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 대하여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가 꿈에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한때 꽤 친했는데, 졸업 후에 각자 다른 길로 접어들고 연락이 뜸해지다가 이제는 너무 시간이 지나버려 연락하기 민망한 경우다. 그냥 '잘 지내고 있겠지'라고 떠올리며 미소 짓는 정도가 가장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는 것은 이미 나의 인연 반경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연락이 닿아봤자 옛날 이야기나 주고받다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져서 무안해질 수도 있다. 서로 연락이 부담스러운 사이가 될 바에는 그냥 '잘 지내겠거니' 생각하며 축복을 빌어주는 편이 낫다.



박성준 저서 『운의 힘』을 읽다보면 '맺어야 하는 인연과 버려야 하는 인연이 있다'고 언급한다. 인연의 가치 중 분명 버리고 잘라내야 할 연이 있는데, 그것은 좋은 운명과 기운은 종종 사람의 인연과 함께 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인연'에 대해 인상적이었던 말은 '애쓰지말라'는 것이었다.




안 좋아진 관계를 돌리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편이 낫다. 사랑하는 사람이건 연이 다한 사람이건 사람관계는 애를 쓰는 것이 아니다.
『운의 힘』 65쪽



사람이든 물건이든 자연스러운 것이 제일이다. 잘 하려고 하고 애쓰며 좋아하려고 해도 결국 지치게 마련이다. 습관도 그렇다. 좋다는 습관 억지로 들이려고 해도 그건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 뜯어고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게 쉽게 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애를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마음에 남는다.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가 사주로 분석한 2020년 운명 총정리 『2020 운명을 읽는다』를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오늘은 인연이 다 한 물건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1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은 버리는 것이 좋다. 가방, 밥그릇, 화장품, 필기도구, 옷, 등산 및 여행장비 등 아무리 비싸게 구입한 것이라도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면 쓸모 없는 것들이다. 나와 인연이 없는 것이다. 공연히 나를 붙들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다. 비싸고 새것이라면 형제나 지인에게 선물하여 인심을 얻으라. 그것이 내 운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비우면 그만큼 더 공간이 넓어진다. 그러면 그곳에 무엇을 채워야 할지가 새롭게 보인다. 물건이 바뀌면 나도 바뀐다.
『2020년 운명을 읽는다』 182쪽



정리를 한다고 했는데도 한꺼번에 깔끔하게 해낸 것이 아니어서 군데군데 나의 미련이 보인다. 지금은 들고 다니지 않는 가방이지만 버릴 수 없는 건 나의 미련이다. 바꾸기 전의 핸드폰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한때 함께 한 인연인가보다. 이미 나와 인연은 더이상 없는데도 머뭇거리기만 한다.



그리고 핸드폰 안의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1년 이상 연락이 닿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니 언제 한번 날잡아서 연락을 하거나 조용히 삭제를 하는 의식을 거행해야겠다. 물론 이것은 '바로 지금'이 아니라 '미래 언젠가'로 보류해둔다.



사실 버리는 건 언제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물건들을 싹다 갖다 버린다고 나는 행복해지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인연이 다한 물건들을 다 버릴 수 없다면, 그 중 우선순위는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기분 나쁜 물건, 화가 나는 물건, 우울해지게 하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없애다 보면 결국 자신을 기분 좋게 하고 설레게 하는 물건들만 남게 되고 그 물건들로 둘러싸여진 공간이 될 것이다.
『운의 힘』 122쪽



그런 물건이 있다.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런 게 있네?' 생각되는 물건 말이다. 거를 만큼 걸렀다고 생각했는데도 나에게 아직 남아있는 미련 같은 물건들이다. 오늘은 그 물건들과 안녕을 고한다.



정리를 하면 할수록 아무 물건이나 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인연을 쉽게 끊지 못하는 나는 차라리 감당할 만큼만 인연을 맺는 것이 필요하다. 나에게 물건을 내보내는 일이란 힘든 숙제 같은 것이니 말이다. 가을은 깊어가고 내 생각도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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