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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i Sep 21. 2024

모진 말속에서 맞는 말 고르기

"수준이 이것밖에 돼요? 만족해요? 그럼 이렇게 하고."

"왜 그렇게 절실해 보이지 않아요? 열심히 안 하는 것 같지?"

"ㅇㅇㅇ님도 그렇게 하는데, 당신은 왜..."

"나 사실 만나기 쉬운 사람 아니에요. 이게 엄청난 기회인데, 왜 그러는 거야?"

"기세가 있어야지! 난 귀여우니까 괜찮아, 이런 마인드면 안 돼."

(이건 정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내가 귀여운 척했나.................. 자존심 상했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왜 그래요. 권력에 약한 스타일인 거 같아."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봐서 그래요 나도...)


정신 못 차리게 후드려 패는 말들을 맞을 때, 내 표정은 점점 평온해진다. 술을 마시고 취하는데도 얼굴이 점점 하얘지는 것처럼. 내 표정을 보고 그 사람의 말은 점점 더 세진다.


"긍정적인 성격인 거, 좋을 수도 있는데, 자신을 돌아봐야 하지 않아요?"


이것 봐요. 저는 매번 좌절하고 반성하고 자학하고 있다고요. 스트레스를 받고, 고민하고 있다고요.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 나는 자질이 있나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다고요...


읽히지 않는 주제의 책을 수십 권 읽으며 머리를 잡아 뜯던 새벽, 인터뷰를 돌려보며 했던 고민, 토할 것 같은 밤에도 음식 주제의 유튜브와 영화를 보던 날들.  1년의 보이지 않는, 말하지 않았던 노력이 글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 내 노력은 뭔가 잘못된 거다. 사실 그걸 인정하니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내가 절실하지 않아 보였나 보다. 모진 말 들어 마땅하다. 울컥 올라오는 것은 수치심 비슷한 건가...


"작가의 자존심, 기세는 글에서 나와요."


수많은 말들 중 이 하나가, 어제부터 나를 밤새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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