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강조하고 싶을 때, 일단 크기를 키우면 눈에 잘보인다.
유니폼처럼 개인의 신분을 드러내고, 언제나 반복적으로 입히는 가장 기본적인 옷을 만드는 대형 기업이 아니라면, 그다음 단계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에 따라 여러 개의 컨셉으로 분화된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지금도 그렇고, 100년 후에도 이처럼 ‘미묘한 차이의 감각’을 유지하는 브랜드들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브랜드의 성격이 아무리 세분화되더라도,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는 결국 몇 가지 유형으로 묶인다. 마치 ‘사과’라고 부르지만 그 안에 수십 종의 품종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비슷비슷하게 인식되는 컨셉 속에서 눈에 띄기 위해, 브랜드들은 사진과 영상에서 더욱 강한 자극과 독한 이미지를 사용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유행하는 브랜드일수록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만들기보다, 과거 크리에이터의 감각을 차용해 ‘비틀어 쓰는’ 방식을 택한다. 이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전략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과장을 확대하거나, 고생스럽게 여러 개의 쪽으로 나누고 붙이거나, 난데없는 물질이나 물건을 옷에 붙이거나, 시커멓게 혹은 새하얗게 만들거나, 아니면 과거에 존재했던 특정 의복 형태를 그대로 베껴오는 방식 등이다.
먼저 과장의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아이템을 무조건 확대하는 것이다. 아크네 스튜디오가 시작했고, 버질 아블로가 능숙하게 활용했으며, 뎀나는 지금도 크기를 계속 키우고 있다. 이 스타일의 기원은 힙합 문화에 있다. 뒷골목의 가난한 흑인들은 눈에 띄기 위해 자기 몸보다 큰 사이즈의 옷을 흐트러지게 입었다. 허리는 흘러내려 팬티가 보이게 입기도 했다.
이것은 패션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창의적으로 옷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다. 그래서 이 과장된 스타일은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크리에이터가 패션 아트 디렉터를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아이디어 중 하나이며, 동시에 대중이 매우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다만 커다란 옷은 그 자체로는 포인트가 부족해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힙합 스타일을 입던 이들은 번쩍이는 대형 목걸이나 난데없는 자전거 체인을 허리에 걸었다. 그리고 뎀나는 커다란 옷에 시커먼 선글라스를 더했다. 마치 맨 인 블랙처럼, 이런 과장된 스타일은 앞으로도 형태를 조금씩 바꾸며 반복해서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시선을 붙잡는 포인트 액세서리는 조금씩 바뀌며 더해질 것이다.
사진은 1982년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컬렉션이다. 이 컬렉션을 통해 가와쿠보 레이는 전통적인 서구 중심의 패션계에 새로운 디자인 세계를 제시했다.
사진은 베트멍(Vetements)의 2024년 컬렉션이다.
사진은 1999년경 래퍼 릴 웨인(Lil Wayne)과 그의 친구 말리(Marley), 그리고 핫 보이즈(Hot Boys) 멤버들의 모습이다.
사진은 아바바브(AVAVAV)의 2023년 컬렉션이다. 디자이너 비이트 칼슨(Beate Karlsson)은 지역 창고에서 사용하고 남은 소재를 활용해 엉뚱하고 기묘한 형태의 옷과 액세서리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