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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오랫동안 꿈꿔온 당신에게

by mindful yj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위해 준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속에서 만나는 기대, 좌절, 희망, 실망 등의 감정들을 견뎌내고 묵묵히 걸어야 한다. 오랫동안 무엇인가가 되기 위해 준비했으나 조금은 지친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1

남과의 비교는 의미 없다. 어제의 나와 비교하자. 변하지 않는 내면의 가치 키우기

승무원 준비를 하면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승무원으로 비행을 하다 보면 정말 예쁘고, 키 크고, 날씬하고, 잘 나가는 승무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그들과 나를 비교해서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고민하는 순간 멘탈은 붕괴된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너무나도 많다. 그들과의 비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는 마치 사과랑 딸기 중에 무엇이 더 좋은 과일인가 하는 질문만큼이나 어리석다. 사과는 사과라서 그 맛과 향, 색이 아름답고 딸기는 딸기의 모양과 향, 영양소가 독특해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 둘이 모두 각자 훌륭하고 완벽한 과일인데 비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인 취향이 있을 뿐이다.


승무원에게 있어 외모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결국 단단한 내면이다. 스스로 나를 사랑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장착했을 때 자연스러운 당당함이 흘러나와 더욱 멋진 내가 될 수 있다. 면접은 자신감이 90%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 사람한테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지만, 다 가졌어도 자신감이 없다면 매력이 반감될 뿐이다.


모든 인간은 결국 늙는다. 노화에 저항할 수 없다. 나는 자연스럽게 내 나이에 맞게 나이 들고 싶다. 40대가 되어서 20대의 팽팽함을 동경한다면, 너무 추하지 않은가. 변하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기준을 외부에 두지 말자. 내가 비교할 대상은 오직 어제의 나뿐이다.


2

지금 내가 하는 일에 관심 갖고 사랑하기

오랫동안 승무원 준비를 해온 분들이라면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혹시 이 일은 그냥 잠시 하는 것뿐이고, 나의 목표는 승무원이야 하며 설렁설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즐길 수 없다면 그 어떤 일도 즐길 수 없다. 모든 일들을 승무원이 되기 위한 과정이고, 승무원이 되기 위한 연습과 경험이라고 생각해보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 일이 다르게 보이지 않는가?


승무원의 현실은 내가 생각하고 꿈꾸고 멋대로 그려나간 드라마가 아니다. 승객 탑승 직전까지 작업장갑을 끼고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해? 싶은 업무들을 정신없이 한 후에, 승객 탑승과 동시에 자본주의 미소와 서비스 마인드를 장착해야 한다. 세상 모든 돌아이는 다 비행기에 있나 싶을 만큼 이상한 사람들(승객과 동료 포함)도 많이 만나게 된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이 이거였나, 허탈하고 실망할 순간이 분명 있을 거라는 말을 하는 거다. 지금 내가 억지로 하고 있는 그 일이 비행이 될 수도 있다. 단지 승무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면 이 과정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즐겁게 비행하는 승무원’이 목표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다.


3

꼭 승무원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은 내가 나의 행복을 제한하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간절하다는 뜻은 나에게 그것이 없다는 반증이다. 너무 간절히 승무원을 동경하지 말자. 이미 내가 승무원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승무원으로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아진다. 일단은 어학 자격이 있다. 토익, 토스 간신히 최저기준을 넘겼다고 안심하지 말고, 점수를 더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나중에 입사한 후에, 정직원 전환될 때, 진급할 때 필요한 점수들이다.


이미 토익, 토스가 있다면 중국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 자격을 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제 기내에서 일본, 중국 승객들을 자주 만나게 되고, 간단한 기내 일본어, 기내 중국어를 교육 때 배우기 때문이다. 방송문을 연습하는 것도 좋다. 어차피 입사 후에는 방송 자격을 따야 하고, 더 좋은 방송 자격이 있으면 진급에도 유리하다.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비행은 결국 체력전이기 때문이다. 비행을 하고 싶은데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자주 아프고,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비행은 체력적으로 힘든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단순히 승무원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런 내용들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하고 즐겁게 비행하는 승무원이 되고 싶다면 이 정도 노력은 해야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포기할 때 깔끔히 포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일이 아니면 안 돼! 하는 순간, 내 행복은 내가 제한하는 것이다. 나는 무조건 승무원이 되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 합격하지 못하면 죽음이다 생각하는 순간 내 행복의 문은 그만큼 좁아지고 나는 초조해진다. 나의 목표가 이루어진 후의 시간들도 중요하지만 목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도 똑같이 소중한 순간이다. 준비하는 시간들을 괴로워하며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내가 쌓아가는 계단을 밟으며 천천히 나아가는 즐거움을 맛보면 좋겠다.


이렇게까지 나를 갈아 넣었는데도 안된다면, 떨어진다면 아, 나와는 인연이 아니구나, 생각하며 다른 일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도 있다. 어차피 직업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한 직업이 꿈이 될 수는 없다. 그 직업을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가치, 즉 진짜 꿈은 따로 있다.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은 보통 여행, 자유, 아름다움 등의 가치를 좇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한 가치들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직업은 꼭 승무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거만한 태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최대한 하되, 그 결과는 나의 손을 벗어난 결정이다. 가끔은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포기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더 큰 도약을 위해서 말이다. 내가 간절히 원해도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있구나,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이렇게 성장했구나,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로 이미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쓰다 보니 말이 길어졌다. 이는 꼭 승무원 준비하는 분들 뿐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뼈 때리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냥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 주면 좋겠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계속 이 내용이 떠오르고 곱씹게 된다면, 아주 작은 변화의 노력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조금씩 내가 원하는 모습에 한 발자국씩 발을 내딛으면 그걸로 됐다.


정답은 없다. 인생은 결국 내가 가는 길을 정답으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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