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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많이 흔들릴 때

by mindful yj


비행기가 기류 변화로 흔들리는 것을 Turbulence(터뷸런스)라고 한다. 보통 우리는 비행 전 운항 브리핑을 통해 언제쯤 터뷸런스가 있을 것인지 기장으로부터 미리 브리핑을 받는다. 항공기가 지나갈 경로가 정해지고 그 경로상의 날씨와 구름의 상태에 따라 미리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기류 변화는 언제든 있을 수 있으니 좌석에 앉아있는 동안에는 무조건 벨트 착용을 권한다.


프라하로 가는 오늘 비행기에서 유난히 비행기가 많이 흔들렸다. 레스트 하려고 벙커에 누워있는데 유독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고 벨트 사인이 2번 울렸다. 이것은 일종에 운항과 객실 간의 약속인데 벨트 사인이 한 번 켜지면 승객은 벨트를 착용하고 앉아야 하고 승무원은 조심히 이동해도 된다. 그러나 차임이 두 번 울리고 벨트 사인이 켜지면 승무원도 착석해야 한다는 약속이다. 보통 차임이 두 번 울리고 벨트 사인이 ON 되면 기장님이 “승무원 착석하세요, cabin crew, please be seated”라는 방송을 해준다.


여하튼 오늘은 유난히 심하게 비행기가 흔들려서 나도 덜컥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비행기 타는 것이 업이 되다 보니 웬만한 터뷸런스에도 꿈쩍 않는 편인데 오늘은 유난히 비행기가 많이 흔들려서 나도 문득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실 그 무엇도 당연한 것이 없고 누구에게나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세상 일이다. 매번 안전하게 비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 떠올랐다.


내가 당장 내일, 아니 오늘 죽는다면 죽기 전 가장 후회하는 일은 무엇일까. 돈을 더 많이 못 번 것이, 그 명품 가방을 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될까.

사랑하는 아이를 한번 더 꼭 안아주지 못한 것이, 사랑하는 이에게 다정한 한 마디를 더 건네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을까.


탄생과 동시에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오직 죽음이라는 확실한 운명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어찌 보면 우리 모두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데 종종 이 사실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


비행기가 많이 흔들리니 별 생각이 다 든다.

얼른 이번 비행을 마치고 돌아가 아이들과 남편을 더욱 꼭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매일매일 모든 비행기가 안전하게 이륙하고 착륙하여 (이, 착륙하는 동안이 가장 사고의 확률이 높다.) 인명피해가 없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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