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질 때도 된 것을

졸업에 대한 시선

by 산도롱

작년에 이어 올해도 졸업식이 취소되었다. 이 시국을 운운하는데 누가 불만을 가지리.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친구들의 말을 들었지만 그 마음을 믿지는 않았다. 내 졸업이 아니지만 그 기분을 알기에. 무언가 간절히 바라며 달려온 길이 사진 한 장 없이 흔적조차 사라지는 기분일 거라 생각했다. 괜찮다는 말속 아쉬움의 정도를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졸업식을 대신해 사진 촬영이 허가되었을 때 내가 더 기뻤다. 당연하지. 각자 대학을 짧게는 4년, 또는 그 이상을 다녔을 텐데 마지막 발자국 남길 시간은 필요하니까. 내 생각에 날씨도 동의한 듯 당일 화창한 햇살을 선물했다. 그렇게 아침 댓바람부터 내 발걸음은 학교를 향했다. 싱긋 지어지는 내 미소는 덤.




학교 초입부터 꽃다발 장사꾼에 리본을 파는 분까지 생각 의외로 북적북적했다. 겸사겸사 나도 아저씨에게 만원 몇 장을 쥐어주고 꽃다발 두 개와 흰 리본 두 개를 챙겼다. 그리고 오랜만에 들린 학교를 훑어보며 친구를 기다렸다.

교내에는 조촐하지만 기념사진 찍을 공간까지 잘 마련되어 있어서 은근히 분위기가 났다. 이른 시간이지만 몇몇 학우분들이 깔깔 웃으며 사진을 찍고 계셨다. 시간이 되고 친구들이 탄 차가 도착했다. 반가운 마음에 마치 지인 결혼식 온 마냥 두근거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친구들을 맞이했다.


졸업사진 찍는 걸 그저 옷을 빌리고 사진 찍는 것만 생각한다면 별 볼 일 없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두근거렸던 이유는 나와 몇 년을 동고동락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순간 이어서다. 남들 4년이면 졸업하는 대학을 우린 몇 년을 다녔나. 나는 이제야 졸업반이니 이건 살아있는 화석이 확실하다.

사진을 찍으려 학교 이리저리를 돌아다닐 때마다 이 친구들과 함께했던 하루하루가 기억났다. 주차장에서 너랑 나랑 그랬었지. 맞아 세트장에서 그런 일이 있었지. 분명 다들 20대 중반이 넘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학교에 첫 발을 내디딘 새내기와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수 십장씩 사진을 찍으며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하루를 기록했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다가 농담 삼아 결혼은 두 번 해도 졸업은 두 번 하지 말자는 말을 했다. 호탕하게 웃는 친구들의 미소가 맘에 들었다. 부디 이 웃음이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길 빌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사회 속으로 친구들이 출발한다. 나는 아직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나에게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사진을 찍으러 운동장에 갔다. 모두가 같은 옷과 모자를, 그리고 마스크까지 쓰며 온몸을 꽁꽁 싸맸는데 각자의 설렘과 두근거림이 온 운동장을 채우고 있었다. 하늘을 가르는 학사모들이 참 가벼워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모두가 행복한 공간이었다. 다음날부터 친구들을 찾아올 부담감을 얼추 예상할 수는 있지만, 그날만큼은 잊을 수 있었다. 아니 잊어야 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깔깔거리고 밥을 먹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뒤숭숭한 기분이 나를 덮쳤다.




뭐든지 몇 번 하면 익숙해진다는데, 꼭 그렇지 않은 것도 있나 보다. 헛헛한 마음은 왜 항상 마지막에 찾아오는 건지. 친구 졸업식을 다녀오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내 졸업식도 아닌데 마음만 들쑥날쑥. 아직 내가 어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