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음
회사를 그만두는 날이 온다면,
나의 다음은 회사도 프리랜서도 아닌 작가일 것.
처음 마음먹은 것은 21년 겨울이었다.
그때는 작가의 삶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얼마든 회사로 또 지금의 일로 돌아오면 된다고
결심에 여지를 남겼다.
같은 해 겨울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
벽에 붙여뒀기에 자주 봤지만
읽은 것은 지난주쯤. 우연히.
신기하게도 23년의 나에게 쓴 것이었다.
시작하는 것보다 그만두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안다며
두려움을 느낀다면 제대로 잘하고 있는 것이니
‘끝’과 ‘시작’에 무사히 도전하고 있기를
진심을 다해 바란다는 내용.
미안하게도 ‘끝’과 ‘시작’ 모두 그 자리 그대로
꿈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그 무엇도 현실로 꺼내고 있지 않았다.
22년 12월 30일 만난 지연은
새로운 길을 향할 거라면 뒤돌아보지 말라 했다.
그래서 이번 결심에는 어떠한 여지도 두지 않는다.
편지를 다시 본 순간부터 스스로를 작가라 여겼다.
퇴사를 한다면 두 번 다시는 광고(지금 하고 있는 일)를 하지 않으리라 선포도 했다.
무엇이든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달리 느껴진다.
신기하게도 그날부터 광고가 재미있다.
좀 더 집중하게 되고 한 번 더 복기하게 되고
소중히 여기게 됐다.
오늘 내가 한 TVC, 인쇄, 광고제 모두 마지막 경험.
함께하는 모델분들, 감독님들, 포토그래퍼 분들 역시 마지막 만남.
주위를 둘러싼 천재 같은 선배님들의 활약을 보는 것도 마지막 시간.
감사하다.
만나는 사람들, 회의 시간, 주고받는 ppt 문서까지도.
지난 두 번의 이직으로 퇴사에 익숙하지만
다니고 있는 동안 이토록 이별에 두근거린 것은 처음.
지난주 회사 동료이자 꿈 동료 주은 님을 만났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인 ‘마지막 마음’에 대해 말했더니
연기자들은 선택받는 직업이기에
언제나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고 임한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이별이 주는 에너지는 강력하구나.
나 역시 일과 창작 모두 작년과는 다른 자세다.
당장 정확한 때를 정해둔 것은 아니지만
올 한 해 전체가 나의 마지막 기회라 여기고
회사에서는 그동안 부족했던 노련함과 성안(아이디어를 완성) 하는 법을
개인적으로는 창작의 근육을 기르는 해로 보내겠다.
1월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는 잘 이루어지고 있다.
감사한 첫 달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