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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Nov 30. 2022

전통을 알아야 창조할 수 있다!

2011년6월3일 작성

십칠 년 전, 내가 처음 프랑스 파리를 다녀왔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파리의 화려한 건축물들과 아름다운 상점들이 가슴을 떨리게 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또렷한 기억이 있다. 그것은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행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모습이다. 더럽고 지저분한 서울의 모습!


국민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은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가르쳐 주셨다. 그런데 처음으로 외국을 다녀온 나는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사기’ 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천 년 전통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현대적인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유럽의 도시에 비해 서울은 초라하고 초라하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오천 년의 역사와 금수강산은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건가?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간판들, 잡상인들이 넘쳐나는 거리의 모습들이 외국을 다녀온 후에 너무 선명하게 보였다. 디자인은 그렇다고 쳐도 ‘오천 년’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화’라는 이슈와 함께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슬로건이 많이 쓰였다. 어떤 의미로 이런 말을 사용하려 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적’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사용하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다. 얼마 전 들었던 특강에서 뉴욕에서 일했었다는 젊은 마케터는 뉴욕 패션인들에게 ‘한국적인 디자인’이란, ‘디자인이 과하고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적인 디자인’이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디자인이 형편없고 제품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대화에 사용되고 있다면 한국적이지 않은 것이 글로벌해지는 것 아닌가?

뉴욕까지 갈 것 없이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이건 한국스타일이야!’란 말도 최고의 디자인이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전통적 가치가 있다는 뜻으로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최소한 패션계에서 ‘한국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새롭지도’, ‘아름답지도’,‘자랑스럽지도’ 않다. 왜 우리는 밉고, 더러운 서울에서 살고 있으며 자랑스럽지 못한 문화를 갖고 있게 되었을까?


요즘 불타버린 숭례문 복원을 하면서 단청을 올릴 안료에 대한 기록이 없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문가도 없고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식 칠을 사용했었고, 그 후에는 일반 안료를 쓰기도 했었다고 한다. 멀쩡할 때는 잘 쳐다보지도 않던 숭례문에 단청을 무슨 물감으로 칠하던 상관없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보물을 원형대로 보전할 수 있는 기술이 전수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가치다!


한국 디자이너 패션쇼에 가끔 한국 문양이 자수로 또는 프린트로 나온다. 어딘가 어설프고 그다지 클래식하지도 않다. 그리고 대부분은 예쁘지도 않다. 전통문양을 이용한 패션 관련 상품에 대한 연구논문을 찾으면 엄청난 양의 자료가 나온다. 엄청난 쓰레기 같다. 가치가 없어서 쓰레기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으니 쓰레기다. 요즘 자료나 30년 전 자료나 내용이 그다지 다르지도 않다. 한국적인 디자인은 보전도 제대로 되지 않고 발전도 하지 않았다.


얼마 전 패션협회에서 새로운 기획을 시작했다. ‘창조적 패션 디자이너 교육사업!’ 지금까지 디자이너를 그냥 해외로 내보내서 결과가 미미하니 가르쳐서 내보내자란 의미인 듯하다. 아주 단순한 논리가 가장 확실한 답을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해본다. 교육과정 중 한국 전통 과정이 있을 예정이다. 수박 겉핥기의 역사교과서 답습 같은 내용이 아니고 진짜 장인을 만나고 전통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대충 얼버무려서 교육할게 아니라 해외로 나가기 전에 진짜 전통이 무엇인지 알고 아름답게 발전시킬 줄 아는 한국 디자이너가 탄생하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 


쓰레기 같은 서울이지만 그 안, 보물이 숨어있다는 것을 전 세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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