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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B Nov 05. 2017

SC : 부정부패는 페루 정치인의 덕목

정치하면 부정부패가 떠오르는 나라는 사실 페루 뿐만이 아닐 겁니다.

월요일 Literatura - 문학 시험을 필두로 11월 3주 가량 일정의 IB (인터네셔널 바칼로레아) 시험이 시작되었기에 Quinto 5학년 담당 모든 수업이 없어져 - 나를 포함한 5학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모두 급 한가해진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금요일 오후.


11월 4일 Día de Puno, 혹은 Aniversario de Puno (푸노의 기념일) 장식을 준비하던 -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지대하신 물리 담당 셀리아 선생님이 한국에는 어느 날을 기념하냐며 말을 걸어오셨다. 그렇게 우리는 아주 긴 대화를 시작하였다.


나는 Día de la liberación (광복절) 등을 예로 들며 식민지배, 태평양 전쟁, 한국 전쟁 등 머릿 속의 모든 스페인어 지식을 총동원하여 동아시아와 한국 근현대 역사 이야기를 쭉 해주었다. 그러다가 계속 듣고 계시던 셀리아 선생님이 감탄을 하며 - 한국은 그런 참혹한 일들을 겪었고 정말 최빈국의 위치였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잘 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고 말씀하시며 페루가 배울 점이 참 많다고 하셨다.


나는 이에 "세상을 좋게 바꾸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을 예로 들며 첫째는 정치, 둘째는 종교, 셋째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 페루는 남미 주변국들에 비해서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정말 많이 하는 편이며, 우리가 근무하는 코아르도 그런 프로젝트의 일환이지 않느냐, 그렇기에 페루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 포함 페루에 체류하는 한국사람들 전부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답변을 했다. 


나는 셀리아 선생님께서 외국인인 나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고 말하는 페루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대답을 듣고 나름 만족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되려 셀리아 선생님께서는 "교육은 바른 정치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페루는 정치가 너무도 부패했기 때문에 발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쓴 웃음과 함께 대답하셨다.


선생님의 생각은 이러하셨다.


"한국은 페루보다 정치가 발전하지 않았느냐, 작년에 부패한 대통령(박근혜 전 대통령)을 국민이 시위해서 몰아내는 것도 그렇고 -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모두가 다 잘 살고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모두가 하나의 좋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페루는 그렇지 않다. 


페루 사람들은 서로를 camarón (새우) 라고 비유한다. 새우의 습성 중 하나가 - 어떤 새우가 다른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려고 기어 올라 벗어나고자 하는데, 그 모습을 본 다른 새우들은 그 새우를 도와주질 못할 망정 되려 질투를 해서 그 새우를 끌어내린다. 다른 것을 꿈꾸는 새우들은 그렇게 또 다른 새우들에게 잡혀 평생을 그 곳에서만 발버둥친다. 페루 사람들은 누가 잘 되는 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발전이 없는 편이다. 한국 사람들과는 다른 것 같다."



나는 그건 그저 인간의 습성이 아닌가 - 한국에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속담이 있다라고 이야기했고, 셀리아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웃으시더니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셨다.


"페루 사람들의 새우 같은 습성은 - 정치판을 보면 고스란히 남아있다. 

절대 남들이 잘 되는 걸 보지 못하기에 정치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부 남을 깎아 내리는 데 혈안이 되어있으며, 그만큼 자신이 잘 되기 위해 부정부패를 통해 돈을 모은다. 난 오얀타 우말라 (페루의 전 대통령이자 첫 원주민 대통령) 가 군인이기에 좀 더 청렴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도 똑같았다. (현재 그는 조사를 받고 감옥에 있다.) 너무도 실망했다. 페루에서 정치 política 라는 말에 대해 이미지를 물어보면, 바로 부패 corrupción 라는 답을 한다. 이렇게 정치가 썩었는데 어떻게 이 나라가 옳게 발전이 가능하겠는가. 그 놈이 그 놈이다.


나는 사실 학교 선생님이 되기 전에는 정치인이었다.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택한 직업이었는데 내 눈으로 온갖 부정부패를 보니 정말 징글징글했다. 최상위 권력자들은 그 아래 권력자들을 이용해 돈을 벌고, 그 아래 권력자들은 위로 올라가기 위해 어떻게든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려 했다. 내 눈으로 본 부정부패만 해도 엄청나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게 더 보람있을 거라 생각해서 직업을 바꾸었다. 그래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거다." 



https://elcomercio.pe/politica

https://elcomercio.pe/politica/caso-lava-jato-situacion-politicos-peruanos-implicados-noticia-471316?foto=1

(페루 뉴스 링크 붙임. 위는 정치면이고, 아래는 페루 정치인들이 지금 어떻게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지 나열한 기사다. -_-;;;; 내가 여기 와서 들었던 말이, 페루 정치인의 덕목은 부정부패이고 - 페루 대통령들의 덕목은 임기후에 감옥을 가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쿠친스키 대통령도 브라질발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상당부분 인기를 잃었고 탄핵이라는 단어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중이다.)



감옥에 가는 오얀타 우말라 전 대통령. 이 전 대통령도 다른 대통령의 전철을 충실히 밟고 있다.



 



조용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플라니 수학 선생님이 Pobrecita muchacha (뽀브레시따 무챠챠 - 불쌍한 어린 여자, 영어로는 Poor girl) 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냐며 혀를 끌끌 찼다. 여튼 푸노 기념일로 시작해 페루 정치에 대한 성토로 이어진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어째 듣다보면 남이야기 같지 않은 페루의 정치 이야기. 우리나라 역시 눈부신 경제적, 기술적 발전에 비해 사회적인 시스템 발전이나 성숙한 시민 의식 등이 다소 미비한 나라라 (이를 사회문화 용어로 "문화지체" 라고 한다) 여전히 갈길이 많은 나라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파생된 것도 이와는 무관하지 않을 터. 아무쪼록 이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면 - 두 나라 모두 한걸음 더 성큼 발전해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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