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서 내가 선택한 직군은 '영업'이었다. 전공이 컴퓨터, 복수전공으로 경영학을 선택한 탓에 여러 직군을 고려해 볼 수 있었지만 당시 나의 선택은 내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다고 여겼던 '영업' 그것도 '기술영업'이었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건설과 관련된 산업에서 사람과의 만남을 그다지 즐기지 않던 내가 B2B 기술영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B2B 영업이 회사의 꽃이라고 불릴만큼 중요한 부서여서도 아니고 영업에 대한 어떤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었다. 내가 원한건 단지 다른 회사원들보다 더 많은 '자유'였었다. 사무실에 있는 시간보다 밖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은 직군,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고 그 외에 일에 대해서 어느정도 자유를 가질 수 있는 직군이 내가 원하던 일이었고 그래서 크게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영업직군에 지원했으며 합격하여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다.
회사생활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이내믹했고 고객과의 만남은 더 빈번했으며 이로 인해 사무실에 있는 시간은 매우 적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업무는 아침 8시부터 계약서를 만들고 필요한 자재가 준비되었는지를 체크하고 공사일정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했으며 그 날 혹은 그 주에 만날 고객들 리스트를 점검하고 각 요구사항들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런 사항들을 완료하는데 평균적으로 2~3시간정도가 필요했고 보통 오전 11시 늦어도 12시경에는 회사에서 나와 고객과 미팅을 시작하는게 일과였다. 건설에 필요한 자재 영업이었고 경쟁이 심했기에 고객접대는 상당히 많은 편이어서 보통 업무는 12시에서 2시사이에 끝나는게 평균이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빡빡한 생활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난 이 업무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운 좋게도 내가 맡았던 고객사가 큰 발주를당시 회사에 여러번 하면서 내 실적이 올라갔고 그로 인해 좀 더 큰 업무상의 자유가 주어진게 바로 그 이유였다. 당시 팀의 팀장님의 성향은 큰 문제가 없는 한 모든 일은 스스로 처리하고 후보고를 하면 된다는 마인드로 팀을 관리하셨기에 당시 신입사원에 불과했던 내가 고객과의 미팅을 내 스스로 잡고 계약관련 한 이슈가 생기면 해결을 위해 접대 일정 및 업무 스케줄을 조정하고 이런 일련의 업무 처리과정을 자유재량으로 처리할 수 있었으며 이게 업무 만족도를 높인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높은 업무 자유도, 괜찮은 실적,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 좋은 팀장님,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회사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회사였고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가 불만족스러웟다. '더 큰 자유'. 난 더 큰 자유를 원했다. 당시 업무상 국내 고객들에 집중되어 국내만 출장을 다니고 했는데 이런 제약조차 갑갑하게 느껴졌고 내 성장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팀의 과장 차장님들, 같은 업무를 10년이상 하셔서 이미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불렸던 분들의 업무에 찌들고 생활에 찌든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 같아서 더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불만은 없다. 사실 어느정도 만족스럽다. '그런데 좀 더 행복해지고 싶다.'
삶이란 남들처럼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더 성장하고 더 자유롭고 더 많은 돈을 벌수는 없을까? 이렇게 살아도 정말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