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고 와서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 생각해보니 여행의 기억도 기억이지만, 그곳에서 사 온 소소한 물건들이 일상에 녹아들어 문득 여행의 기분을 살려내는 것이었다. 사 올 때는 깨질까 조마조마 걱정되었지만 프랑스에서 사 온 커피잔과 함께하는 매일이 향기롭고,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모자 가게에서 사 온 모자는 외출을 즐겁게 한다. 자그마한 에펠탑이 달린 볼펜을 사용하면서 수첩에 글을 쓰는 시간이 행복하다. 누군가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물건이겠지만, 나는 그걸로 행복하다. 어쩌면 나에게는 미술관 박물관보다 오랜 시간 기억에 남는 소소한 아이템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여행 중에 쇼핑을 하는 것은 무척 귀찮다. 특히 '아이쇼핑'에 대해서는 엄마와 의견 차이가 많이 났다. 나는 살 것이 없으면 굳이 왜 구경하느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엄마는 그냥 아기자기한 것들을 구경하는 것이 취미였다. 굳이 구입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 부분이 항상 여행 중에 티격태격 툭탁거리며 싸우는 원인이 되곤 했다.
나는 그저 커피나 한잔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며 글도 적고 생각도 하는 정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엄마는 "저것도 보자!" 라며 상점을 가리킨다. "나 피곤해 죽겠다고요~!"라고밖에 반응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나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투덜거리면서 결국 억지로 가드릴 거라면 차라리 "엄마, 저는 저기서 커피 마시면서 좀 쉴게요. 한 바퀴 돌고 오세요."라고 말해도 되었다고 말이다.
문득 『파리의 잡화점』에서 보았던 내용이 생각난다.
당신의 행복은 찾으셨습니까?
이 말은 프랑스 가게에서 자주 듣게 되는 말로, '찾고 있는 물건'을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멋진 비유이지 않나요?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물건과의 만남을 찾아 파리의 가게를 둘러봅시다.
『파리의 잡화점』 (책 속에서)
찾고 있는 물건을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꼭 갖고 싶은 것을 엄선하여 아끼고 보듬으며 오랜 시간 사용한다면 낭비가 아니라 '행복'을 함께 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예전에 여행 갔을 때, 작은 '행복'들을 좀 더 데리고 와도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쩌면 구석에서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행복'들을 꺼내 먼지를 툴툴 털고 앞으로의 내 시간과 함께 해도 좋을 것이다.
물건을 구입한다는 것은 별 의미도 없는 것을 대충 사서 쓰고 아낌없이 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의 시간을 함께 할 '행복'인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는 그 '행복'을 들여놓는 데에 서툴렀다. 늘 함께 하는 물건들은 가격 상관없이 일상에서 부담 없이 내 삶에 녹아들어 가는 것들이면서도 무언가를 구입할 때 굳이 여행 이후에는 사용하지도 않을 것을 구입한 경우도 많았으니 말이다.
쇼핑에 일가견도 없고 취미도 없는 데다가 쇼핑 시간이 길어지면 성질부리기도 했다. 그래도 일상에서 이렇게 잘 쓸 거라면 아기자기한 잡화들은 좀 더 구경하고 고르고 골라서 구매해도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적은 비용으로 소소하게 여행을 추억할 수 있는 물건들이 사실 많으니 말이다. 명품 쇼핑보다 생활 속 잡화들로 소소한 쇼핑을 하는 것이 좋았으니, 다음에 가면 어떤 물건들을 살지 즐겁게 상상해본다. 파리에서 사 온 커피잔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추억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