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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방법에 따른 패션제품의 사용

by 심상보

사람들이 패션 제품을 선택할 때 선택의 중요한 기준은 '이 옷을 언제 입을까'이다. TPO에 따라 어떤 옷은 집에서 편하게 입고, 어떤 옷은 일할 때 입고, 어떤 옷은 아주 중요한 자리에서 입을 것을 생각하고 옷을 구매한다.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도 각각 다르다. 집에서 입고 뒹굴 옷은 피부에 자극이 없는 소재여야 하고, 거친 노동을 위한 옷은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가격의 기준도 편하게 입는 옷보다 중요한 자리에서 입는 옷이 훨씬 비싸기 마련이다. 지속가능한 패션 생활에서 옷을 고르는 기준도 이와 비슷하다. 몇 번 입고 다시 팔 옷인가, 1년은 입고 팔 옷인가, 끝까지 입다가 폐기할 옷인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몇 번 입고 재판매를 고려하는 옷이나, 재판매 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옷이라면 가격이 조금 비싸도 구매할 수 있다. 1년 정도 충분히 입고 시즌이 끝나기 전에 다시 판매할 옷이라면 높은 재판매 가격을 고려하기는 좀 어렵지만 재판매가 가능한 제품인지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속옷이나 티셔츠처럼 자주 입고, 남에게 다시 팔 수는 없는 옷이라면 더 이상 입을 수없을 때, 재활용을 위해 브랜드로 보낼 수 있는 옷인지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모든 제품의 재판매, 재활용 여부는 제품의 아이디(DPP)로 알 수 있다.

소비자가 어떤 재활용의 종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제품의 가격은 다르게 된다. 부가적인 관리 비용과 재판매,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은 조건에 따라 구매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금융 상품을 이용하면 구매와 동시에 재판매 금액을 할인받고 구매할 수 있다. 계약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이후에 제품을 돌려주면 된다. 자동차 리스처럼 소비자는 구매한 제품을 어떤 상태로 돌려줄 것인지 결정하고 그만큼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남은 재고를 팔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지금의 판매 방식을 거꾸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판매할 때 가격을 낮추고 재고는 없어지게 된다. 브랜드는 회수된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재판매하여 수익을 얻으면 된다. 악성 재고를 땡처리하는 것보다 브랜드 이미지도 훼손되지 않고 소비자는 제품의 진품여부를 걱정하지 않고 중고 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같이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이상한 방법이 아니라 그냥 생각을 바꾼 것뿐이다. 그리고 지금의 의류 판매 방식을 이렇게 바꾸지 않으면 전 세계에서 년간 쏟아지는 의류 폐기물 9천2백만 톤, 약 330억 벌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지금처럼 의류폐기물이 산과 강에 버려진다면 탄소배출량 증가로 기온이 올라가기 전에 생태계가 망가질 수도 있다.

의류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재활용 방식을 생각하고, 그에 맞는 구매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패션 생활을 위한 기본적인 소비방식이 될 것이다. 버리는 의류제품을 줄이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HM-pre-loved.jpg H&M의 중고 의류 판매 매장 'Pre-Lo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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