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外

by 호접몽

오늘도 시집을 하나 꺼내들어 스르륵 책장을 넘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눈에 들어온다. 고등학생 때 이 시를 처음 보았다. 학습지를 보다가 이 시를 처음 접하고는 마음에 쿵~ 울림이 있었다. 그 시를 오려내어 다이어리에 한동안 가지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서 더 잘 되고 그랬다는 내용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이럴 때는 그때 오려둔 그 시 조각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며 살짝 아쉬워진다. 어쩌면 어딘가에 고이 잠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물건들 틈에서 말이다.



어쨌든 나는 시를 잘 모른다고 생각해왔지만 이 시는 틈틈이 나에게서 되살아났다. 주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던 때였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선택'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 시였으니, 오늘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감상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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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 (1874.3.26~1963.1.29)

미국의 시인. 뉴햄프셔의 농장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그 지방의 자연을 맑고 쉬운 언어로 표현하였다. 전후 4회에 걸쳐 퓰리처상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보스턴의 북쪽》 《시 모음집》 등이 있다.
(출처: 장석주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세계명시 100선 중 '시인 소개'에서)



가지 않은 길






단풍이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 봤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길 하겠지요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선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가지 않은 길'은 프로스트가 실의에 빠져 있던 20대 중반에 쓴 시이다. 변변한 직업도 없었고 문단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던 시기였고, 이 대학 저 대학에서 공부는 했으나 학위는 받지 못한 채 기관지 계통의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시 집 앞에는 숲으로 이어지는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그 길과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이 시를 썼다고 전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시를 말하다' 정끝별 시인)

눈 오는 저녁 숲가에 서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이게 누구의 숲인지 알 듯하다.



그 사람 집은 마을에 있지만



그는 보지 못할 것이다, 내가 여기 멈춰 서서



자신의 숲에 눈 쌓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내 조랑말은 나를 기이하게 여길 것이다.



근처에 농가라곤 하나 없는데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서



연중 가장 캄캄한 이 저녁에 길을 멈추었으니.





말은 방울을 흔들어댄다,



뭐가 잘못됐느냐고 묻기라고 하듯.



그밖의 소리는 오직 가볍게 스쳐가는



바람소리, 부드러운 눈송이뿐.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하지만 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다,



잠들기 전에 갈 길이 멀다.






1923년작




숲은 아름답고 깊지만
내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네

광화문 글판 겨울편 2018년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구가 광화문 현판으로도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뒤늦게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도 감상해보았다. 시는 비록 짧은 구절이라도 빨리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음미하며 생각에 잠기도록 도와준다.



오늘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감상해보았다. 특히 「가지 않은 길」을 보면 선택의 문제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인간이기에 항상 무언가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은 무언가는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다. 오늘은 무엇을 잘 포기할지 생각에 잠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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