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빵상 May 08. 2019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증인>을 보고

영화 개봉 당시

따뜻한 주제의 예고편이 나의 이목을 끌었고,

이후 영화의 주연 배우 정우성의 대상 소식에 한 번,

최근 VOD 어플의 무료관람 이벤트+호평의 댓글에

한 번  심이 가게 되었다.


마지막 케이스가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눈길이 세 번이나 향한 만큼 이 영화에 두 시간을 투자하는 게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침 1시간 정도 지하철에 몸을 싣는 타이밍이다 보니

잘되었구나 싶어 망설임 없이 '바로보기' 버튼에 손가락을 얹었다.


(영화 내용의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시간의 영화 관람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어머니와 식탁에 마주 앉으며

주인공 순호(정우성 분)의 얼굴을 담았던 두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나는 글의 제목에서처럼

좋은 사람인지를 묻는 자폐 소녀 지우의 물음에

선뜻 답하지 못하고 당황하던 변호사 순호의 모습이었고,

또 하나는 순호가 어릴 적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법조인이 되겠다던 아들을 대견해하는, 아버지의 편지를 읽는 모습이었다.


아마 좋은 사람이 되고자 했던 어릴 적 다짐과는 상반된

한 어른의 모습에서 순호처럼 떳떳하지만은 않은

나의 모습이 투영되었는지도 모른다.

꿈을 꾸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 

사회 익숙해진  모습을 이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터져 나오는 대기업의 채용 비리 사건들을 보며,

미성숙한 기업 오너들의 사회의식에 안타까우면서도

해당 채용을 담당했던 인사담당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사의 지시에 신속하고 충실하게 대응해야 할 '피고용자'의 입장과, 도덕적으로 옳은 판단을 해야 할

양심을 가진 '인간' 사이에서 그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아니면 이미 무뎌진 윤리의식에 별다른 갈등 없이 그저 '직장인'으로서 주어진 ''에 충실했을까.


TV와 동떨어지내던 요즘,

즐겨보는 예능프로가 하나 생겼다.

과거 재미있게 보던 <하트 시그널> 제작진의 연출에,

쉽게 접하기 힘든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져다주는 신선함,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인턴들의 모습에서 과거 향수까지 느껴지다 보니 모처럼 본방 사수하며 재미있게 보고 있다.

<신입사원 탄생기 - 굿피플>  Channel A 공식 홈페이지

공교롭게도 프로그램의 제목이 <굿피플>인데,

변호사를 꿈꾸는 인턴들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굿피플)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비쳐진다.

프로그램을 보며 인턴과 신입사원 때의 모습이 떠올라 공감하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인턴들이 생각하는 굿-피플,

'좋은 사람' 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기업이 추구하는 '좋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둘이 생각하는 '좋은'의 의미 

얼마나 같을  있을까.


정치기사에 접하는 앞선 선배들의 부끄러운 모습처럼

앞으로 녹록지 않은 사회의 풍파를 맞으며

'좋은 사람이 되야겠다'는 그들의 신념이

어느샌가 무뎌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과연 좋은 변호사를 꿈꾸던 어린 순호와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자 했던 채용담당자는

언제부 좋은 사람일  없었을까.

굿피플을 꿈꾸는 예비 변호사들에게,

그리 점점  현실에 익숙해질 나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

.

당신은 '아직' 사람입니까?



 

작가의 이전글 서른살의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