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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고 다시 쌓기 1주차 경과보고

6개 항목 1주차 결과 정리

by Sangchun Kim

3월 7일 월요일부터 시작해 오늘로 1주일이 되었다. 룰에 따라 한 주간 결과를 보고한다.



1.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난다


7일 모두 성공했다.


아침의 알람 소리가 폭력적이라고 느껴져 라디오 알람시계를 샀다. 전에 어느 스페인 영화에서 라디오알람으로 눈 뜨는 주인공을 보고 그때부터 하나 갖고 싶었는데 이참에 사봤다. 이 라디오알람이 아침을 한결 기분 좋게 해줬다. 나는 예전부터 전화벨소리와 알람소리를 싫어한다.


알람이 아닌 그냥 라디오로도 쓰고 있다. 오랜만에 라디오를 들으니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 눕는 시간도 11시로 정해두며 생활했다. 첫 이틀은 도통 잠이 오질 않아서 3시간씩밖에 못 자 피곤했다. 시간 맞춰 일어나는 일이 아슬아슬했다. 범인이 커피였음을 알아채고 하루 1잔만, 오후 5시 이전에 마시고 있다. 그러자 푹 잘 수 있었다.


좀 늦게 퇴근한 하루 빼고 한 주간 늘 8시 30분에 출근해서 8시 30분에 퇴근했다. 지각을 안 하니까 맘이 좋다.


2. 삼시세끼 먹는다


7일 모두 성공했다.


귀리+야채 선식과 견과류, 바나나, 우유 등으로 아침을 챙겨먹었다. 이렇게 아침을 챙겨 먹은 한 주는 10년 전 군생활 할 때 이후로 처음이다.


선식은 물보다 우유에 타 먹어야 맛있다. 산과들에 견과류 강추.


선식과 견과류를 좀더 주문해야겠다. 견과류는 엄청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회사에 가져가니 팀원들도 다람쥐처럼 오도독 깨먹으며 좋아라 한다. 넉넉하게 시켜야겠다.


3. 가급적 매일 최소 주 5회, 하루 30분 이상 운동한다


성공. 7일중 6일 저녁마다 운동을 했다. 하루는 9시 30분에 퇴근 후 집에 도착해선 고양이를 씻겨야 해서 운동을 걸렀다.


주 종목은 달리기다. 첫날은 백팩에 러닝화와 운동복을 준비해서 퇴근 길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뛰었다. 몇 정거장 전에 내려 집까지 뛰어왔다. 확실히 그게 시간효율상 가장 좋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꽃샘추위가 와서 그 방법을 쓸 수 없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부터 날이 풀린다고 한다.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3만원짜리 러닝화치곤 제법 괜찮다.


날이 추우면 집에서 팔굽혀펴기/윗몸일으켜기/스쿼드를 최소 2세트씩 했다. 또 회사에서 출근할 때, 밥 먹으러 갈 때, 졸릴 때 9층 계단을 두 칸씩 안 쉬고 오르며 틈틈이 하체 운동을 했다.


4. 주말중 하루는 밖에 나가 사람 만나기


성공. 독서모임과 술자리.


한번 가보고 싶던 독서모임에 가봤다. 내가 속한 조는 각자 한 주간 읽어온 책에 대해 소개하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람들이 어떤 책을 골라오는지 보는 게 재밌었다. 사회, 정치, 철학 쪽 이이야기가 가장 활발히 오갔다. 사실 나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데 꾹 참고 말을 아꼈다. 첫날은 듣는 사람으로서 앉아있고 싶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책을 보고 각기 다른 감정을 느낀다. 그걸 공유한다는 게 재밌는 일인 것 같다.


괜찮은 공간이었다. 다음주에도 가보고 싶다.


저녁엔 형균이와 만나 늘 그렇듯 제주올레에 갔고, 늘 그렇듯 돌문어무침과 한라산을 먹었다. 형균이가 스타트업 관련 취재를 하게 돼서 내가 살짝 도와줬는데 기사가 잘 나왔다. 국장도 칭찬했다고 한다. 헉 형균이한테 술을 다 얻어먹어봤다. 이제 이 생은 여한이 없다.


5. 주변 환경 정갈하게 유지하기


성공.


허물고 다시 쌓기 시작하기 전 일요일에 미리 내방 대청소를 해뒀다. 그리고 일주일간 그때그때 치우며 어지르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정리 후 어지름 없이 그때그때 치웠다.


물티슈를 한 박스 시켜놓고 수시로 닦았다. 어지르지 않으니, 치울 게 없다. 이게 가장 쉬운 항목이다.


이런 거 살 땐 역시 소셜커머스.


또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설 때는 무릎을 펴고, 앉을 때는 허리를 폈다. 의식적으로. 오래된 나쁜 습관들을 고치려고도 노력중이다. 입 안을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건 한번에 고쳐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 부분은 페널티 없이 오랜 시간을 들이며 신경쓰고 있다. 다행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6. 눈치보지 않고 내가 믿는 가치에 집중하기


성공.


회사에서건 지하철에서건, 어디서든 쓸데없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자 했다. 또 일이건 뭐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믿고 움직였다. 한번은 지나가다 신촌에서 좋아하는 클럽바를 오랜만에 발견하고 혼자 들어가서 진토닉을 마셔보기도 했다. 이전 같으면 사람들 눈이 신경 쓰여서 혼자 들어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혼자 앉아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찾아 나왔다. 사람들은 혼자 앉아서 진토닉을 마시는 남자를 생각보다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 6번이 6가지 항목중 가장 힘든 항목이다. 내가 이렇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인간인지 몰랐다. 난 안 그런줄 알았다.


첫 주는 다행이 성공적이다. 치러야할 페널티는 없었다.


2주차는 이제 좀더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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