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식가의 여행기

by 호접몽


'여행' 하면 여행 중 맛본 맛있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어디에 뭐가 맛있네, 하면서 온갖 맛표현으로 미각을 자극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안'미식가다. 남들이 맛있다고 극찬하는 맛집이라는 곳을 굳이 찾아가는 수고를 감행하고 싶지 않다. 만약 한 20분쯤 길을 가야 맛집이 있는데 눈앞에 아무 음식점이 있다면 그냥 거기서 먹어도 큰 상관은 없다. 게다가 맛집이라지만 기나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면 그냥 통과해도 상관없다.



타고난 미식가가 아닌 데다가 이것저것 다 귀찮으면 '아무거나' 혹은 '나도 그거'로 먹곤 한다. 어려서부터 뭐든지 잘 먹은 식성에, 굳이 더 맛있는 것을 찾아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배가 고프면 배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 데에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누가 맛있다고 하거나 인터넷에 맛집으로 올라와 있으면 '맛이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정도이지, 직접 그곳에서 먹었을 때에 그것이 진짜로 맛있는 건지, 그저 맛있다는 평가에 내 감정도 강요되어서 동의하게 되는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게다가 먹기 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는지, 음식이 나오면 바로 먹다가 사진 찍는 걸 잊는 나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미식가랑은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사람이다. "뭐 드실래요?"라고 물었을 때 "아무거나."라고 대답하는 나는 좀 답답한 사람일 것이다. 어떻게 "아무거나" 먹겠다고 이야기할까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음식이든 무난하게 소화해내는 당당함이 나에게 있다. 웬만하면 맛없는 음식을 먹었다고 여행에 지장이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어느 미식가의 인도 여행기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는 오랜만에 인도 음식을 먹었다 치고 읽었던 책이다. 단순한 식도락 여행기를 쓸 작정이었지만 음식 이야기뿐만 아니라 '인도 탐방기'라고 하면 좋을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투덜투덜 먹돌이의 돌직구 여행기는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지만, 제일 공감한 것은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의 마음이었다.






인도에 가본 사람 중 집에 돌아왔을 때 수돗물이 콸콸 나오고 머리 위에 지붕이 있는 것에, 그리고 사람들이 교통 규칙을 대체로 잘 지킨다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이는 없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만약 인도에서의 경험 이후에도 이런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솔직히, 그 사람은 그런 걸 누릴 자격이 없다.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439쪽)







인도에 얼마나 맛있는 음식이 많고 여행기에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데,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음식 이야기 여행 이야기 싹 다 뺀 '여행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의 이야기라니! 갑자기 웃음이 난다. 미식가 먹돌이의 음식 이야기가 그다지 크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일까. 그냥 오늘은 통곡물밥을 더 꼭꼭 씹어먹으며 여행의 추억을 곱씹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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