노래하는 가사를 보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곤 했다. 오늘은 정지용의 시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정지용은 1903년 충북 옥천에서 출생하여 휘문고보 및 일본 同志社大學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첫시집 『정지용시집』(1935) 이후 『白鹿潭』(1941) 『지용시선』(1946) 등을 간행하였다. 김화산, 박팔양, 박제경 등과 동인지 『요람』 간행, 박용철, 김영랑 등과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였으며, 조선문학가 동맹에 가담하였다. 1950년 전쟁중 서대문 형무소에서 평양 감옥으로 이감되어 폭사당한 후 『정지용전집』(1988)이 간행되었다.
(출처: 한국대표시인 100인선집 9 정지용 『향수』 )
이 책의 마지막에는 최동호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있다. 한 문단만 보고 넘어가야겠다.
정지용은 우리 현대 시사(詩史)에서 <언어에 대한 자각>을 각별하게 드러낸 최초의 시인으로 기억된다. 20년대까지의 대다수 시인이 감정의 카오스적 분출에 의거하여 시를 썼다면, 30년대 정지용에 이르러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선명한 심상과 절제된 언어로 포착해내는 시가 씌어진다. 감정을 감각화하는 방법은 지용이 철저히 인식했던 언어에 대한 자각에 의해 가능했던 것이다. (139쪽)
'감정을 감각화하는 방법'이라! 그래서 지금 내 마음에 더 착 들어와 휘감겼나 보다. 사실 정지용의 「향수」를 떠올리며 오늘은 정지용 시를 감상하고자 했고, 짧지만 마음에 쏙 들어오는 시 「호수」도 내가 좋아하는 시여서 반가운 마음에 감상했으며, 오늘은 특히 '조약돌 도글도글'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와 「조약돌」까지 감상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살짝 아쉬워서 내일 한 번 더 정지용의 시를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은 떨어지는 벚꽃을 아쉬워하며 마음에 담아온 그 풍경에 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