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는 이미 도착해 있습니다

by mindful yj



이번 스위스 리기산 투어는 목적지를 향한 여행이 아닌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여행이었다. 산들의 여왕이라 불리는 리기산은 그 자체가 엄청 높은 봉우리는 아니지만 주위의 다양한 뷰와 산들을 볼 수 있는 good point 인 것 같다.


취리히에서 루체른까지 기차로 약 1시간 이동, 루체른에서 유람선을 약 50분 타고 비츠나우에 도착. 비츠나우에서 마지막으로 산악열차를 타고 리기산 정상에 도착했다. (찾아보니 이 코스가 대체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리기산을 오를 때 선택하는 코스인 듯했다. 내려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왔다.)


비가 오다 말다 구름이 많았던 조금은 아쉬운 날씨였지만 리기산은 그 자체로도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내려오는 길에 산악열차를 타고 리기 클룸 어딘가에서 내려 베기스로 향하는 케이블카로 갈아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오며 바라보는 산과 풍경이 또한 일품이었다. 다시 루체른까지 가기 위한 유람선을 타기 위해 잠깐 들른 베기스라는 작은 마을의 아름다움에 감탄 또 감탄! 너무 아름답고 평화롭고 아기자기한 베기스. 오히려 목적지인 리기산보다 그곳에서 배를 기다리며 천천히 둘러보았던 배기스가 더 기억에 남는다.


틱낫한 스님의 책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오직 미래에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이나 차를 사고 박사학위를 받는 미래에.

우리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고통을 주면서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평화와 기쁨을 누리지 않는다. 파란 하늘과 초록 잎사귀, 사랑하는 사람의 눈을 보지 않는다. (...)

왜 서둘러 달려가는가?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오직 무덤일 뿐이다. 왜 모든 걸음마다 매 순간 평화를 느끼며 삶의 방향으로 걸어가지 않는가? 투쟁할 필요가 없다. 모든 걸음을 즐기라.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틱낫한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p.275-276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대학에 들어가도, 취직을 해도,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도, 집을 사도, 행복은 그곳에 없다. 행복은 내가 어떤 상황에 있든 그 순간 감사하며 행복하기로 마음먹을 때 찾아온다. 그런 순간들이 모여 결국 행복한 인생이 완성되는 것이다.

리기산이라는 목적지만 바라보면 그곳으로 가는 길은 길고 지루하다. 하필 날씨 때문에 완벽한 뷰도 보지 못했다. 어찌 보면 ‘망한 하루’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는 길의 그 순간들, 그 과정 자체를 즐기며 의미 있는 시간이라 여겼다. 그러자 날이 조금 안 좋아도, 가는 길이 길고 힘들어도 즐거웠다.


누구보다도 목적 지향적으로 살았던 나였기에 틱낫한 스님 책의 저 구절이 너무나도 와 닿는다.


우린 이미 도착해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언가를 오랫동안 꿈꿔온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