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고 예쁜 열일곱

맘마미아 (2008, 필리다 로이드)

by 산도롱

사적인 이야기로 가득 채운 영화 리뷰입니다.

과몰입하며 주저리 적다 보니, 스포일러가 가득 들어있어요.




가장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혹시나 그녀의 행복을 가져가 버린 건 아닐까 한동안 걱정을 했었다. 부디 나의 존재가 그녀에게 커다란 힘이 되길 바란다.


맘마미아



ABBA의 히트곡을 재구성하여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 웨스트엔드를 접수하고도 모자라 한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뮤지컬이 되었다.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음악과 유쾌 발랄한 스토리로 관중들의 최애 뮤지컬로 자리 잡은 맘마미아는 2008년 영화화되며 또다시 전성기를 맞게 된다.


주인공 ‘소피’는 결혼식 때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고 싶다는 목표로 어머니 ‘도나’의 전 남자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고, 그리스 외딴섬에서 엄마와 남자 셋의 어색한 만남이 성사된다. 그렇게 소피는 어머니의 과거를 알게 되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소피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주된 내용은 도나의 추억들이다. 친구들과 활동하던 댄스가수에서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딸의 결혼을 앞둔 싱숭생숭한 마음까지. 나 스스로 손에 꼽는 웰 메이드 스토리라 자부하겠다. 또 이 영화로 인해 알게 된 수많은 ABBA의 명곡들은 감사하기까지 하다.




나의 명장면을 뽑자면 단연 메릴 스트립과 그녀의 친구들이 부르는 Dancing Queen 장면. 잊고 있던 인연들의 등장으로 멘붕에 빠진 그녀에게 친구들이 불러주는 응원이자 그녀의 허심탄회한 아우성이 돋보이는 씬이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You are the Dancing Queen, young and sweet, only seventeen
Dancing Queen, feel the beat from the tambourine
넌 멋진 댄싱 퀸, 어리고 예쁜 열일곱
댄싱 퀸, 탬버린 소릴 느껴봐


열일곱. 풋풋함. 조금은 어른이 된 것 같지만 아직도 마냥 어린 나이. 열일곱의 시절을 떠올리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깔깔 대던 기억뿐이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매점을 오가며 시간을 보내던 하루. 그때 아마 나는 절친한 친구와 <슈퍼스타 K>에 나가겠다고 아파트 앞 허름한 노래방에서 시간을 자주 보냈을 거다. 나에게 열일곱은 그런 나이다. 걱정 없이 미래를 꿈꾸는 나이. 가만히 있어도 예쁜 그런 나이. 그런 옛 시절을 그리며 도나와 친구들은 노래를 부른다. 문득 우리 엄마에게도 당연히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났다.




엄마의 열일곱 시절을 상상해 봤지만 가늠이 안 갔다. 얘기도 들은 적 없고, 사진도 본 적이 없기에 그저 추측해 볼 수밖에 없다. 아마 우리 엄마도 꽤 근사한 학창 시절을 보냈겠지. 원래 열일곱이란 나이가 그런 거니.

내가 마음이 쓰인 건 그다음이었다. 어리고 예쁜 열일곱의 시절에 10년도 안되어 결혼을 하고 나를 낳을 걸 예상했다면, 우리 엄마는 어땠으려나? 과연 지금 우리 엄마의 삶이 열일곱에 꿈꾸던 삶이었을까.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내가 생각했던 내가 아닌데. 모두가 그럴 거라 생각해도 그냥. 혹시나 나의 존재가 엄마의 젊음을 앗아갔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큐멘터리 <소꿉놀이>에서는 임신을 하게 된 감독이 거울을 보며 이런 말을 한다. 어느 날 뱃속에 일면식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들어와 있다고. 맞어. 그렇게 열 달이 지나면 뱃속에서 나와 처음 얼굴을 마주할 것이고 그 얼굴은 매일매일 바뀌기 시작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매번 다른 얼굴의 엄마를 마주하고 있었다. 엄마도 마찬가지로 매일 바뀌는 내 얼굴을 볼 것이다. 도나 역시 어느새 자라 새롭게 얼굴을 보이는 소피를 마주한다. 노래 Slipping Through My Fingers를 부르며 주마등이처럼 소피의 얼굴들을 스쳐 보내는 도나. 내 나이로 느껴 볼 수 없는 감정이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이렇게 영화는 상영 내내 내가 느끼지 못한 시점들을 계속 보여준다. 나이가 얼마나 차야 도나가 느끼는 희로애락의 일부분을 알 수 있을까. 아마 그걸 경험할 때쯤 엄마가 겪어온 삶의 굴곡도 조금은 이해하려나. 분명 그리스 외딴섬에서 사랑이 싹트는 유쾌 발랄한 영화를 보고 있는데,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에 눈물만 흘렀다. 어른의 마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꾸 울기만 했다.




영화를 보며 내가 알지도 못하는 엄마의 역사를 그렸다. 그때의 행복과 지금의 행복의 결이 부디 많이 다르지 않으면 좋겠다. 어찌 됐든 지금도 어리고 예쁜 우리 엄마이기에.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거야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댄싱 퀸
- 맘마미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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