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래전 루브르 박물관에서 한국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았을 때, 나는 루브르라는 공간이 주는 정보를 믿고 사진의 수준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후 그 사진이 세월호 참사의 선주였던 유병언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나의 판단에 심각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신뢰한다. 완벽하게 신뢰하지 않더라도, 반복성과 정보 출처가 주는 권위에 마음이 움직인다. 사람들은 외부의 현재 날씨, 우울증의 비율, 앞으로의 전망이나 유행 등의 정보를 온라인에서 얻고 이를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에 대한 신뢰는 다른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온라인 정보를 바탕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확신한다.
정보를 ‘가진 사람’보다, 정보를 ‘전달하는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 혹은 ‘제공하는 사람’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갖는다. 그들은 오판을 유도하거나, 정보에 대한 신뢰를 이용해 특정한 목적을 꾸밀 수도 있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일수록 그것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노출된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대중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 정보를 신뢰하는 대중의 입장을 고려해 디자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짜 괜찮은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특히 창작물에 대한 판단일수록 누군가의 정보보다 개인의 감정과 감각에 의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감각은 대중적인 정보나 온라인 정보, 또는 어떤 권위와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으며, 받아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