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다양한 활동 기회 시작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말도 있다.
지금 나의 경우에는 두 말이 모두 해당되는 것 같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부딪혀 만든 책『반대라서 더 끌리는, 아르헨티나』가 이 세상에 나왔다.
모든 작가에게 그렇듯, 나에게도 이 책은 귀한 자식이나 다름없다. 잘 꾸려놓은 이야기를 그저 책으로만 머물게 하지 않고 세상의 빛을 보게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 치열하게 고민해왔던 결과를 실제로 옮기는 시점이 왔다.
보통 '작가'라는 이름을 달게 되면,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할까?
내 주변 지인들 중 책을 낸 사람들의 차례와 행동을 관찰하고 그들의 조언을 들으며, 나 역시 무엇을 해야할 지 생각해본 뒤 차근차근 구상했고, 현재 생각한 결과를 하나씩 실현하고 있다.
1. 독립서점 방문 및 입고
책이 나온 뒤 인터넷 대형 서점 이외에 - 내가 알고 있는 지역의 독립서점, 그리고 스페인어권 전문 독립서점과 여행 관련 독립서점 등지에서 입고를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내가 잘 몰랐던 지역의 독립서점 책방지기님들, 전국의 공공 도서관에서도 하나씩 내 책을 들여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내가 공들여 써 내려간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의 이야기가 좀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와 닿을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책이 또 다른 징검다리가 되어, 남미라는 낯선 세계로 용감하게 건너가는 여행자들의 시선을 통해 더 다채로운 빛깔로 다시 태어나길 소망한다.
2. 인생 첫 북토크 진행
지역 독서 문화를 선도하는 독립서점의 책방지기님께서 주신 기회 덕에, 인생에서 첫 북토크를 진행하게 되었다! 첫 작품의 첫 북토크인데다 사정상 평일 저녁에 진행하게 되어 내심 걱정을 했다. 그래도 KBS 지역 라디오의 책 소개 코너에 고정 출연하시는 사장님께서 홍보도 해주시고 (덕분에 나 역시 난생 처음으로 홍보격의 라디오 대본을 쓰고 내 목소리를 녹음했다) SNS에도 관련 사실을 올리셨다.
때마침 본업도 바빠지는 시즌이고, 시간 관리하며 북토크를 준비하느라 긴장이 되기도 했지만, "니가 하는 일이 말하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내 스스로를 끊임없이 세뇌하며 준비했다.
주변의 따뜻한 응원과 남미에 대한 이웃 독자분들의 관심 덕에 내가 목표했던 바를 다 이루고 즐겁게 돌아갈 수 있었다.
북토크를 다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나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 그리고 나조차도 미스터리하게 여겼던 부분까지 질문하시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이후에는 간단히 사인회를 하였는데 정말 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었다며 인증까지 해주신 독자님도 계셨고, 여행 스페인어 스터디를 열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덧붙여 북토크가 무척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며 칭찬해주신 분, 그리고 와 주신 독자분 중에 원래 남미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추가 질문을 더 하고 싶다며 나중에 따로 이메일로 연락드리겠다고 하신 분도 계셨다.
다 마치고 정리하면서 책방지기님과 소감을 주고 받았는데, 첫 북토크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며 흥미진진하게 잘 들었고 질의응답도 원활하게 잘 오갔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책 내용이 일단 탄탄해서 그런지 북토크도 좋았던 것 같다는 칭찬과 함께 다음 강연도, 다음 책도 모두 기대되니 그 때에도 저희 서점에 와서 또 해달라는 말씀까지 덧붙이셨다. 얏호!
귀한 기회를 기꺼이 제공하신 책방지기님, 그리고 값진 저녁 시간을 내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3. 강연 요청
이외에 공공 기관에도 나 자신을 열심히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교육청과 연계된 곳에서도 물론이고, 교수님 소개로 간 모교 대학 도서관에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대학 도서관에서는 매년 인문학 강의 및 저자와의 만남을 진행하는데,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아주 흥미로워하며 빠르면 다음 학기, 혹은 다음 년도에 바로 관련 강사로 초빙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바로 다음 날 강사 등록카드를 받았다.)
어느날 인스타그램에서 유학 박람회에서 나를 북토크 강사로 섭외하고 싶다는 디엠을 받았는데, 의심스러웠지만 (요즘엔 너무 이상한 사람이 많으므로) 일단 이메일을 보냈더니 얼마 뒤 아래와 같은 정식 이메일이 왔다.
코엑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생각해보니 저 유학 박람회, 당시 이름은 좀 달랐던 것 같긴 해도 십 몇년 전에 한창 유학의 꿈을 품고 차근차근 준비하던 나도 가봤던 곳이다. 생각보다 유학의 꿈 자체는 늦게 이루긴 했지만, 그래도 예전엔 참가자로 갔던 장소에 이젠 세월이 흘러 강연자로 가게 되다니 인생은 참 알 수 없고, 설레는 일이 가득하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또 다른 멀티버스의 삶 속에서 내릴 여러 빛깔의 축복의 비를 맞을 준비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