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신문 인터뷰 내용 원본
중대기자(이하 '중'): 성함, 부서, 직책 여쭙고 싶습니다.
심상보(이하 '—'):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지속가능패션이니셔티브 전략기획본부장입니다.
중: ‘의류수거함’에 수거된 옷들은 국내에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지자체 조사 결과 80%의 의류수거함이 민간 자율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체 의류 폐기물 중 51%는 일반 쓰레기와 혼합되어 버려지고 나머지는 의류수거함으로 수거됩니다. 의류수거함으로 수거된 폐의류 중 99%는 수출기업에서 수거한 것으로 그중 90%는 해외로 수출됩니다.
중: ‘의류수거함’에서 수거된 옷들 가운데 자선 목적, 재활용, 재판매의 비율은 각각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 의류수거함으로 수거된 폐의류 중 국내에서 재판매 또는 자선 목적으로 활용되는 비율은 0%에 가깝습니다.
수거된 폐의류는 재활용으로 분류되어 해외로 수출됩니다. 해외 수출 폐의류 중 10~20%가 현지에서 재판매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국내 폐의류 수출물량은 말레이시아, 인도 등을 통해 또 다른 국가로 재수출되기도 하여 사실상 데이터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중: ‘의류수거함’에 버려진 옷들이 국내에서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이 필요한지 알고 싶습니다.
— 재활용을 위해서는 먼저 재활용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그 기술을 사용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재활용된 재료를 구매해 사용할 기업이 있어야 합니다.
재활용 기술 중 가장 중요한 기술은 폐의류를 용도와 소재별로 분류하는 기술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을 위한 분류 기술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때문에 복합 소재나 혼합 의류는 재활용하지 못하고, 분류가 필요 없는 단일 조건의 폐기물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재활용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아직 재활용 기업의 경제적인 자립이 어려운 상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산된 재활용 재료를 구매 활용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생산 유통 기업이 재활용 재료를 구매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요구가 있거나, 경제적 이익을 주는 관련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중: 2022년 BACI 국제 무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중고 의류의 약 80% 이상을 수출하며, 연간 약 30만 톤의 중고 의류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중고 의류를 자국에서 재활용하지 않고 수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재활용은 완성 제품을 재료 상태로 환원하는 것을 의미 합니다. 또한 의류 폐기물 재활용은 아직 화학적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일반적으로 물리적 재활용을 재활용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질문의 중고 의류 재활용은 재판매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중고 의류라는 용어가 판매용 제품을 의미하므로)
우리나라 유통 구조에서 중고 의류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대형 의류 유통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기업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유지되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는 국내 의류의 중고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편입니다. 일부 업체는 해외 고가 제품의 빈티지 상품을 유통하고 있으나 전체 시장와 비교할 수준은 아닙니다.
국내 중고 의류를 수출하는 나라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입니다. 이들 국가에서도 국내에서 수출된 의류 중 30~40%는 즉시 버려지고 나머지 의류 중 10~20%만 재판매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솔직히 가난한 나라에 우리나라 쓰레기를 버린겁니다.
중: 동일한 통계 자료에 근거하면, 한국의 1인당 중고 의류 수출량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구 대비 높은 물량의 의류를 폐기하고 있는 한국의 의류 소비 문화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 우리나라의 의식 수준을 스스로 점검해 보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훌륭한 일입니다. 하지만 ‘의식’만으로 문화의 방향이 옳게 잡히거나 바뀔 수는 없습니다. 사회 구성원이 원하는 요구가 이뤄지도록 제도와 정책, 교육이 있어야 올바른 방향의 의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옷’, ‘오랫동안 입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하기보다, ‘비싼 것’, ‘새 것’을 과시하는 것이 ‘부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개개인의 취향이나 의지라기 보다는 오랜 기간 이런 가치관을 갖도록 부추긴 정책과 보고 배울 수 있는 여건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로 현재 해외 패션 디자이너 중 주목 받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패션 디자이너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컬렉션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에서는 친환경을 마케팅으로만 사용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지속가능패션이니셔티브에서 국내 컬렉션에 참가한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친환경을 실천한 디자이너를 찾기 위해 조사했지만 조사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또 다른 예로 유럽의 브랜드들의 현지 사이트에는 거의 대부분 제품이 제작될 때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들이 국내에 사이트를 개설하면 이 내용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EU 역내에서 유통하는 모든 제품의 탄소배출량을 공개하도록 한 EU의 정책 때문입니다.
국내 브랜드가 친환경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소비자가 친환경에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친환경에 관심이 없는 이유는 재활용 소재 제품이나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개인의 도덕성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교육에 의해 만들어 집니다. 우리나라에 의류 소비 문화가 친환경적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중: 폐의류의 매립·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 제품의 제작 및 유통, 폐기까지 전과정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LCA가 산업 전반에서 일반화 되고 있습니다. 의류 제품의 경우 제작 단계에서 약 55%의 탄소가 발생하고 폐기 단계에서 약 10% 정도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하지만 소각의 방법에 따라 탄소 배출량과 환경 영향의 차이가 매우 큽니다. 많게는 일산화탄소의 경우 180배 이상 차이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저개발 국가에서 불법적으로 매립이나 비공식적으로 소각되는 폐의류는 정상적인 소각 시설을 갖춘 선진국에 비해 환경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유해 물질을 걸러내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중: 저개발 국가에서는 폐의류를 소각하는 환경이 더욱 열악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환경 오염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적절한 시설을 갖춘 소각장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소각을 하는 경우 상당부분의 유해물질(다이옥신,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등)은 제거되고,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만 발생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 탄소 배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독성 물질의 직접 배출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저개발 국가에서는 판매되지 않은 폐의류를 노지에 방치하고 자연발화 또는 방화로 소각되는 경우에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또한 연료 대신 의류 폐기물을 소각하는 하거나 비정상적인 소각을 하는 경우 공기 중에 유해물질이 그대로 배출됩니다. 고온에서 소각되지 않고 저온에서 불완적 연소되는 경우에 더 많은 유해물질이 발생합니다.
저개발 국가의 폐의류 소각은 탄소 배출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가 불가능한 매립, 소각으로 인한 극심한 환경문제와 더 중요한 인권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중: 저개발 국가의 폐의류 매립·소각이 주민들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 저개발 국가에 수출된 폐의류의 실상을 보여주는 영상을 안보려해도 몇 번은 보았을 것입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정상적인 매립, 소각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습니다. 또 폐의류로 삶을 유지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폐의류의 정상적인 매립 소각 방법을 알려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정상적인 매립 소각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폐의류 매립과 소각으로 물과 공기가 오염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나라 사람들의 피폐한 삶입니다. 현지에서는 폐의류가 하나의 산업이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업으로 살아 갑니다. 사람이 쓰레기로 삶을 영위하게 하는 상황은 없어야 합니다. 폐의류 수출 문제는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 문제입니다.
중: 저개발 국가로의 무분별한 중고 의류 수출을 저지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 이미 EU에서는 제3국으로 의류 폐기물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류 폐기물 수출만 금지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생산과 소비 구조가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폐기물에 대한 처리 문제는 계속 남게됩니다. 따라서 의류 폐기물 수출을 막고 페기물에 대한 재활용과 적절한 처리를 위해서는 의류 제품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편입시키고 전과정평가(LCA)를 의무화하는 것이 답입니다. 의류의 원료가 생산되는 순간부터 폐기의 전과정을 추적하고, 각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판매자가 책임지고, 사용이 끝난 폐의류의 재활용을 생산·유통자가 책임지게 함으로써 의류 제품의 혜택을 받는 사회 안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폐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기 전에 처음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어떻게 폐기할 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중: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관리·추적하는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아직 의류 폐기물 발생량을 관리 추적하는 시스템은 없습니다. 의류 폐기물도 생활 폐기물이나 사업장 폐기물과 함께 관리됩니다. 다만 정상적인 폐기 절차를 따르는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분류 코드가 부여되고 허용량이 정해집니다. 기후부에서 제도 정비 마련을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인 결과는 없습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관련 기업과 협의해야 할 사항도 많아 시스템 구축은 쉽지 않습니다. 예로 아직 패션 기업에서 발생하는 최종 미판매분에 대한 데이터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중: 해외로 수출된 폐의류의 최종적인 처리 결과를 추적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구축되어 있는 현황인지 궁금합니다. 해당 통계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공백이 있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 해외로 수출된 폐의류의 수량과 1차 수출국은 수출기업의 수출 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된 수출국에서 재수출되거나 다른 나라에서 수출된 폐의류와 혼합되어 유통되어 최종적인 처리 결과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전세계 중고의류 수출 데이터를 종합하고, 수입국 데이터와 맞춰봐서 처리 상황을 대략 파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데이터 중 “생활 폐기물” 항목의 ‘폐의류 발생량’은 중고 의류의 실질적인 처분 규모를 반영하고 있는 수치인지(민간 수거량 누락 문제는 없는지 등)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해당 통계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공백이 있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 의류 폐기물의 배출 방법은 단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일반 생활 폐기물과 혼합되어 배출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의류수거함으로 배출하는 것입니다. 생활 폐기물 중에서 폐의류 배출량을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고 연간 의류 폐기물 추정량을 역산하여 생활 폐기물과 혼합 배출된 폐의류의 양을 전체 55%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의류수거함으로 수거되는 데 수거함 80%를 민간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거량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것도 수거된 의류 대부분이 수출되므로 수출량으로 물량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공식 통계상 폐의류 발생량은 11만 톤인데(해외 수출 폐의류를 재활용으로 분류해서 생긴 차이를 포함) 추정치는 80만 톤입니다. 차이가 너무 커서 공백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 정확한 통계를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중: 지자체나 국가 차원에서 집계한 폐의류의 향후 거래 경로나, 매각 수익 등 ‘시장 거래 데이터’의 통계적 공백 문제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해당 통계의 공백이 있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통계를 위해서는 통계자료에 사용되는 용어의 범위가 정확해야 하는데 아직 폐의류, 폐섬유, 소비자가 배출한 폐의류, 기업의 재고, 기업의 폐의류, 의류 생산 자투리 원단 등 범위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예로 수많은 ‘재고 의류 폐기 금지법’이 발의되고 있지만 재고 의류가 출시된지 2년지난 옷인지 5년지난 옷인지, 판매 중지된 옷인지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일단 완제품 중 소비자가 구매해서 사용하고 배출하는 폐의류로 범위를 한정한다면, 의류 수거에 대한 제도가 만들어지면 통계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의류 수거의 책임이 생산 유통자에 있는 것으로 정해지면 지자체를 수거를 도와주고 이후 처리를 생산 유통자가 하게 됩니다. 이렇게 운영하는 것이 EPR입니다. EPR 제도의 운영도 단계별로 시행되야 하는데 이 이야기는 너무 길어 질 것 같습니다.
현재는 폐의류의 처리 통계라는 것 자체가 없습니다. 개별 기업의 처리 상황을 분석한 추정치에 가깝습니다.
중: 국내 의류 제조업의 재고 관리 및 대형 폐기물 규모와 관련된 통계적 공백 문제는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해당 통계의 공백이 있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국내 의류 제조 기업의 재고 관리는 기업의 비밀 자료로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정부차원에서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개괄적인 정보만 취합되었습니다. 기업의 ‘대형 폐기물’을 ‘미판매 제품’이라고 추정해 답변을 드리면 대형 의류 제조 업체의 경우 공식적으로 미판매 제품을 매립하거나 소각한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 극히 일부분을 의류폐기물로 신고하고 허용범위안에서 소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추정해보면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미판매 제품을 창고에 장기간 보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상판매 이외에 여러해 동안 세일 판매를 해서 상당부분을 처리하고 남은 제품이 본사로 수거되는 경우 그 수량은 매우 작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제품을 기부하거나 해외로 수출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이 있을 수 있고, 이미 오래 전부터 미판매 제품의 소각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도 있어 버리지 못하고 창고에 보관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 비정상적인 처리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중: ‘패스트 패션’이란 용어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 패스트 푸드에서 차용한 용어로 SPA형 브랜드의 다른 용어입니다. SPA형 브랜드란 생산자 직접 판매방식의 브랜드를 말합니다. 우리나라 패션 유통 구조에서는 조금 이해가 어렵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원래 패션 유통은 생산자->도매판매자->소매판매자의 순서로 유통되었습니다. 소매판매자가 도매판매자의 샘플을 보고 판매할 수 있을 만큼 주문을 하면 도매판매자가 생산자에게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 전통적인 패션 유통입니다.
그런데 SPA형 브랜드는 시장에서 요구하기 전에 제품을 기획해서 생산하고 판매를 위해 마케팅을 합니다. 때문에 생산자의 입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서 단가를 낮추는 것이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시키는 방법이므로 가격은 계속 낮아지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대량 생산에 따른 미판매 제품의 수량이 늘어나는 문제를 야기 시켰습니다.
전세계 의류 시장 규모 중에 패스트 패션이 차지하는 비율이 금액로는 8.5%이지만 수량 기준 점유율은 58%입니다. 패스트 패션이 없었던 시절에 비해 의류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 났으며, 의류의 사용시간은 엄청나게 줄었습니다. 당연히 폐기되는 의류의 숫자는 어마어마하게 늘었습니다.
중: 패스트 패션 발달이 대규모의 폐의류 수출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 여쭙고 싶습니다.
— 사람들은 가격이 낮은 의류를 소비재로 쉽게 구매하고 쉽게 버리는 생활 습관이 생겼습니다. 대를 이어 입던 옷이 이제 한철 입고 버리는 것이 당연해 졌습니다. 사람들이 배출하는 폐의류중에서 패스트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한 전체 의류 판매에서 차지하는 패스트 패션의 수량 보다 많을 것입니다. 현재 폐의류 문제를 일으키는 핵심에 패스트 패션이 있는 이유입니다. 패스트 패션 기업들은 환경을 위해 여러 가지 해결책을 내 놓으면서 친환경기업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대량 생산, 대량 판매가 패스트 패션의 정체성인 것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EU에서 시행하는 ESPR(에코디자인규정)이나 DPP(디지털제품여권)는 모두 패스트 패션을 겨냥한 제도입니다. 폐의류 수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패스트 패션이 사라져야 합니다.
중: 현재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폐의류·폐섬유류 폐의류의 사후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 순환적인 섬유경제로 바꾸려는 노력은 전세계가 모두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EPR제도 운영은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폐의류·폐섬유를 EPR제도에 편입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중: 현재 정부 및 지자체에서 폐의류·폐섬유류 사후 관리를 위해 개선 해야 할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 섬유를 EPR제도에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폐의류·폐섬유의 수거, 선별, 재사용, 수선, 재활용, 폐기 등에 대한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각각의 단계에는 기술과 비용이 필요하므로 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섬유 폐기물에 대한 처리 비용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생산 유통자가 일련의 과정을 잘 수행하면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전과정 추적을 위한 DPP의 사용도 이뤄져야 합니다.
중: 지속 가능한 섬유 소재 사용 등 의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생산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책임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재활용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품을 기획할 때부터 친환경적인 설계를 할 필요합니다. 이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으면 재활용이 어렵거나 단기간 사용하고 버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생산자에게 이에 해당하는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ESPR과 EPR입니다. 지금은 생소해도 곧 익숙해 질 것입니다. ESPR의 전신은 ‘에너지 효율 등급’입니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에 높은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이 높은 등급을 구매했듯이,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제품에 등급을 매기는 것이 ESPR, ‘에코디자인 규정’입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환경에 영향을 덜주는 제품을 구매했을 때 경제적인 이득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겠지요.
중: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시행 중인 ‘생산자책임활용제도(EPR)’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현재 의류를 EPR에 포함한 나라는 프랑스, 네덜란드, 헝가리, 라트비아, 북마케도니아 등 5개국입니다. 이중 프랑스는 2007년부터 시행중입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판매된 제품을 수거해서 재판매, 재사용, 재활용, 폐기하는 것입니다. 시행 방법은 시장에 출시하는 제품에 대해 분담금을 납부하는 것입니다. 분담금 요율은 티셔츠 기준 한 장에 30~50원이며, 1kg당 360~750원 수준입니다. EPR 분담금 이외에 패스트 패션에 대해서는 개당 최대 7천원에서 1만4천원의 환경 부담금을 부과합니다. EPR 시행만으로 한계가 있는 과잉생산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EPR 시행을 위해서는 기존의 의류 수거함이 아닌 ‘재활용 폐의류 수거 방식’을 새롭게 마련해야 합니다. 프랑스는 하나의 수거함에 폐의류를 모아 추후에 구분을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덴마크는 재사용 수거와 재활용 수거를 분리해서 시행합니다.
그 외에 프랑스에서는 의류 및 신발 수선비(Repair Bonus)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며, 의류 수선에 6~25유로의 지원금이 지급됩니다.
중: 해당 제도의 국내 도입 현황이나, 실제 도입 시 기대되는 효과에 대해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 섬유 EPR 제도는 언젠가는 도입 될 것입니다. 도입되는 시기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미 EU에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나라 패션 기업의 EU수출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국내에서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크지 않기 때문에 시행까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만약 제도가 시행된다면 우리나라 국민성의 특성으로 보아 빠르게 안착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용이나 분리 수거가 잘 지켜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패션산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내수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 세부 대책없이 제도가 시행되는 것을 반길 수만은 없습니다. 환경 문제과 경제 문제를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합니다.
EPR의 시행으로 환경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제품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한 설계를 하도록 정밀한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중: 환경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비자가 일상에서 소비할 수 있는 의류 소비 방식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 의류 산업이 환경에 부담을 주는 이유는 과소비입니다. 거기에 일조를 한 것이 패스트 패션이구요. 2~3벌 살 돈으로 잘 만들어진 한 벌을 구매해서 잘입고, 잘 관리해서 다시 팔수 있도록 하면, 처음부터 싸게 사는 것입니다. 지금은 되파는 것이 어렵지만 몇 년안에 구매한 옷을 해당 브랜드 중고 매매 사이트에 클릭 한번으로 올리고 판매되면 자동으로 수거해 가는 시스템이 만들어 질 것입니다.
중: 중고 의류 처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배출 방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의류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수거 방법이 지금과 달라 질 것입니다. 의류 폐기용 봉투를 별도로 사용하거나, 분류에 따라 각각에 수거함에 배출하거나, 아니면 잔여 가치에 따라 돈을 받고 브랜드로 반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에 입장에서는 아직 적절한 방안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중: 패스트 패션 문화를 완화하거나 지양하기 위해 고려해 볼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 옷 가격을 구성하는 것은 원재료의 가치 만은 아닙니다. 브랜드가 친환경적으로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을 사람들이 인정해 줄 수 있다면, 그 가치를 지급할 용의와 그 제품을 사용하는 자부심과 해택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재판매로 비용을 줄일 수도 있겠지요. 패스트 패션이 재판매하기 어려운 이유는 제품의 가치 이외에 가치가 적기 때문입니다. 매연을 뿜고 있는 차를 차고 다니는 사람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것처럼, 패스트 패션 제품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안 좋게 보는 시선을 갖게 되면 자연히 패스트 패션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중: 패스트 패션 대신 슬로우 패션을 선택할 경우, 소비자가 기대할 수 있는 환경적 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러한 선택이 폐의류 발생 감소에는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도 알고 싶습니다.
— 필요 이상으로 비용을 들여 물건과 옷을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때 그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구매하는 것이 좋은 소비겠지요. 앞으로도 자동화된 대량 생산 제품을 많이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 때도 얼마나 환경에 영향을 덜 주고 만들어 졌는지, 또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인지 알아보고 구매하면 기업은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패스트 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필요에 따라 패스트 패션의 제품을 구매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환경에 대한 노력을 하고 만든 제품인지 살펴야겠지요. 패스트 패션의 반대 개념으로 희소성이 있고 사람의 인력이 많이 들어간 슬로우 패션은 입는 사람의 정체성을 살려주고 오래 입을 수 있으며, 재판매할 때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껍니다. 소중한 물건을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처럼 슬로우 패션 제품은 쉽게 버릴 수 없게 되고 당연히 폐의류는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 예상보다 광범위한 사안에 대하여 많은 질문을 해줘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답변을 해드렸지만 개인적인 지식에 한계가 있어서 오류가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살펴 보시고 의문이 있는 사항이나 추가로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세상은 새로운 패션의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환경을 위한다고 패션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즐겁고, 멋지고, 새롭게 패션을 즐기면서도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정말로 멋진 일인지 잘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