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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B Oct 23. 2017

SC: 페루에서 참여한 쌍팔년도식 인구 전수 조사

덕분에 내일까지 또 휴일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의 기록.


다음 주면 2년간 준비했던 - 3주간의 IB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마지막 시험을 보게될 우리 낀또 (5학년) 학생들과 수업 시간 내내 문제풀이를 하고 문제 푸는 스킬을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었고, 다른 개인적인 일들도 함께 하느라 정말 정신없이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교장으로부터 10월 22일 일요일은 페루 전체 인구 조사의 날 censo 2017 이며, 그날은 최소 인구조사원이 방문할 때까지는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가면 바로 관련 담당자들이 집으로 돌려보낸다고. 외국인도 예외가 없어서 공항도 다 폐쇄하고 인구조사를 다 받아야 한다고 한다. 오늘 여행 계획 잡으신 분들은 종치셨을듯. (다른 곳도 물론 그렇지만 남미여행은 참 이런저런 변수가 많다;) 여기 사는 나조차도 이 사실을 3일전에 알았으니 원.

 

http://www.censos2017.pe/ (공식 홈페이지)



페루 국민들 중 자신의 거주지를 이동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부 자기 이름이 등록되어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며, 그렇기에 학생들도 다 집에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즉 아무리 자기 집이 멀어도 인구조사를 위해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반드시 자기 집에 있어야 한다는 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인구조사원을 위해 무조건 기다리라는 말이다. 또 그날은 모든 상점 및 시장도 다 강제로 닫아야 하기에 식량을 미리 사두라는 말을 했다. 인구 조사로 인해 모든 물류 이동마저 스탑이다. 



허허허. 이런 구시대적 쌍팔년도식 인구조사라니. 
이 이야기를 다른 나라 파견 동기에게 했더니 "너네 쌍팔년도 맞잖아 ㅋㅋㅋ" 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그렇기에 여튼 금요일 오후 쯤에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다 챙겼고, 집이 먼 아이들 (리마나 아야쿠초, 쿠스코 등) 은 미리 출발을 했다. 오는 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월요일 하루는 학교 휴일이라고 한다. 허허 참.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말그대로 한국의 수능 일주일 앞둔 고3이나 마찬가지인데 괜히 내 마음만 복잡하네.




사진 출처 http://www.andina.com.pe/agencia/noticia-censo-2017 관련 기사



외국인인 나 역시 조용히 아침부터 일어나 인구조사원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언제 올지 모르는 랜덤 이벤트였기 때문에 말그대로 올때까지 일찍 일어나 기다려야 했다.) 어제 미리 사둔 빨따 (아보카도의 남미식 스페인어)를 식빵에 발라먹으면서 끼니를 때웠다. 어제 동네 시장 또한 식량을 미리 사두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분명 모든 물류가 스톱이 되버리므로 다시 정상화 되려면 2-3일은 족히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집안일들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11시 반쯤 인구조사원이 내 집 문을 두들겼고, 나는 제대로 대답을 못할까봐 매우 긴장했다. 설문조사는 20분 넘게 이루어졌는데, 그래도 여기서 1년 넘게 서바이벌로 살았다고, 인구조사원과 스페인어로 대충이나마 모든 질문을 듣고 이해하고 답을 할 수 있어서 스스로가 신기했다. (급 셀프칭찬) 


질문들은 대체로 어떤 인구조사에서도 물어볼만한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부모님 교육수준과 종교까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 인구조사의 목적 자체가 미국에서 페루에 요청 및 지원을 해서 추후 아랍계 및 IS 잠재적 가담자들을 색출하기 위함이라는 음모론 같은 말을 들었었는데, 여하튼 미국이나 유럽이 문제다. 평화롭던 중동에 현재까지 비극적인 분쟁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들이 누군가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가. (남미에 오래 있다보면 서방국가들, 특히 미국을 비판적으로 보게 된다. 중남미 현대사에서 미국이 한 짓을 여기 와서 직접 느끼게 되면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오히려 남미에서는 식민지배 당사자인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대한 비난은 되려 옅은 편인데, 그 이유는 다음에 자세히.)



학생들이 월요일 밤이나 되어야 돌아온다고 내일까지 학교를 쉬는데, 사실 그간 여러 가지 일들에 한꺼번에 너무 신경을 써서 잠도 설치고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었다. 내일까지 집에서 푹 쉬면서 수업 준비나 해야겠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11월 3일과 6일에 걸쳐서 시험을 보는데, 나와 함께한 아이들이 끝까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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