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효율적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과거에 비해 월등히 개선된 인간의 지식수준과 생활 수준,
다양한 하드웨어의 개발, 그리고 그를 뛰어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까지.
예전에는 몇 단계로 나눠서 진행됐던 일들이, 이제는 손가락을 몇 번 움직여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빠른 처리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다.
다른 나라에 비해 대부분의 것들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비효율적인 것에 대한 거부감이 유독 크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효율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다시 말해 과정보다 결과에만 치중하는 것이다.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해야 오히려 효율적인 것들이 있다.
바로 '왕도'가 없는 것들이다.
빠르게 진행하기보다는 과정 하나하나를 진득하게 경험해야 오히려 효율적인 것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비효율적으로 해야 효율적인 것들'에는 세 가지가 있다.
바로 운동, 공부, 감상이다.
첫 번째, 운동.
운동은 일종의 수련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체력, 근력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에는 운동에서도 효율을 추구하는 상품들이 많다.
"30분 운동해서 1,000kcal 소모하기", "누워서 살 빼기" 같은 것들 말이다.
운동은 물론 체중 감량의 목적도 있지만, 1차적인 목적은 심신단련이다.
그리고 그 심신단련을 위해서는 운동을 하면서 겪는 고통의 과정을 온전히 겪어야 한다.
결과물을 빠르게 얻고 싶은 욕심에 무리해서 운동을 하거나, 약물 등 보조제를 복용하면 오히려 몸은 더 망가지게 돼있다.
운동을 할 때는 효율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두 번째는 공부이다.
사실 이건 나도 반성할 부분이다.
과거에는 관심분야가 생기면 그에 대해 차근차근 흡수했는데, 요즘은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먼저 찾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달 공부해서 합격하기, 5분 만에 이해하기" 같은 것들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깊게 공부한다면 가능할 수 있고, 벼락치기는 분명 효율적인 공부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단기로, 빠르게 한 공부는 체화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것처럼, 빠르게 흡수한 지식은 휘발되기 쉽다.
짧은 시간이나마 몰입을 했는데, 결국 남는 것은 없게 되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공부 역시 진득하게, 차근차근해야 한다.
세 번째로 감상이다.
감상이라는 단어가 추상적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모든 형태의 감상이 포함된다.
영화 감상, 작품 감상, 음식 감상(음미) 등. 그리고 독서도 감상의 일부가 된다.
영화를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약 2시간이다.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2시간의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배우와 스태프, 감독님들이 투입한 시간은 상당하다.
최소 몇 달이 걸리고, 규모가 큰 영화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효율을 추구하는 누군가는 2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사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요약본을 보고, 평론을 읽어본 뒤 영화를 봤다고 간주한다.
독서 역시 책 한 권을 완독하기보다는 요약본, 줄거리를 찾아본다.
완독하려면 최소 며칠은 걸리는데, 요약본을 보면 단 10분 만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한 감상은 몰입해야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침묵의 장면이 나올 때, 요즘의 우리들은 지루해서 그 장면을 빠르게 넘긴다.
하지만 그 침묵에도 의도가 있다.
긴장감을 높여주거나, 배우들의 심리를 대면하는 장치일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도, 특히 소설이라면 흥미롭지 않은 부분도 차근차근 읽는 것이 좋다.
어떤 숨은 문장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필요한 부분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임하려 노력 중이다.
기억이 나지 않아도 AI에게 물어보기보단 머리를 어떻게든 굴려 기억해내려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이후에 부족한 부분을 AI을 활용하고 있다.
외부의 힘을 빌리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이 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모두가 효율을 좇기보다는, 비효율 역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