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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B Aug 31. 2017

MD: 미국 경유가 달갑지 않은 이유 + 한국 방문!

내겐 너무도 까다롭고 황당한 미국 공항 보안 + 한국이 좋긴 좋네 :-)


1.

이번 8월 중순에 건강검진, 연장 재계약 및 가족과 친구들을 볼 겸 2주간 잠시 한국에 갔다와서 어제 페루로 돌아왔다. 근 1년만의 한국방문이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대서양 인접국과는 달리 - 페루와 칠레 등은 남미중에서도 태평양과 인접한 나라들이라 지리상 미국으로 경유하는 것이 더 가깝기도 하고 수하물 짐을 두 개까지 부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는 미국 경유가 정말 달갑지 않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보안 탓이다. 미국을 단순히 통과만 해도 받아야하는 ESTA 비자부터 시작해서 렌덤으로 승객에게 던지는 이상한 질문들, 신발을 벗고 보안 검색대에 서는 것 모두 굉장히 굴욕적인데 가장 짜증나는 건 역시 짐검사다. 나는 미국 입국이든 단순 경유든 한번도 보안 검색대를 그냥 통과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심할 정도로 어이가 없었는 일들을 연거푸 겪었다.






* 미국 경유 페루방 한국행 도중 겪은 일


페루에 파견 나와 있다가 드디어 처음으로 고국에 들어가기에 페루에서 살 수 있는 괜찮은 물건들을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이것저것 사서 짐가방에 챙겨서 가득 넣었다.


나는 건강검진 및 재계약 등의 이유로 서울 이모집에 며칠 있어야 했는지라 도착하자마자 택배 서비스로 큰 짐을 경남 집에 부칠 생각었기에 이모네에게 줄 선물과 내게 당장 필요한 것들은 기내용에 따로 챙겼다. 그러나 그 이후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일어났다.



첫 번째 문제는 경유지인 미국 애틀란타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일어났다.

공항 직원들은 엑스레이로 내 짐을 검사하더니 모조리 꺼내라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어쩔 수 없이 난 따로 불려가서 그들과 함께 내 짐을 하나하나 꺼내며 용도를 하나하나 설명을 해야했다.


난 미국 보안팀에 취조(?)를 당하면서도 도대체 뭐가 문제였는지 상당히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쿠스코 지방 여행할 때 사왔던 살리네라스 소금 때문이었다.


아름다운 페루 쿠스코 근처 살리네라스 염전. 이 예쁜 풍경은 건기 때만 볼 수 있다. 나는 이곳에서 선물용 소금을 구입했다.



이들은 내가 선물로 산 소금을 마약으로 의심하고 갖가지 화학반응 검사를 시작하였다. 시간이 흘러서 별 이상이 없는 걸 알고 나서야 날 풀어주었다. 아, 이렇게 소금 때문에 마약사범으로 의심받고 말다니.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무사히 한국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는데 - 모든 사람들이 짐을 찾고 나가는 데도 내 짐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나오지 않았다. 거의 끝날 때 쯤 나온 나의 캐리어 가방은 보는 사람이 처참하다 말할 정도로 와장창 부서져서 도착했고 (TS가 안되는 가방이라 억지로 다 부셔서 열어본 것 같다) 대한항공에서는 미국 경유시 이런일이 종종 일어난다며 아나 손님 짐을 다 열어서 검사한 것 같다며 비슷한 사이즈의 가방을 교환해주었다. 그 뒤에 그 안에 들은 짐을 다 끄집어내고 정리하느라 남들보다 30분은 넘게 늦게 나왔다. 아이고, 입국장 앞에서 날 마중나와 기다리던 내 동생은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심각하게 걱정했다고 한다. 후에 내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내 동생은 아마도 언니가 남미에서 와서 더 그런것 같다며 낄낄댔다. 이렇게 입국 에피소드는 종료.


혹시나 헌 캐리어 가방을 새가방으로 교환하고 싶다면 - 가방 안에 (그들 말대로 출처가 수상한) 남미산 소금을 넣고 비밀번호로 잠궈 미국 경유를 해야겠다는 이상한 교훈만 남은 채.



부서진 캐리어 안에 들어있던 안내문. 내 짐을 부셔놓은 이유 및 조사하는 이유를 스페인어로 대충 설명해두었다. 망할 놈들.




* 미국 경유 한국발 페루행 도중 겪은 일


(물가가 좀 비싸긴 해도 뭐든지 다 구할 수 있는) 페루의 수도 리마가 아닌 남부 지방의 작은 도시 모께구아에서 1년을 살아보니 - 이곳에서 뭐가 필요한지 절실히 깨달은 나는 필요한 물건을 미리 페루에서 인터넷 택배로 다 주문하여 짐정리를 시작했고, 기타 필요한 것들은 집에서 들고가거나 후에 인터넷면세점 찬스를 이용하여 구입했다.


내게 모께구아에서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뭐니뭐니해도 1년치 화장품 (난 막판엔 니베아 파란통 크림으로 버텼다) 과 비상식량. 그리고 신발 등 기타 공산품.



처음에 LA 입국 할 때 나에게 돈 많이 들고왔다고 물어서 - 그렇긴 하지만 10000불 이하로 들고왔다고 했더니 심사원이 내 말을 믿지 않고 다른 조사대에 집어넣어 조사받게 하였다. 바로 별일 없이 풀려나긴 했지만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수하물. 입국 시에 내가 수상한 것들을 기내용 캐리온에 넣어 (한국 입국 때 미국 경유지 애틀란타에서 소금을 마약으로 착각했다는 미국 보안 측의 해명은 듣고보니 좀 그럴싸하긴 했다) 그런가 싶어 이번에는 무시무시한 보안 검색대를 피하려고 모든 가루형태의 것이나 식량 같은 건 밀봉하여 죄다 수하물로 부쳤었다. 그리고 그것도 못미더워 중간에 찾은 수하물에 (미국은 경유지에서 짐을 찾아 다시 부치게 되어있다) 면세점에서 산 것 중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액체같은 것들은 넣어서 다시 부쳤다.


이번에는 별일 없겠지 싶었는데 또 경유지 미국 LA 공항에서 문제가 생겼다. 또 보안 검색대 팀들이 내 짐을 따로 빼서 다 열어보게 하는 것이다.



"아니 이놈들은 대체 뭐가 문제냐" 하며 궁시렁대는데 - 내 가방에서 금속이 탐지되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그것들은 내가 한국에서 들고 온 탁상시계, 그리고 내가 학생들에게 12월에 졸업 선물로 주려고 들고 온 한국 전통 문양이 그려진 책갈피들이었다. 책갈피와 탁상 시계가 금속 재질이라 걸린 것 같았다.


찾고나니 민망해졌는지 보안 검색대에서는 네 가방에서 음식이 보인다는 다른 핑계를 대었고 - 알고보니 내가 면세점에서 구입한 종합영양제였다. 더욱 더 민망해진 또 다른 직원은 내 짐에서 액체가 보인다며 또 뭐라해서 원인을 찾았더니 - 내가 시력보호용 및 자외선 차단용으로 들고온 콘택트렌즈 세트였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직원들은 미안하다며 다 풀어헤친 내 짐을 대충 정리하며 돌려주었다. 이서 정리하는 건 또 나의 몫. 아 이런 젠장.



나와 같이 있던 자문관 선생님과 사모님도 이 광경에 함께 어이 없어 하시며 웃고 말았다. 이렇게 상황종료. 정말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미국 경유 출입국이었다.






미국이 과거 일어난 9.11 테러 때문에 까다롭게 구는 건 알겠지만 이런 일들이 출입국시마다 자꾸만 일어나니 정말 미국 경유는 달갑지 않다. 앞서 서술했듯 기분 나쁜 일들도 많이 겪고 말이다. 자국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자기 직분에 충실한 것은 알겠지만 솔직히 과하다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 비례해 내 인생도 점점 희한한 에피소드로 충만한 시트콤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아아, 이럴 수가.








2. 한국에서는 먹다가 왔다. 하하하.

한국이 정말 편하고 좋긴 좋구나! 아무래도 긴장을 덜해도 되는 맘편한 내 나라니까. 내가 날을 세우지 않아도 되는, 그리고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르든 언제나 내 편인 사람들과 즐겁게 웃다가 농담하다 먹다가 그렇게 지내다가 왔다 :-)  


개인적으로는 한식과 일식을 제일 좋아하는데 - 페루 모께구아 파견 이후 다음 해외살이는 반드시 한식과 일식을 동시에 구할 수 있는 동네로 가겠다는 생각을 굳건히 하였다.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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