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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샌디노트 Nov 12. 2023

[일상메모 #8] 엄마와 같은 침대에서 하룻밤을

마지막으로 엄마와 함께 잔 날이 언제였을까?



햇수로 3년 전 독립을 했다.

그 전에도 부모님과 쭉 산건 또 아니지만, 일때문에 잠시, 공부하느라 잠시, 여행가느라 잠시 떨어져 있던 거라 1년이 채 안되는 기간들이었다.


이렇게 각 잡고 나온 건 처음이라는 뜻-


물론 초반에는 모두에게 어색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혼자 사는 게 너무 좋아서 어색했고, 부모님에게는 함께 살던 자식이 없다는 게 허전해서 어색했다.


독립을 결정하고 부모님께 전달 아닌 통보를 했을 때도 존중은, 딸의 결정을 존중은 하시지만 애써 말리고 싶은 느낌이랄까? 


'뭐 이렇게 급하게 나가냐, 천천히 나가라-' 라는 말을 돌려 돌려 많이 하셨었다. (나는 물론 그 말을 묵살하고 나왔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반대로 지금은 부모님께서도 지금의 삶에 만족하신다. 


아무리 성인이라지만 챙겨줘야 하는 자식이 없다는 게, 또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그리 나쁘진 않으신가보다. 

이젠 내가 '나 다시 들어올까?'해도 '에이 됐어~' 하신다. 

신기하면서도 다행인 부분.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삶을 찾아가나보다. 좋은 의미에서.


어제는 간만에 본가에 갔다가 하루를 자고 오게 됐다. 

마침 아빠는 친구분들과 여행을 가셨다고해서 엄마와 단둘이 하루를 보냈다.


날이 추워지는 요즘이다보니 엄마가 '이따 저녁에 같이 자자-' 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왜이렇게 어색한지.

그리 살갑지 못한 딸인 나는 '응 그래~' 하고 말았지만, 사실은 '엄마랑 같이 자도 되나? 불편하진 않을까?' 싶은 생각이 뭉실뭉실 떠올랐다. 


엄마와 저녁을 먹고, 본가에 온 기념 잠시 동네 친구를 만나서 가볍게 한잔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엄마 방엔 아직 불이 켜져있었다.


'아직 안자?' 라고 하며 엄마 방을 스윽 들여다보니 취침 전 루틴인 유투브 쇼츠 시청 중-

'자기 전에 그런거 보면 안돼!' 라며 한마디 하려다가, 요즘 잔소리 디톡스를 실천 중인 요즘이라 꾹 참았다. 


씻고 침대로 슬쩍 들어와보니, 엄만 이미 내가 누울 자리 까지 따뜻하게 데워둔 상태였다.

조금 더 놀다가 자고 싶었지만,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침대로 들어가 자는 척을 했다.


말 그대로 자는 척. 잠은 딱히 안오지만, 이 어색함을 물리치기 위해선 우선 자야할 것 같아 잠든 시늉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슬쩍 살펴보시더니 내 목 끝까지 이불을 올려서 덮어주셨다.

30살이 넘은 딸인데, 뭐 그렇게 걱정스러우신 건지.

혼자 잘살아보겠다고 나갔는데, 뭐가 그렇게 안쓰러운건지.


왠지 모를 눈물이 왈칵 나왔지만, 자는 척을 하고 있던 나였기에 절대 티낼 수 없었다.

손으로 티 안내게 눈물을 훔치고, 심호흡도 해보고.

그렇게 진정하다 애써 잠에 들었다.


혼자 산지 3년차가 되는 요즘, 난 누군가의 그런 손길이 그리웠었나보다.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마냥 잘살고 있는 (척하는) 나를 걱정해주는.

가끔 혼자 자는 게 무서운 날도 있다보니, 내가 잘 자고 있는 지 조심스럽게 확인해주는.


다음 날 아침, 나는 할일이 있다며 오전부터 집으로 갈 채비를하고 본가를 떠났지만,

엄마가 준 온기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느낌이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잠든 척 하는 내게 이불을 덮어주는 엄마의 손길을 기억해야겠다.


그리고 나는 엄마에게 이 온기를 어떻게 전할 수 있을 지 고민해봐야겠다.


Love you 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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