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상보 Jul 27. 2023

평가의 기준이 돈이 아니라면?

ESG는 우리나라가 진짜 좋은 나라라는 것을 보여줄 기준이다

국제환경규제와 대응


EU의 탄소국경세(CBAM)는 2023년 10월부터 시작된다. 탄소국경세는 수입국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의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2021년 3월에 탄소국경세 도입을 언급한 바 있으며, 올해 공화당에서 탄소국경세 법안 제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 탄소배출감축 대응 수위는 점점 높아질 것이며, 고탄소 배출 업종의 수출 위주로 성장한 우리나라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탄소배출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과 관련된 국내법도 국제 기준에 맞춰 보완해야 한다. 

CBAM 프로세스  출처 : https://climatalk.org

EU의 탄소국경세는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기준으로 시행된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탄소배출권거래제는 EU에 비해 매우 낮은 가격으로 운영되고 있다. 글로벌 탄소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EU와 동등한 수준의 배출권 가격이 부과되어야 한다.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올해 6월 톤당1만2000원대 수준이지만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은 올해 2월 100유로를 돌파하기도 했다. 

탄소국경세가 우선 시행되는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5개 항목으로 직접배출을 적용 기준으로 잡았지만, 앞으로 품목은 추가될 것이며 적용범위도 간접배출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이미 결정되었다. 탄소의 간접배출은 제품 제작과정에 사용되는 전기의 생산 방식이 해당되므로 화석연료에 의한 전기 생산이 60%이상인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대부분의 국내 생산 품목이 간접배출에 해당된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탄소국경세로 인해 EU에서 연간 0.5%(약32억 달러), 미국에서 연간 0.6%(약39억달러)의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되었다. 

탄소국경세가 환경이슈의 비용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ESG 경영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EU는 2018년부터 시행되던 비재무정보공개지침(NFRD)을 강화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2024년부터 시행한다. 이번 시행은 유럽에서 사업하는 약 5만개 기업이 적용대상이며 이는 유럽의 대부분 상장사가 해당된다. 이에따라 유럽에 진출해 있는 회사나 연관된 국내회사는 ESG 전략과 목표 진행사항은 물론 제품 및 서비스, 비즈니스 관계, 공급망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환경문제를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글로벌 법안들이 속속 제정되면서 우리나라 ESG 관련 공시규제 제도의 강화도 시급해졌다.

우리나라는 2021년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일정 규모이상의 기업은 ESG공시를 시행해야하며, 2030년에는 코스피 상장사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3년내에 ESG 공시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행기업은 2020년 38개, 2021년 78개사에서 2022년 123개사로 확대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에도 약 70%만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글로벌 ESG 공시표준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와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 EFRAG(유럽연합 재무보고자문그룹)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다. ISSB는 올해 캐나다 몬트리얼 회의에서 S1과 S2 지속가능성(ESG) 공시기준을 승인했다. 공시기준은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며 2025년 첫 공시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ESG 요소 중에는 환경(Environment)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대두된다. 섬유패션제품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은 항공산업에 이어 두번째 규모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섬유패션산업이 환경문제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나, 옷 자체에 포함되는 폴리머나 프라스틱 섬유의 사용 등이 핵심이 아니라 포장, 디스플레이용품, 등 부차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회사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2023년 패션 산업의 주요 이슈로 “그린워싱 제재”를 선정했다. 이는 최근 패션업계가 친환경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에 비해 실제 기후변화에 대한 실효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U는 2030년까지 재활용 섬유 일정 비율 이상 사용 의무화, 일정 수준 이상의 내구성, 재고품의 대량 폐기 금지 규정 등을 제안하고 있으며, 에코디자인규정(ESPR)을 적용해 섬유 제품의 폐기를 금지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주도 패션지속가능성 및 사회적책임법(Fashion Sustainability and Social Accountability Act)을 제정하여 뉴욕의 패션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계획 및 준수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연 매출의 2%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비영리 단체를 중심으로 EU나 뉴욕주 같은 의류폐기물 매립 금지 또는 의류폐기물 공개에 관한 입법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에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섬유패션기업에 그린워싱 논란과 점점 강화되는 국제적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섬유패션업계에 구체적이며 측정가능한 환경정책 공시가 필요하다.

맥킨지앤컴퍼니의 발표처럼 섬유패션기업의 그린워싱 문제가 부각되고 있으나 그럼에도 글로벌 기업의 ESG 실천은 어느정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국내 섬유패션기업들은 아직 정확한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기업의 그린워싱 의심사례에 초점을 맞추기 전에 그들이 실행하고 있는 ESG 실천목표와 전략을 살펴보는 것이 구체적인 방향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기업인 H&M은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 대비 56%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2030년까지 제품을 생산에 100% 재활용 재료 또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조달된 재료를 사용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으며, 2021년까지 제품의 64.5%가 친환경 재료로 생산됐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에는 이미 가입하여 2020년까지 생산된 제품에 사용된 전기량의 9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공급망과 유통망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25년까지 스코프3(Scope 3) 배출량을 2020년 대비 1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섬유패션기업이 좋은 ESG 성과를 이루기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환경과 섬유패션기업의 상황에 맞는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또한 ESG 목표달성을 위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다운스트림에서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으로 정책 마련과 함께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잘 성장해왔다, 재무적인 기준으로! 하지만 그 외의 사회문제는 OECD 순위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 ESG는 우리나라가 돈 말고 다른 기준으로도 좋은 나라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비재무적 기준이다. 우리가 이미 후진국도 개발도상국도 아니라면 ESG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도전이다.



작가의 이전글 국제환경규제 3,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