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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Jul 04. 2024

엄마1.

 <나는 사실 강해지고 싶지 않다>

엄마는 내 다음 소재.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어린 날부터 엄마는 언젠가 꼭 함께하고 싶었던 소재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생각나는 것부터 시작한다.


엄마는 내 반이다. 엄마는 나의 가장 이성적이고 강한 부분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다. 어릴 적부터 엄마는 강했다. 엄마가 울면 세상은 갑자기 비가 내릴 것 같은 어두운 공기로 바뀌었다.  다행히 그런 공기를 만난 날은 거의 없었다. 엄마는 자주 울지 않았고 잘 웃지도 않았다. 엄마는 거의 무표정이었다. 


그런 그녀가 마음으로 울고 있구나 느낀 건, 17살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엄마가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학교에 다녀오면 항상 엄마가 없었기에 엄마가 반갑기도, 어색하기도 했다. 엄마에게 밥을 달라고 하기도, 뭘 같이 먹자고 하기도 뭐해서, 곧바로 짐을 챙겨 평소처럼 독서실로 향할 준비를 했다. 


"치사한 사람들.. 누군 먹을 줄 모르나."


엄마는 김치도 없이 삼겹살을 식탁에 놓고 삼겹살만 꾸역꾸역 드시면서 읊조렸다. 나에게 먹겠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드문 일이다. 화가 난 듯한 표정에 서글픔이 어려있었다. 난 엄마를 위로할 방법을 몰랐다, 엄마가 화가 난 건지 서러운 건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내가 물으면 엄마가 울진 않을까, 말을 아꼈다. 난 엄마가 우는 게 무서웠다. 엄마가 울면,  괜찮아 보였던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것 같았달까. 


울고 싶어졌다. 그런데 엄마 옆에서 울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울면 엄마가 울지도 모르니.  


집 밖으로 나와 놀이터 벤치에 앉아 울었다. 왜 이렇게 슬픈지 생각했고, 엄마가 불쌍하다고 생각했고, 왜 우리 집은 웃을 일이 이렇게 없는지, 눈물도 각자 흘려야 하는지. 짜증이 나고 서글프기도 해서 울었다. 


난 엄마 앞에서 강해졌다. 스무 살, 어느 날 신호등이 고장 난 횡단보도를 건널 때, 엄마 손을 꼭 잡고 앞서가며 생각했다.  난 강해질 거다. 내가 엄마를 지켜줄 거다. 


사실 난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다. 첫 미팅에 갈 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돼 한두시간 전에 도착해 주변을 서성인다. 

20대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강해지고 싶지 않아서, 단단한 척하는 거 힘들어서, 엄마를 잘 찾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깨닫는 건, 사실 젊은 시절 여리고 자유로웠던 엄마는 울고 싶을 때 울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되어야 했으며, 그 이유는 나, 언니였다는 것. 

 

난 요즘에도 강해지고 싶을 때 엄마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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