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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B Dec 14. 2017

SC: 알쏭달쏭 복잡한 페루비안 이름과 성 명명법

페루식 명명법으로 보는 이들의 사회 문화적 특성


나의 경우는 "교사 해외 파견"하면 보통 떠올리는 이미지처럼 재외한국학교나 교포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부 교원해외파견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도상국 현지에 파견된 것으로, 현지 주재 한국 외교부와 협력하여 현지 학교에서 현지학생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 2016년 8월 말 파견 이래로, 정말 다양한 페루 현지 사람들을 만나고 접할 기회가 많았다. 


내가 그동안 만난 페루 사람들은 이 나라 부통령, 교육부 고위 간부, 한국 대사관 직원, 현지 학교의 동료들, 학생들 이외에도 일상에서 늘 만나는 아파트 경비원이나 슈퍼 주인, 건설노동자와 시장 상인 등 사회적 직급이나 경제적 계층이 정말로 다양한 편인데 - 항상 궁금하고도 약간 알쏭달쏭했던 것은 - 그들의 이미지와 첫인상을 결정하는 이름과 성이었다.

 


스페인 치하 300년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페루 사람들의 이름은 그들의 문화를 따라 스페인식 명명법을 따르는데, 스페인식 명명법의 경우는 보통 <이름 nombre + 중간 이름 nombre medio + 아버지 성 apellido paterno + 어머니 성 apellido materno> 으로 긴 편이다. 


https://es.wikipedia.org/wiki/Nombre_espa%C3%B1ol

(스페인 이름에 대한 위키 자료 링크)



내 코디네이터이자 내가 삼촌으로 부르며 따르는 수석 영어교사 Dennys (데니스)의 예를 들어보면 - 풀네임은 Dennys Edwin Barrios Ortega 이다. 여기서 자신의 이름은 Dennys, 중간이름은 Edwin, 아버지 쪽 성은 Barrios, 그리고 어머니 쪽 성은 Ortega 임을 알 수 있다.


솔직히 풀네임을 전부 쓰기에는 너무 길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이름을 부를 일이 있을 때는 이름과 아버지 성 정도만 부르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전부 다 지키게 되어있다. 공문서 작성 시나 시험 등 모든 공식적인 문서에도 이를 모두 적는다. 이들의 경우에 비하면 내 이름은 짧은 편이라 페루 사람들은 내 한국식 이름을 보고 궁금해 하여 질문을 하기도 했다. - 중간 이름은 여기도 없는 경우가 종종 있어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왜 한국은 어머니 쪽 성을 쓰지 않냐며 묻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을 위해 나는 사전을 뒤져가며 동아시아식 명명법을 한참 설명해 줘야 했다.)

 

그리고 내가 느낀 것은, 사회적 계층에 따라 이름 명명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리마에서 만난 사람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사회 고위층에다 식자층이기에 이름도 성도 모두 - 이름만 본다면 그냥 스페인 사람이구나 싶을 정도로 다소 정석적(?)이다. 물론 식민시절 리마 부왕청 산하 지배의 영향으로, 이 사회를 구성하는 고위층은 대부분 스페인에서 온 조상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계 사람들인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모께구아의 학생들의 이름을 보면 가끔 뭐라고 읽어줘야 할 지도 잘 모르겠는 - 다소 난감한 이름들이 마구 튀어 나온다. 1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도 아직 그렇다. 

 

 

내가 영미권 사람들과 다년간 일하면서 접한 상식으로는 - 영미권에서는 이름을 보통 가지고 있는 통념과는 다소 특이하게 짓거나 (River 리버, Apple 애플, Thorin 소린 등) 약간 꼬인 철자법으로 이름을 만들어 쓰는 경우에는 (Kevyn 케빈, Caitlyn 케이틀린, Aileen 에일린 등)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지만 그것으로 가정교육이나 환경적 배경을 가늠하기도 한다. 신생아가 이름을 지을 수는 없는 일이고, 부모들이 결국 이름을 짓는데 - 괴상한 이름이나 철자법은 결국 부모의 교육 수준이나 상식을 가늠하는 척도가 때문이다. (예시로, 영미권 사회 구성층의 최상위 계층을 보면 되려 영국계열의 Andrew 나 Victoria등 정직한 이름을 쓴다.)

또 다른 예로 아이들 이름에 Deandro 데안드로, Deangela 데안젤라 같이 앞에 De 데, 혹은 디 등을 쓰는 경우 등이 있는데 이는 보통 흑인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름으로 흑인 계통일 경우에 이 이름을 쓴다.

그러나 만약 집안이 이민자 집안이고, 그들의 뿌리 및 정체성을 위해 이민 오기 전 나라의 이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요즘 미국에 히스패닉 인구가 늘어 요즘 남자 아이 중에는 Carlos 카를로스 라는 이름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성씨도 마찬가지로, 미국 인구 순위를 따져볼때 Nguyen 응우옌 이란 베트남계 성씨가 순위권 안에 있는데 이는 미국 안에서의 베트남계 인구 성장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페루는 내가 알고 있던 기본적인 영미권 (더 나아가 서양권의) 명명 상식에 스페인어의 특징, 그리고 이들의 역사, 인종 및 민족 구성, 그리고 개인의 취향 및 빈곤층의 낮은 교육 수준으로 인한 마구잡이식 명명까지 더해져서 한층 더 복잡한 양상을 띈다. 한마디로 모든 걸 다 섞은 짬뽕이라는 이야기다.

 

http://losandes.com.pe/Nacional/20150616/89321.html

(가장 인기있는 페루비안 이름 200선)

 


 

http://larepublica.pe/sociedad/717871-cuales-son-los-100-apellidos-mas-populares-en-peru

 (페루 내 인구별 성 apellido 분포 조사)





앞서 이야기한 영미권(서양권) 이름 명명법의 전통적 특징 이외에 내가 여기 모께구아에서 본 것들을 혼자 열심히 (...) 토대로 분석한 것들을 개인적인 이해도와 함께 서술하도록 하겠다. 

 



1. 전통적인 이름의 조합

학생들의 이름을 보면 Maria Jose 마리아 호세, Maria Fernanda 마리아 페르난다, Miguel Angel 미겔 앙헬 (이탈리아어식으로하면 미켈란젤로) 등이 조합으로 붙여진 이름들이 많다. 

이는 마리아나 미겔 등 여기서는 너무도 흔한 이름에 나름 중간 이름으로 조합을 붙여 좀 더 예쁘고 독특하게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뭐 여기까진 금방 이해했다.

 



2. 영미권 이름의 영향

남미는 지정학적 위치때문에 생각보다 미국의 영향이 정말 큰 대륙인데, 코카콜라 및 할리우드 영화 등으로 대변되는 미국 문화 등이 이곳 시골에 가까운 소도시 모께구아와 저 시에라 고산지방 깡촌까지 다 들어와있다. (여기서 할리우드 영화 DVD가 2솔쯤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불법 복제를 하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물론 틀어보면 자비없는 스페인어 더빙이 이어진다.)


남미에서는 미국을 싫어하면서도 (이곳 중남미 현대사를 살펴볼 때 미국이 이 땅에 저지른 짓을 알게 되면 절대 미국을 좋아할 수 없다) 그들의 경제적 풍요로움과 문화를 동경한다는, 정말 상반된 두 가지 감정으로 미국을 대한다. 


그래서인지 남미에서는 특히 미국적인 이름을 정말 많이 짓는 편인데 그 중에서 몇 가지 인기 있는 이름 예시를 들어보겠다.


<남자>

James (영미권에서는 제임스겠지만 여기는 스페인어니까 하메스)

Jhon (존으로 읽음. 정식 철자는 John이 맞겠으나 여기서는 Jhon 으로 쓰는데 이유는 다시 아래 서술)

Roger (원래 로저가 맞지만 여기서는 로이어. 로헤르라면 알겠지만 왜 로이어인지 아직도 이해불가)

Edwin (에드윈), Eric (에릭), Anthony (안토니) : 이것들은 쉬운 이름

Frank (프랑크로 읽음) Wilmer (윌머가 맞겠지만 로컬라이징으로 윌메르라고 읽음),

Wilfredo (윌프레도. 우리 벨라운데 테리 학교 교장 이름이다. 마지막 '드'가 아니라 깨알같은 '도' 발음은 이것이 스페인어식으로 로컬라이징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Jim (교사 이름. 스페인어식이라면 사실 '힝 -_-;;;' 쯤으로 읽어야 하겠으나 미국식 이름이라고 짐으로 읽어달라 함.)


<여자> 

Catherine (영미권에서는 캐서린이지만 여기서는 카테리네. 학생과 교사 이름.)

Elizabeth (엘리자베스. 스페인어 발음을 지키자면 엘리사베트 쯤 되겠지만 전부 미국식으로 읽음)

Edith (에딧으로 읽음), Esther (에스더지만 여기선 에스데르), 

Evelyn (원래는 이블린이나 여기선 에벨린),

Nancy ('난시'로 읽음볼때마다 안경점과 시력검사가 떠올라서 참을 수가 없음.) 

Maritza (영어 이름 Marisa 에서 온 듯 한데 왜 저렇게 했는지는 잘... 마릿사로 읽음)


이쯤되면 점점 명명법에 대한 체계가 무너지는 걸 살펴볼 수 있다.



 

3. 스페인어의 특징에 기인한 희한한 철자법 (+ 2번과 연결)

내가 생각하는 스페인어의 치명적인 단점 (지금같은 세계화시대에 더욱!) 이 있는데, 스페인어 철자에는 원래 ㅈ 발음이 없다. (스페인어에서 j 호따 는 강한 ㅎ 발음이지 절대 ㅈ 발음이 아니다.) 옛날에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영어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ㅈ발음은 필수가 되었고, 외래어에 자주 차용된다.


그렇다면 스페인어로 ㅈ 발음은 도대체 어떻게 내야하는 것일까? 

1) Ll 나 Y 를 ㅈ 처럼 읽는 예이스모 (yeísmo) 현상을 이용해 발음한다. 

* 지하디즘(이슬람 근본주의하의 무장투쟁)이라는 요즘 나온 신조어의 철자가 yihadismo

<예시>

- Yulisa 라는 율리사라고 읽지 말고, 줄리사라고 읽어달라고 한다.

- Yuliana 는 율리아나로 읽지 말고, 줄리아나라고 읽어달라고 한다.

- Yhon 혹은 Yhonathan 으로 존, 혹은 조나단이라는 이름을 표기한다. 



2) J뒤에 h를 붙여 ㅈ발음을 낸다.

여기 사람들이 영어는 비록 못해도 미국에서는 J를 ㅈ 발음으로 읽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에, 이를 표현하기 위해 J뒤에 묵음인 h를 붙여서 ㅈ발음을 억지로 만드는 환장적 -_-;; 조합을 만들어 냈다.

<예시>

Jhon 을 존으로 발음하고, Jheison 혹은 Jheysson 은 제이슨이다. (....)

Jhanela 는 자넬라이며, Jhonny 는 죠니로 발음한다.

Jhonmi 라는 이름은 거의 '죵미'라고 발음하는데, 이 이름은 솔직히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쟈니라는 영미권 이름을 여자아이식으로 로컬라이징하고 싶었는가, 혹은 철자 실수인가 짐작만 하고 있다.


내 경험상 어느 선을 넘어서 자국민이 보기에도 헷갈리는 영미권 이름을 짓기 시작하면, 대부분 원주민계 교육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인 경우(이는 남미가 처한 현실이자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였다. 철자가 언뜻 보기에 괴상해보일 있다는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부르기 위한 이름을 짓는 경우가 태반이다. 차라리 께추아나 아이마라 이름이었다면 이해할텐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가 다수다. 아이고, 아이의 미래도 좀 생각해 줘요.

 



4. 이민자 집안의 경우 + 이민자도 아니면서 마구잡이로 외국이름 붙이기

페루는 독립 이후 이민자 층의 유입으로 성장한 나라이기도 하기에 사람들이 이민자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백인계 인구를 대표하는 유럽 이민자 쪽을 예로 들자면 유럽 중에서는 스페인계, 이탈리아계 및 동유럽계 등이 많고 또 레반트 지역 (지중해 연안의 나라 -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계가 꽤 들어와있다. 이에 러시아계의 남자 이름인 Ivan (이방;; 처럼 읽는다) 이나 중동계 여자 이름인 Miriam (미리암) 등이 아이들 이름으로 인기가 있다. 또 생각보다 중국과 일본을 필두로 한 아시아계가 많은 나라라 - 문서화되지 않은 기록이긴 하지만 - 모두가 대충 입모아 말하길 전체 인구의 3퍼센트 정도가 아시안 직계라는 말을 한다.


이렇게 이민자 집안의 경우라면 본 이름이나 미들네임에 원래 이민 온 나라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경우는 리마의 고위층 공무원 이민자 집안의 경우에도 자주 보이는 경우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만나서 이야기했던 리마 교육부 산하 코아르 영어 코디네이터의 경우도 집안이 중국계라 성도 미들네임도 중국 이름이었다.) 이런 경우는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내 상식으로는 다소 이해가 안 갔던게, 집안이 이민자 집안도 아닌데 마구잡이로 듣기에만 좋아보이는 외국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특히 누가 봐도 원주민계 페루비안 얼굴인데, 사실 말도 안되는 중국/일본 이름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예로, 나와 일하던 영어 교사 이름이 "Miury 미우리"였는데, 자기 어머니께서 일본어로 "나비"라는 뜻이라고 자기 이름을 지어주셨다며 이를 예쁘다고 자랑스러워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기초 일본어를 알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웃기는 일이었던 게, 일본어로 나비는 "ちょう 蝶 쵸" 다. 

그리고 정작 みうり의 뜻은 다음과 같으니.


http://dic.daum.net/word/view.do?wordid=jkw000077063&supid=jku000808780


이런 일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예시로 내 벨라운데 테리 학교 제자 중 하나 이름이 Hikaru (일본어로 히카루라고 읽고, 이는 빛이라는 뜻 / 여기서는 이카루라고 읽는다. H는 묵음이니까.) 인데, 자기 이름이 어디 동양계쪽 언어에서 온것만 알고 있었지 정작 정확히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자기 이름 뜻도 알고 있지 못했다. 아무리 봐도 원주민계 페루비안 얼굴인 녀석에게 혹시 동양계 친척이 있냐 물어보니까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름의 유래와 뜻을 알려주며 "앞으로는 네 이름의 뜻에 맞게 빛을 내며 살아라" 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아무리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외국에서 가져온 예쁜 이름이라 할 지라도, 차라리 이름 뜻이라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나 역시 이해라도 해볼 텐데, 이건 그냥 어디서 대충 줏어들은 걸 들고와서 아무렇게나 이름을 지었으니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수 밖에. 이런 경우 진짜 그 나라 출신 외국인이나 그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이 듣는다면 얼마나 웃긴 일인가. 

(난 결국 미우리 선생에게 진짜 자기 이름 뜻을 가르쳐 주지 못했다. 40년 넘게 예쁜 자기 외국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았는데 내가 정확하게 뜻을 알려주면 분명 실망했을 거고,더 나아가 내 말도 안 믿으려 노력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5. 도대체 이건 뭐야? 근본 없는 마구잡이식 이름

처음에 기본적으로 내가 맨날 만나고 가르치는 학생들의 이름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아이들 이름을 외우려고 먼저 학교에 요청해서 명단을 받았다. 그런데, 그렇게 받은 학생들 명단을 보고도 자기들이 스스로 읽어주지 않으면 도대체 뭐라고 읽어야할 지, 혹은 왜 이렇게 지었는지 궁금했던 이름들이 있었다.

 

- Dummas 

 : 정말 처음 보는 이름이라 당황해서 그대로 학생에게 내가 어떻게 불러야할 지 물었는데 '두마스'라고 한다. 왜 이런 이름을 갖게 됐냐고 물으니 엄마가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지었다는데 자기도 모르겠단다. 내 생각에는 '삼총사' '암굴왕' 등의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이름을 딴 게 아닌가 짐작한다. 아니 그런데 애 이름을 본 딸거면 제대로 이름 (알렉상드르)쪽을 본따야지 성(뒤마)을 본뜨면 어쩌잔 말인가. (사실 철자도 틀렸다. 뒤마는 m이 하나다부모 나름대로는 멋진 이름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허.


- Yhunniehr 

 : 언뜻 보면 어떻게 읽어야 할 지도 모르겠는 이 녀석의 이름은 '주니어'라고 한다. 최대한 주니어로 읽을 수 있게 철자를 만든 것 같은데 내가 볼 때는 다소 괴상한 이름이었다. 게다가 이름을 주니어로 왜 짓는건지... 아마 영미권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이름이 같을 경우에 아버지를 Senior, 아들을 Junior 주니어 라고 부르는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아주 좋은 예) 그를 마구잡이로 본따다 보니 주니어라는 이름이 나온 것 같다는 게 내 추측이다.


- Bryam과 Braynner 

 : 둘다 브라이언을 본따 지은 이름 같은데, 전자의 경우 스페인어만 생각해보면 '브리얌'이라고 읽어야하나 본인이 브라이언이라고 계속 우기는 바람에 그렇게 불러주고는 있지만 솔직히 틀린 철자법 아닌가? 그리고 브라이언이면 브라이언이지 브라이너는 또 무슨 이름이란 말인가.


- Senayda와 Yulisandra 

난생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 학생에게 물으니 세나이다, 줄리산드라라고 읽어달라고 하며 엄마가 어디서 들었는데 영어권 여자 이름이고 이쁜 것 같으니 막 지어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적어도 내 인생에서 저런 이름을 가진 영미권 여자는 내 주변에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 Leidi, Leydi, Leidy 셋 다 레이디

왜 이름이 여성을 존칭하는 명사인 '레이디'로 했는지도 모르겠고, 왜 다 철자가 지멋대로;;; 인지도 모르겠다. (셋 다 다른 사람임) 여튼 여기 모께구아쪽에서는 인기 있는 이름 중에 하나인데 아까 언급한 대로 솔직히 그렇게 지적으로 수준 높아보이는 이름은 아니다.


- Lisbeth, Lizbeth, Lizeth 

각각 리스벳 혹은 리즈벳, 마지막은 리셋 이라 읽는데 아마 엘리자베스에서 유래한 듯한 이름이다.

영미권에서도 엘리자베스의 애칭은 Beth 혹은 Liz, Lizzy 정도 인데 왜 저렇게 됐는진 잘... 게다가 모두가 통일되지도 않고 하나씩 틀렸다. 이 또한 그렇게 수준 높아 보이지 않는 이름 중 하나.


- Fray

프라이라고 읽는데 - 역시 어디서 온 것인지 잘 모르겠는 괴상한 이름. 혹시나 해서 찾아도 스페인어권 인명이나 께추아 사전에도 안보이고 영어로 찾아보니 이런 뜻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계란 후라이가 연상된다.)

https://dictionary.cambridge.org/dictionary/english/fray

 

- 철자 실수인가? Gohan 이 왜 로언이여?

철자를 보면 스페인식으로 고안 쯤으로 읽을 수 있겠지 싶어 그대로 읽었더니 본인이 정정하며 자기 이름 발음을 로언이라고 한단다. 무슨 고대 영어도 아니고 왜 이렇게 쓰여진 것과 발음이 다른지 모르겠다.


이외에도 Mehily, Mirma, Yesely, Yussely (각각 메일리, 미르마, 예셀리, 유셀리라고 읽어달라함) 역시 이해가 잘 안가는 너무나 다양한 예들이 많지만 이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우리 학생들은 공립학교 출신이고, 공립학교 대부분이 그렇듯 저소득층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다. 여기에서 가난은 몇 대 이상 되물림 되는 자연스러운 것인데다 - 이런 경우는 경제적인 기반 및 출산계획 없이 막 낳기도 한다. (내 제자들 중 적지 않은 수 이상이 4남매 이상 쯤 되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문자의 매커니즘을 이해 못한 부모들이 정말 되는대로, 어디서 들은 데로, 아이들 이름을 마구잡이로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로 가면 생각보다 문자 해득률도 떨어지고 문맹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전후세대 이상 할머님들이 글을 못읽는 경우가 더러 있지 않은가? 여기는 그게 더 심하다.




6. 성씨의 경우 - 이런 성씨는 원주민 계통

우리 학생들 성 중에는 Mamani 마마니 혹은 Quispe 끼스페가 많은데 이는 대표적인 안데스 원주민계 성씨라고 한다. (이는 볼리비아에 가도 많단다) 혹은 Choctaya 같이 강한 자음을 받침으로 쓰는 경우나 Ccaccro 등 자음을 두번 이상 쓰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저 중에 하나인 성씨를 가진 내 학생 중 하나와 깊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자기 부모님이 쿠스코 산간지방 출신 원주민이고 스페인어보다는 아무래도 께추아어가 더 편한 분이란다. 그런데 부모님들께서 먹고 살기 힘드니 대도시 아레끼빠로 내려오셨는데, 간혹 이름만 보고 원주민계라며 괄시하며 일자리를 구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정말 슬프고 개탄스러운 페루의 현실이다. 이땅의 주인은 잉카의 후예들이 아닌가.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이 가슴아파 했었다.

(그래도 여기는 원주민계가 많아 그게 사회적 문제라는 걸 인지라도 하고, 역시 안데스를 영토로 가지고 있는 소위 '백인 혈통이 강한 국가들'인 칠레나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쪽도 점점 원주민 차별이 문제가 된다는 걸 이해하고 바뀌려는 노력이 일고 있지만, 브라질 아마존 원주민 쪽은 여전히 무슨 볼드모트처럼 이름조차 불러서는 안 될,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처럼 취급한다는 친구의 이야기도 있었다.)






https://peru21.pe/mundo/tres-peruanos-lista-13-nombres-bizarros-mundo-134313

(혹시나 해서 더 찾아본 - 신문에 소개된 괴상한 이름들 링크 제임스(하메스) 본드. 이외에 셰익스피어 모짜르트, 록키 람보, 디즈니 등 -_-;; 도대체 부모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름을 지었는지 골때리는 이름들이 많다.)



이렇게 내가 만났던 이름들을 통한 나의 전적으로 개인적인 명명학 연구(?), 그리고 이를 통해 본 문화 이야기를 마친다.


리마에 만났던 고위층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내게는 솔직히 괴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모께구아에서 이름들은, 역시 명명에 대한 몰이해와 함께 가정환경 및 부모들의 낮은 교육수준에서 기인된다고 여겨진다. (특히 유형 5번 -_-;;;) 우리나라에서는 아이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기 위해 철학관도 물어 물어 가지 않는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서양권에서도 철자가 이상하거나 좀 특이한 이름은 딱 왕따당하기 십상이라며 이름을 지어준 부모들을 대놓고 비난한다. 그런데 여기는 아무리 이름이 괴상해도 다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것 보면, 역시 남미 특유의 유연성인 것인지 아니면 뒤에서는 비웃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긴 시간 동안 페루 사람들의 명명에 관련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하며 -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개인의 이름들을 토대로 - 페루 사회가 품은 사연과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함께 짐작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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