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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대하는 소비자의 의식 변화

by 심상보

패션은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구다. 고대부터 권력자들은 권력의 정당성을 나타내기 위해 화려한 복식을 착용했다. 현대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 돈, 취향 등을 나타내기 위해 패션을 선택한다. 아무리 선한 이미지를 주는 윤리 패션이 주목받아도 사람들은 패션의 근본적인 목적인 정체성을 위해, 좀 더 강하고 멋있어 보이는 패션 제품을 구매한다. 환경을 위해 패션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패션이 권력을 가져야 한다. 지위, 돈, 학벌, 인맥 같은 ……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패션이 권력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패션이 사람들의 인정 욕구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는 대상은 자신을 이롭게 하거나 두려운 존재다. 지속가능한 패션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속가능 패션이 이롭거나 두려워야 한다. 사실 지금의 기후 위기는 그 자체로 두렵다. 그리고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해결해야만 한다. 하지만 막상 사람들은 기후 위기를 개인의 위기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두렵지만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기후 문제를 어떻게 패션 브랜드의 정체성에 포함시켜 이로운 브랜드라는 것을 인식시킬 수 있을까?

현재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브랜드 중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파타고니아’다. 파타고니아는 디자인이 화려하지도, 기능성이 대단하지도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파타고니아를 최고의 아웃도어로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아웃도어 브랜드로 파타고니아를 대체할 브랜드는 없다.

0239abf9c61c7d122ad0d730988caadc.jpg 2022년 2월 21일 성남시 탄천 백현보 해체 현장, 파타고니아 푸른심장 캠페인. 출처: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북유럽의 대표적인 지속가능 브랜드 ‘가니(GANNI)’는 아직 국내에서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브랜드다. 비건 가죽 등 친환경 소재를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가니를 대체할만한 친환경 소재 여성복 브랜드도 없다.

제품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가 왜 그 브랜드가 생각나고 왜 그 브랜드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하다. 무엇을 원할 때, 어떤 사건을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이 떠 올랐을 때, 그 브랜드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나 잘 만드는지는 그다음 문제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환경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그 브랜드가 생각나야 한다. 앞으로 점점 중요해질 지속가능성을 브랜드 정체성에 담아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에 포함시켜야 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곧 닥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을 브랜드의 정체성에 포함시키면, 지속가능성 만으로 선택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지속가능성 중 어떤 카테고리를 선점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점점 더 소비자는 기왕이면 친환경 브랜드를 선택할 것이다. 적당한 친환경 브랜드가 없다면 그다음 선택은 멋진 브랜드다. 하지만 멋지기만 하고 환경에 관심이 없는 브랜드의 제품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멋진 애플도 모든 기업활동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함으로써 멋짐을 유지할 수 있다. IBM도 RE100 달성에 적극적이지만 이미 애플에게 졌다. 결국 사람들은 또 애플을 최고의 브랜드로 떠올린다. 패션브랜드도 지속가능성을 선점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선택의 기준엔 반드시 지속가능성이 포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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