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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Jul 04. 2024

드라마 대본 각색 일기 2

내 안에서 캐릭터 찾기

"캐릭터를 잘 모르겠어요."


충격이었다. 드라마는 극성과 캐릭터가 잘 살아야 하는데, 내가 조금 더 잘하는 쪽은 캐릭터였다. 극성도 부족한데 그것마저 없다니... 3일을 누워서 좌절하고 회피해 있다가 처음으로 돌아가봤다. 나는 어떤 캐릭터에 자신이 있었더라... 


상황이 달라도 내가 되고 싶은 캐릭터, 나와 접합점이 있는 캐릭터였다. 그런 캐릭터는 인물 소개를 한 번 쓰면 막힘 없이 대사와 행동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꾸만 막혔다. 문제가 있다는 신호였는데, 일단 넘겼던 게 그대로 글에 드러났다. 


캐릭터를 만들 때는 나를 분열시켜서 생각해 봐야 한다. 

행복했을 때의 나, 우울했던 나, 분노했던 나, 굴욕적이었던 나, 기뻤던 나, 감정적이었던 나, 그리고 그 순간.


거의 처음 드라마를 시작할 때, 어떤 작가님의 에세이에서 '사실은 내 안에 캐릭터가 다 있다'는 구절을 읽었다. 그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런데 나는 각색을 하면서 이 책 안의 캐릭터를 최대한 살리려고 했고, 내 안에서 찾기보다 책 안의 캐릭터를 해치지 않게 노력했다. 그게 탈이 났다. 이것은 어떤 캐릭터인 것이지, 나의 캐릭터가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우울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과거 우울했던 시기로 돌아갔다. 다행히도(..?) 내 핵심 감정은 우울이다. 우울한 시기에 '내가 왜 그렇게 우울했던 거지.'를 생각해 봤다. 미래는 어둡고, 싫은 사람을 한 달에 20일 이상은 봐야 했고, 한글 문서에 띄어쓰기 제대로 못했다고 혼나는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고, 그럼 차라리 웃어서 사람들을 기분 좋게라도 해야겠는데 나는 웃는 게 힘겨운 사람이었고, 월급 받던 날에는 부모님 기대에 못 미치는 한심한 어른이 된 것 같고. 그래서 평일엔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주말에는 낮부터 저녁까지 술을 마시고, 내내 자고, 일어나서 또 술을 마시고, 책은 멀리하고, 만나자는 사람 마다하지 않고, 걷고 또 걷고...  있었네, 내 안에 캐릭터. 


다시 인물 소개를 썼다.  이제 네가 좀 이해가 간다. 


캐릭터를 만들 때 생각할 것. 


1.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中 <캐릭터>

만약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X)

내가 만약 그 상황에 처한 그 인물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ㅇ) 


2. 내 안에서 캐릭터를 찾되 동일시 하는 것은 X

주인공도 이야기를 함께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생각할 것


3. 디테일. 

캐릭터에 차별을 주는 것도 결국 '디테일'이다. 

과거 수업에서는 인물의 성적 취향까지 고민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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