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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Jun 12. 2023

우린 아직 관심이 없다!!

환경 프로젝트 제안에 대한 국내 유명 브랜드 담당자에 회신이다

우린 아직 관심이 없다!!


환경 프로젝트 제안에 대한 국내 유명 브랜드 담당자에 회신이다. 내가 요즘 새로 맡은 업무는 스타트업의 새로운 플랫폼이다. 카테고리 중 패션 상품의 재고를 재판매하는 카테고리를 구상 중이다. 아웃렛에서도 안 팔린 재고 상품을 기부받거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여 디자인을 더해 재판매하고 수익금을 환경단체에 기부하려는 계획이다. 브랜드에서 제안을 거절한 구체적인 이유는 ESG 등 환경 관련 업무를 담당할 부서도 없고, 영업부에서는 별소득이 없는 업무에 리소스를 쓰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기업 담당자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모든 업무 성과를 매출로 평가하는 우리나라에서 기업 환경에서 별소득 없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의 업력을 갖은 기업도,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기업도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의외다. 아직이라니! 매년 발생하는 대형 산불과 점점 심해지는 기상이변을 모두 알고 있지 않나? 7월에는 슈퍼엘리뇨가 발생한다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아직이라니! 그럼 언제 관심을 가질 건가?


환경문제는 일부 편향적인 사회운동가들의 주장이 아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업의 존립이 어렵다는 판단아래 글로벌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들은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산업정책이자 경제정책이며 국가의 기본정책이어야 한다.


EU에서는 1980년대부터 환경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었고 2019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정책패키지 그린딜(Green Deal)을 발표했다. 그린딜 발표 이후 후속 정책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기후정책의 영향을 주었다. 그린딜의 중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3년 EU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탄소감축 입법안 패키지 “Fit for 55”에 따라 탄소국경세를 도입했으며, 2023년 10월부터 시범운영 할 예정이다. 우선대상산업에 섬유패션은 빠져 있으나 확대예상산업에는 포함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EU정책위가 추진하고 있는 에코디자인 규정(ESPR, 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에는 판매되지 않은 섬유 및 신발의 폐기를 전면금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에코디자인 규정은 소비재 폐기물을 최대한 줄이고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품 디자인 및 서비스의 기술적 경제적 초점을 보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제 섬유패션 제품은 태우거나 제3국으로 넘기지 않고 재활용,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기획단계에서부터 고려해야 한다. 


그린딜을 위한 세금 정책 

출처 : KPMG, 2021.


우리나라는 2020년, 2050탄소중립 목표를 담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UN에 제출하였다. 우리나라의 2030 NDC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올해 정부에서 부문별 목표치를 조정했으나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2030 NDC 약속은 국제사회에 공언한 것으로 줄이겠다고 하거나, 달성 못해서 미안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량 세계 10위다. 이는 영국, 프랑스 보다 높은 순위다. 또한 영국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G20 국가 중 2위다.


'EU는 세계의 질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환경문제를 제기하고 많은 규제를 만들었다.' 이 말이 맞던 틀리던 그것이 중요한가?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앞으로 세계 무대에서 주도권을 갖고 싶다면 환경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것도 주도적으로 말이다.


우리나라 섬유패션산업은 외형은 발전한 것 같지만 스트림별 상황은 다르다. 원사 업체는 대기업, 원단 업체는 중소기업, 제조사는 중소기업, 협력사는 소기업으로 대기업은 그나마 글로벌 기준에 따라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력을 갖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국내 영업을 주로 하는 기업은 탄소배출 문제나 ESG 경영에 대한 준비는 미흡하다.


우리나라 패션기업들이 제시한 환경문제 해결방안은 재고상품을 해체해서 업사이클링하거나,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옷을 만들거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가상품평으로 샘플제작 수를 줄였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 재고를 해체해서 일부 판매용 제품을 만들어도 버려지는 재료는 많다. 페트병은 종이 이외에 현재 가장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로 알려져 있다. 페트병은 페트병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해외 패션기업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목표 중에서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한 가지가 우리에게는 없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다. 우리나라 전력의 60% 이상이 화석연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진다. 한국에너지공단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생산 비중은 2021년 기준 7.15%로 OECD 꼴찌 수준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탓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고탄소배출 산업으로 발전해 왔으며, 기존 시설을 저탄소 시설로 교체하기에도 아직 장비의 수명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섬유패션산업의 다운스트림에서는 노후화된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탄소배출량 감축, ESG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이성적이라면 탓하기 전에 실천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고려 없는 기획, 생산, 판매 전 과정은 다음 세대에 대한 무책임이다. 보는 사람이 없다고 사람을 해칠 수는 없듯, 당장 환경문제에 대한 규제가 없다고 기존에 방법을 고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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